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되며 그가 줄곧 주장해온 ‘킹핀 이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추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

김 후보자는 지난 3월 29일 기재부 간부를 대상으로 ‘김동연의 유쾌한 반란’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김동연의 유쾌한 반란’은 김 후보자가 대중 강연을 할 때마다 내세운 일종의 캐치프레이즈다. 그동안의 강연에서 그는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킹 핀(Kingpin)’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킹핀 이론’은 경제 정책을 볼링에 빗댄 내용이다. 볼링을 칠 때 당장 눈앞에 보이는 1번 핀 대신 뒤쪽에 숨어있는 5번 핀, 즉 ‘킹 핀(Kingpin)’을 공략해야 ‘스트라이크’를 칠 수 있는데 경제정책 이와 마찬가지라는 것.

김 후보자가 지목한 1번 핀은 ‘저성장’이다. 지금까지 경제 정책은 저성장을 해결하면 낙수 효과로 인해 다른 문제가 자연히 해결된다고 보고 정책을 세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그는 한 강연에서 “과거에는 개인의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사회적 의사결정이 맞았다. 즉, 덧셈의 합이 맞았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야구장에서 앞줄에 앉은 사람이 일어서면 뒷사람도 일어나게 되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만 전체적인 결과는 좋지 않게 되는 일들이 일어난다. 경제불황이 계속되며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기업은 투자를 주저한다. 이들의 의사결정은 지극히 합리적이지만, 이것이 ‘총수의 압박’으로 작용되며 악순환이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청년실업, 저출산 등 다른 경제문제들, 즉 ‘핀’들을 한번에 해결하려면 ‘킹 핀’을 공략해야 한다. 김 후보자는 이 킹 핀으로 ‘사회보상체계’와 ‘거버넌스’ 개선을 지목했다. 김 후보자는 “사회보상체계는 누가 더 가져가고 덜 가져가느냐의 문제다. 과거에는 대기업, 공기업에 취업하면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었고, 다들 이 곳에 가려고 경쟁하느라 대학 입시와 취업 문제가 나타났다. 앞으로도 이런 길로 가는 데 대해 보상을 주는 게 맞느냐하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즉, 명문대→대기업·공기업→상류층으로 이어지는 ‘승자 독식’인 사회보상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 그는 “기득권 카르텔을 깨부수고 보상체계를 흐트러뜨려 재구성하면 눈앞에 있는 4차 산업혁명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거버넌스는 사회보상체계, 즉 ‘게임의 룰’을 정하는 일종의 의사결정 과정이다. 김 후보자는 “거버넌스를 소수의 엘리트가 과점하면 안 된다. 기존에 알고 있는 경험이 절대적이란 우를 범하지 말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22일 아주대 특강에서 “교육이 부와 사회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수단이 돼선 안된다”고 강조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자가 지목한 킹 핀은 결국 ‘사람 중심의 성장’을 목표로 한다. 김 후보자는 리더스 포럼 강연에서 피천득 작가의 ‘나의 사랑하는 생활’을 인용하며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오만원 쯤 생기기도 하는 생활”을 말했는데, 이는 대기업 중심의 성장보다 국민소득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철학 ‘제이노믹스’와도 일맥상통한다. 그가 3월 강연에서 “영국이 스페인 무적함대를 상대로 칼레해전에서 승리할 수 있던 비결은 ‘자원’이 아닌 기술을 가진 유대인(사람)”이라고 말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편, 김 후보자는 23일 청문회 준비 및 기재부 업무보고 사무소가 마련된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해 본격적인 청문회 준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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