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비즈니스인사이더 화면 캡처>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북한이 최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잇따라 발사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이 임박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대북 군사옵션의 위험성이 큰데다 최근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커지고 있는 만큼 선제타격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도 있다.

23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의 군사·안보전략 분야 싱크탱크인 ‘스트랫포(Stratfor)’의 CEO인 조지 프리드먼 박사는 22일 플 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린 ‘2017 전략 투자 콘퍼런스’ 연설에서 “최근 북한의 행동은 미국에 ‘충돌’ 외의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이 임박했다”고 주장했다.

프리드먼 박사는 1998년 코소보 사태와 아시아 외환위기, 2001년 9.11 테러 등을 정확하게 예측해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라 불리는 인물이다. 특히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정치 상황이나 정책 방향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24세에 미국 코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디킨슨 컬리지에서 20년간 정치학 교수로 재직했다. 47세 때인 1996년 스트랫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스트랫포는 지난해 5월 말 ‘북핵 위협 제거(Removing The Nuclear Threat)’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B2 스텔스 폭격기 10대와 F22 전투기 24대, 오하이오급 잠수함 2~4대를 동원한 북한 정밀타격 작전 시나리오를 발표하기도 했다.

프리드먼 박사가 대북 선제타격이 임박했다고 주장한 근거는 △지난 20일 기준 미 항공모함인 칼빈슨호와 로널드 레이건호가 모두 북한을 타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 안에 있다는 점 △100대 이상의 F-16 전투기가 같은 지역에서 매일 훈련 중이라는 점 △F-35 스텔스 전투기 역시 해당 지역에 전개됐다는 점 등이다. 이러한 전략적 움직임이 ‘북·미 충돌’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게 프리드먼 박사의 주장이다.

프리드먼 박사는 “북한에 대한 공격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보복 공격을 낳게 될 것”이라면서 “한국의 수도권에는 2500만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이 모두 북한의 장사정포 사거리 내에 있다. 우리는 이러한 군사적 충돌이 초래할 희생을 감당할 수 없다. 미국은 전략적 폭격으로 북한의 장사정포를 무력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프리드먼 박사가 미국의 선제타격이 임박했다고 주장하는 데는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는 “북핵 위협에 대응해 칼빈슨호를 한반도로 급파했다”는 등 엄포를 놓으며 당장이라도 북한을 공격할 것처럼 행동하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유화적 자세로 돌아설 만큼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때문에 최근 러시아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 몰린 트럼프가 정치적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대북 선제타격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프리드먼 교수의 ‘대북 선제타격 임박’ 주장 역시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의 핵개발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미국 본토를 위협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선제타격 가능성에 힘을 싣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23일(현지시간) “북한 핵·미사일은 점증하는 중대한 국가안보 위협”이라면서 “현재 궤적대로 간다면 북한은 미국 본토를 위협할 능력을 보유한 핵탄두 장착 미사일을 내놓는 데 성공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실제로 감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우선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을 실행할 경우 주한미군 2만8000여명을 포함한 23만여명의 미국인들 역시 북한의 위협에 노출된다. 때문에 선제타격을 위해서는 미국의 자국민 대피가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이 자국민들을 대피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만큼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것이란 주장은 현실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미국 내 대북 군사옵션의 위험성 및 대화와 타협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도 선제타격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 64명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가 북핵·미사일 대책과 관련해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한반도와 같은 불안정한 지역에서 일관성 없고 예측 불가능한 정책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충돌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북한에 선제공격이나 선전포고를 강행하기보다는 깊이 있는 논의를 거치는 게 먼저다”라고 강조했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안보담당 보좌관을 지낸 애론 프리드버그 프린스턴대 교수도 군사적 해법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지난달 25일 ‘아시아·태평양 지역 정책에 대한 청문회’에 참석한 프리드버그 교수는 “과거에 비해 타격해야할 북한의 핵 시설이 더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북한이 이동식 발사대도 개발하고 있다”면서 “예방적 타격으로 북한의 핵능력을 제거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켈리 맥사먼 전 국방부 아태 안보담당 차관보 대행도 “미국이 북한을 타격할 경우 북한의 보복 공격은 물론 중국의 한반도 군사개입까지 불러들일 수 있다”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그것은 지난 수십 년 간 봐왔던 것과는 양상이 판이하게 다를 것이다. 북한은 시리아도 이라크도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법을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달 27일 언론 인터뷰에서 “북미대화가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방법일 것”이라며 외교적 해법에 방점을 둔 견해를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최근 홍석현 대미 특사를 만나 “북한에 대해 정권 교체도 안 하고, 침략도 안 하고, 체제를 보장한다”면서 군사적 옵션에 선을 그었다.

한편 미국 CNN 방송은 20일(현지시간) 2명의 국방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로널드 레이건호와 칼빈슨호가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합동훈련을 할 것”이라면서 “다양한 형태의 훈련이 진행되겠지만 주로 항공기의 이·착함 훈련에 중점을 둘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이어 “2척의 항공모함이 한반도 해역에 얼마나 오래 머무를지는 알 수 없지만 궁극적으로는 레이건호가 칼빈슨호의 임무를 물려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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