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손에서 탄생한 일품 떡, 맛은 편견 없죠”

▲ 삼성떡프린스 최종태 원장

[월요신문 김주경 기자] 삼성떡프린스. 떡집 이름치고는 생소하다. 삼성떡프린스는 2009년 설립된 사회적 기업이다. 장애인이 모여 떡을 만드는 이 회사는 2014년, 2015년 2년 연속 서울시 우수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비결이 뭘까. 삼성떡프린스 최종태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해서 떡집을 운영하게 됐나.

원래 제 본업은 사회복지사다. 사회복지법인 삼성원 소속 삼성농아원 사회복지사로 20여 년간 일했다. 그러다 복지법인 소속 장애인보호사업장의 업종 변경에 대한 논의가 2008년 내부적으로 제기됐다. 삼성떡프린스 전신인 삼성 애니아트에서는 장애인 대상 컴퓨터 프로그램 훈련을 해왔지만 지속성을 띄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직업훈련 업종을 고민하다가 당시 삼성농아원에서 장애인 학생 대상 떡 만드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다. 프로그램을 보니 학생들이 곧잘 떡을 만들고 일자리 창출과 수익창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떡 사업을 추진했고 2009년 7월 삼성떡프린스를 설립했다. 원장이 바로 된 것은 아니고 부장으로 있다가 2014년 원장으로 취임했다.

회사 이름이 독특하다. 의미가 따로 있나.

큰 의미는 없다. 다만 이름은 색다르게 짓고 싶었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커피프린스 1호점’이라는 드라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처음에는 ‘떡프린스 1호점’으로 하려 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떡프린스 2호점, 떡프린스 3호점은 어디 있냐고 계속 묻더라. 다시 이름을 고민한 결과 법인의 고유명칭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와 ‘삼성떡프린스’로 지었다.

삼성과 연관이 있나.

삼성과 연관된 단체냐고 오해하신 분들이 많은데 삼성과 아무 관련 없다. 사회복지법인은 더러 대기업 후원이 들어온다. 하지만 우리 복지법인은 삼성과 연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다른 기업에서는 협찬이나 후원을 하기 꺼려한다. 그렇다고 삼성 전자나 삼성 계열사에서 협찬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삼성과 불편한 관계다. 설립시기도 비슷하다 삼성전자는 1969년 설립했고 우리 사회복지법인 삼성원은 1967년 만들어졌다. 그래서 명칭을 놓고 한 때 소송도 했다.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이름 때문에 일정 부분 제약을 받는다.

삼성떡프린스는 사회적 기업이다. 회사 운영에 어려웠던 점은.

이 곳은 사회복지시설이다. 처음에는 떡 사업을 추진한 저조차 떡을 만들 줄 몰랐다. 떡을 찌는 방법이라든지 떡 고물 만드는 방법을 몰라 막막했다. 그렇다고 막대한 훈련비를 들여가면서 배울 수 없어 결국 독학을 택했다. 직접 발로 뛰며 유명떡집을 방문하고 시식해보고 대중들이 선호하는 입맛을 파악했다. 새벽까지 책을 보거나 어깨너머로 기술을 익혔다. 1달 반이 지나자 인절미‧찰떡‧백설기 정도는 만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떡을 배운 나머지 실패도 많이 했다. 떡이 갈라지기 십상이었고, 간 맞추는 게 가장 힘들었다. 어떤 때는 너무 달고 어떤 때는 너무 싱겁고…그러다가 사업 시작 3개월 만에 위기가 찾아왔다. 추석 무렵에 송편 주문이 대량 들어왔다. 무려 3톤이었다. 송편은 단순히 독학만으로는 안됐다. 재료를 대주시기로 한 분에게 도움을 청했고 납품기한까지 1달 남은 상태에서 속결로 배웠다. 우여곡절 끝에 납품기한에 맞춰 송편납품에 성공했다. 다행히 맛있다고 하더라. 이를 계기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근로자 대부분 장애인이다. 총 몇 명이 일하나. 급여 수준은.

총 36명이 일한다. 2009년 5명에 불과했으나 8년 만에 7배 이상 늘었다. 지금 사업장에는 떡 제조자 12명, 단순임가공업 18명 그리고 행정‧ 사무 업무를 담당해주는 6명의 사회복지사가 근무한다. 사회복지사를 제외한 30명은 장애인이다. 훈련생들은 단순임가공업부터 시작한다. 보통 6개월 과정을 거치고 나서 떡을 만드는 근로자로 채용될 수 있다. 급여는 기술에 따라 차이가 있다. 훈련생들은 보통 월 30-50만 원선, 떡 제조자들은 보통 130~150만 원 정도 받는다.

