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장애연대,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을 비롯한 장애인 인권 단체는 25일 ‘정신보건법폐지, 정신장애인의 사회통합과 차별금지를 위한 법률제정 청원’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월요신문>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보건복지부가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보건법 규정을 숨기고 WHO에 ‘유도 질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신장애인 인권단체 관계자는 2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월 5일 복지부가 주장한 ‘세계보건기구(WHO), 한국의 정신보건법 개정에 대한 지지 입장 표명’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앞서 복지부는 WHO 정신보건국 정신건강정책 및 서비스 개발과장인 미쉘 풍크(Michelle Funk)와 주고받은 공식 서신을 공개하고 “WHO가 한국의 정신보건법 개정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당시 복지부는 ‘WHO는 강제입원에 대한 더 높은 수준의 보호를 위해 개정법 제43조제2항의 강제입원 요건을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는 미쉘 과장의 편지 내용을 싣고 “이번 WHO의 입장 표명으로 개정 법률의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요건 문제는 일단락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신보건법 제43조제2항은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과 관련한 조항으로, 의료계와 인권단체 의 주장이 달라 대립 중이다. 개정법률은 강제입원 요건을 ① 자타해 위험성 ② 치료 필요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내용으로, 의료계는 “보건복지부가 WHO 가이드라인을 오역했다”며 ‘둘 중 하나만 충족시켜도 강제입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인권단체는 ‘강제입원 전면 폐지’를 주장했다. 복지부는 절충안으로 강제입원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개정법을 지난해 5월 내놨고 오는 3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인권단체 관계자는 “복지부가 WHO측에 보내는 질문서한에 ‘당장 법률안이 바뀌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정신보건법이 추후 수정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한 강제입원 규정의 ‘자타해 위험성’을 ‘매우 예외적이고 급박한 위험(a serious likelihood of immediate or imminent danger)’이라며 추상적으로 소개했다. 이는 법 규정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개정법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유도한 것으로 처음부터 WHO를 속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지난 2007년도에 서명한 UN 장애인권리협약(CRPD)은 어떤 경우에라도 장애에 근거한 강제입원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WHO의 입장은 강제입원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인데 마치 WHO가 개정 정신보건법을 지지하는 것처럼 정부가 거짓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WHO는 3월13일 추가 서한을 보내 “지난 서한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UN 장애인권리협약(CRPD)은 장애에 근거한 강제입원을 허용하지 않으며, WHO는 이를 지지한다”면서 “한국의 정신보건법이 UN 장애인권리협약과 더욱 조화를 이루도록 장기적으로 강제입원 폐지를 향해 노력할 것을 권고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한국 정부를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본지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복지부 담당부서에 문의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정신장애연대는 25일 “개정된 정신보건법이 강제입원 절차를 강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개정법이) 여전히 정신장애인을 ‘위험한 관리대상자’로 보고 범죄자 취급한다. 강제입원 제도는 정신장애인을 위한 ‘치료’보다 사회로부터의 ’격리’한다는 기조가 깔려있다.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정신장애인의 탈시설화, 인간다운 자립생활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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