<사진출처=서울시>

[월요신문 이정환 기자] 빈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빈집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우리나라도 저성장, 도심공동화, 그리고 저출산·고령화 등의 문제로 인해 빈 집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5년 인구주택 총 조사에 따르면 전국 빈집은 총 107만호(전체 주택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2010년 총 81.9만호에 비해 약25만호 증가한 수치이다.

빈집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정부와 지자체는 방치된 빈집 활용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2017년 2월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법’ 제정안이 공포됨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법 시행을 위한 하위 법령안을 지난 17일 입법예고했다. 주요내용에는 첫째, 빈집 제외대상 규정이다. 법 제2조는 지자체장이 거주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로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않은 주택을 빈집으로 규정했다. 미분양 주택 등 빈집에서 제외할 대상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했다. 빈집으로 관리할 주택은 주택법상 주택(주거용 오피스텔 포함)으로 한정하고, 공공임대주택, 일시적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별장, 건축 중인 주택, 5년 미만 미분양 주택은 빈집에서 제외했다.

둘째, 빈집 판정 시점 기준을 마련했다. 법 규정상 빈집은 거주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로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아니하는 주택으로 한다.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 부필리에 있는 빈집사진. <사진출처=귀농귀촌종합센터 홈페이지 빈집정보 화면 캡처>

서울시에서는 2015년 2월부터 방치된 빈집을 임대주택으로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는 6개월 이상 방치된 빈집을 어르신, 대학생, 여성 등을 위한 맞춤형 민간 임대주택으로 탈바꿈시켰다. 해당 주택은 저소득 가구에 시세의 80% 수준으로 최소 6년간 저렴하게 제공한다. 시는 사회적 기업, 주택협동조합, 비영리단체 등 7~8개 업체를 선정, 위탁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며, 주택 당 리모델링 비용의 50%, 최대 2천만 원까지 무상으로 지원한다. 입주자격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70% 이하, 세대주‧세대원 전원 무주택 세대이다. 입주자는 시세의 80%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최소 6년 동안 이사걱정 없이 거주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는 방치된 빈집에 온기를 불어넣어 자원을 재활용하고, 임대주택도 공급하는 일석이조의 새로운 시도이다. 전월세 가격 상승세 지속으로 주거난이 심각한 시기에 더욱 필요한 사업”이라며 “사업성과를 바탕으로 연차적으로 대폭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시에서는 ‘햇살둥지사업’을 하고 있다. 햇살둥지사업’은 도심 빈집을 리모델링해 주변시세 반값으로 임대하는 사업이다. 빈집이 범죄와 방화 등 각종 사회문제의 주범으로 대두돼, 시는 ▲‘폐가없는 부산 만들기’(2008년) ▲ ‘빈집정비 민·관 협력사업’(2014년) ▲‘2016년 빈집정보 활성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빈집은 도심 속의 골칫거리로만 여겨졌는데 빈집을 잘 활용하니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마을을 재생하여 빈집을 지역의 공간자산으로 재발견했다”고 전했다.

해외사례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서울연구원 세계도시동향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시는 멀티록(Multiloc) 사업을 시행해 효과를 봤다. 멀티록 사업은 파리 시내에 집주인이 거주하지 않는 빈 주택을 임대하는 것. 이렇게 나온 주택은 파리시 평균 임대가격보다 20% 낮은 금액으로 책정했다. 이 사업은 빈집이 부동산시장에 나오도록 했고, 임대차를 활성화 하는 계기가 되었다.

영국은 빈집 개보수 보조금(Empty Home Grant)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빈집을 개보수하여 재이용하는 것. 빈집은 건축 후 10년 경과, 비어있는 기간은 18개월 이상인 주택으로 한정했다.

일본은 시가현 하노초(2009년), 야마나시(2011년) 등에서 ‘빈집 뱅크’제도를 첫 시도했다. 이후 지방자치단체마다 빈집 물건을 소개하고 집주인과 입주자 사이에 중개했다. 요코하마시는 빈집활용에 대한 상담창구를 개설했고, 도쿄는 2012년부터 빈집을 노인 그룹홈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 대책들은 빈집 해결에 큰 효과를 보게 되었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서충원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빈집의 경우는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매입해 공공임대로 활용가능하다. 하지만 지자체가 소유권 이전문제 등 매입이 어려운 경우, 임대인과 일정기간 동안 임대차계약을 통해 적당한 임대료를 지불하고, 집을 필요로 하는 임차인에게 재임대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빈집 대책에 대해 서 교수는 “빈집을 활용한 새로운 주거창출은 다양한 주거 복지수단으로 효과적이다. 또 극심한 전세난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재건축, 재개발 등 일시적으로 주거를 잃는 서민들에게 단기적 해결방안도 될 수 있다. 하지만 빈집이 주거 문제에 근원적인 해결책이 되려면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