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재직시 암행감찰활동을 수행할 것을 지시하는 전윤철 전 감사원장.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권현경 기자] 청와대 4대강 사업 정책감사 지시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감사원은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하며 당장 감사에 착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이후 비판이 거세지자 감사 검토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앞서 감사원은 국토부, 환경부 등 관계 장관의 공익 감사 청구나 국무총리의 감사 요구 등 공식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과연 절차상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본지는 24일 전윤철 전 감사원장과 전화통화를 갖고 의견을 들어봤다. 다음은 전윤철 전 감사원장과 일문일답 요지.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사업 정책감사를 지시한 뒤 감사원이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 감사원장으로서 감사원의 이런 입장을 어떻게 보나.

말도 안되는 소리다. 국무총리가 요구할 수 있는 것을 대통령이 요구할 수 없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감사원은 이런 요청이 없어도 자체적으로 직권 감사를 할 수 있다. 정부 취약 부분에 대한 감사는 감사원의 임무이자 책무다.

감사원이 지적한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는 뜻인가. 그럼 감사원은 어떤 점이 문제가 있다고 본 건가.

절차상 문제가 없다. 다만 감사를 ‘지시’했다는 표현이 절차상의 문제를 들고 나오게 한 것 같다. 녹조현상이 심화돼 이 문제를 감사원이 봐주면 안되겠느냐 하는 것인데 이를 지시했다고 한 것은 독립기관인 감사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4대강 사업 감사를 3차례 했는데 또 해야 하냐는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4대강 사업 감사를 지금까지 3차례 진행했지만 금년에도 녹조현상 문제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므로 다른 원인이 있는지 들여다 봐야한다. 4대강 사업은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서 한 사업이다. 기후변화, 산업시설로 인한 문제 등 예상치 못한 원인을 지난 감사에서 놓쳤을 수 있는 만큼 정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4대강 사업 감사는 정치권에서도 논란이다.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4대강 감사 지시에 감사원이 미적거리는 태도다. 절차상 국무총리의 요구나 관계 장관의 청구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직권으로 감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도외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 대변인은 이어 “현 감사원장이 박근혜 정권 초기에 임명된 인물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감사를 회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감사원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적폐세력에 영합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당장 제대로 된 4대강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이명박 정부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보복 감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일부 좌파 언론과 문 대통령이 합작해 (4대강 사업에 대해) 4번째 감사 지시를 하고 있는 것은 정치적 보복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그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을 MB(이명박 전 대통령) 탓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홍 전 지사는 이어 “4대강 사업은 치산치수(治山治水)의 전형으로 이로 인해 홍수와 한해(旱害·가뭄 피해)가 없어졌다”며 “(문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시작부터 헛발질을 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나라를 운영하면 곧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김영주 최고위원은 “4대강 정책감사 지시를 두고 정치보복이라고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책감사는 정치보복이 아닌 자연복원이다. 혈세 22조 원을 투입했고 매년 이자비용 3천400억 원을 2036년까지 부담해야 하는데 ‘녹조라떼’라는 말이 나오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라는 말인가”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이전 정부가 3차례 감사를 했지만, 2차례는 문제점을 지적하고도 시정은커녕 기업 담합행위를 부분적으로 밝혔을 뿐이다. 이번 정책감사가 4대강 사업 관련한 논란을 종식하도록 정부가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이런 논쟁에 대해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감사 때마다 감사 포인트가 다르다. 3차례 감사에도 불구하고 녹조가 창궐하는 등 환경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한 정책감사는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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