▲ 삼성떡프린스 작업장

청각 장애인들만 일하나. 다른 형태의 장애인도 있나.

꼭 청각장애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적장애인도 일하고 있다. 이 곳이 청각장애인 대상 사회복지법인이다 보니 청각장애인이 좀 더 많기는 하다. 비율로 따지면 2대 1 정도 된다. 대화도 수화로 대부분 이뤄진다.

장애인들이 모인 사회적 기업이라 무시를 당한 적은 없나.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은 여전하다. 그런 인식을 극복하려고 애를 많이 쓴다. 사업 초반에는 직원들이 떡을 대충 만들었다. 자각이 필요했다. 한 번은 직원들 앞에서 보란 듯이 떡을 내동댕이치고 모두 폐기시켜 버렸다. 내다버린 쌀가루 양만 해도 15kg짜리 50포대가 넘는다. 없는 살림에 큰 타격이었다. 첫 해는 수익이 없었다. 하지만 품질만큼은 완벽을 기했다. 이제는 직원들도 떡 전문가가 다 되어 검수실력까지 갖추게 됐다.

▲ 삼성떡프린스에서 만든 증편

떡을 하루에 얼마나 만드나. 연 매출은 어느 정도 되나.

하루에 보통 2톤 정도 만든다. 현재 월 매출은 평균 3천만 원 정도다. 명절이나 행사가 많은 달에 일이 몰린다. 연 매출액은 지난 2013년 3억, 2014년 3억 6천, 올해는 4억 5천 정도로 꾸준히 늘고 있다.

떡을 구입하는 곳은 어디인가.

떡 납품은 주로 지자체 공공사회복지기관이나 군부대에서 많이 이뤄진다. 군부대 납품이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한다. 내년에는 조달청에 등록해서 납품처를 좀 더 늘릴 계획이다.

수익금은 어떻게 사용되나.

장애인 복지를 위해 우선적으로 사용된다. 재료비 제외하고 장애인 급여와 원생 교육비 직원 해외연수 비용에 주로 쓰인다. 우리 회사는 장애인을 고용해 자립 의지를 심어주는데 목적이 있다. 이익 분배차원에서 매출액이 상승하면 장애인 직원의 급여도 오른다. 수익금 일부는 지역 공헌 활동에 사용한다. 어려운 분들이나 열악한 시설에 떡을 제공하고 일부 수익금을 나눠준다. 우리 회사는 일반 기업과 달리 수익금을 100% 사회 환원한다.

서울시로부터 2회 연속 우수 사회적기업 인정을 받았는데 성공 비결은.

신뢰와 정직이 바탕이 됐다. 우선 위생관리에 철저했다. 또 방부제나 유화제를 첨가하지 않은 순수 국내 쌀을 사용해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받았다. 재료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송편은 국내산 쌀 100%라 식감이 쫄깃하다. 떡 색깔도 쌀, 호박, 쑥, 흑미, 자색고구마 등 천연재료를 사용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수작업으로 떡을 만든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명절 때면 단골손님 또는 단체 주문으로 많게는 7~8톤 이상 떡이 팔린다.

최근 들어서는 젊은층도 공략하고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도록 고구마 케익이나 답례 떡에 신경 쓴다. 우리 회사 제품은 저렴하면서도 맛이 좋다. 보통 판매 가격이 3~4만원 하는 떡 케익이나 답례 떡은 시중가 대비 50~60% 저렴하다. 그렇다보니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부부들이 많이 찾고 있다.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보람은.

말이 떡집이지 사명감 없이는 하기 어렵다. 혼자 하는 사업이면 조금 벌어서 조금 쓰면 되지만 여기는 30명의 장애인 근로자가 있다. 회사가 수익을 내지 못하면 직원들이 바깥 험한 세상으로 내몰릴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임금 체불이 안 되게끔 열심히 노력했다. 그 결과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계획을 듣고 싶다.

삼성떡프린스 2호점, 3호점을 내는 것이다. 확장성 면에서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점포를 내야 하는데 임대료가 사회적기업이 감당하기엔 부담스럽다. 부지만이라도 제공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2호점이 생긴다면 장애인 복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자리 창출에도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 저희는 기반만 제공하고, 나머지는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삼성떡프린스의 궁극적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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