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쿼츠 홈페이지 캡쳐>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500~800단어 분량의 기사는 쓰지 않는다. 대신 400단어 이하 혹은 1천 단어 이상의 기사만 생산한다. 언론사 홈페이지 보다는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뉴스를 공급한다. 기자들은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뉴스를 따라가는 대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에 선택과 집중을 한다. 미국의 온라인 경제매체 쿼츠(Quartz) 이야기다.

쿼츠는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 전문 매체다. 160년 역사의 미국 시사월간지 ‘애틀랜틱’이 쿼츠의 모회사다. 광고 매출이 급감하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애틀랜틱은 2012년 9월 쿼츠를 창간했다. 편집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 온라인 편집국장을 지낸 케빈 딜레이니(Kevin Delaney)가 맡았다.

창간 당시 쿼츠는 ‘독특한 실험’ 정도로만 여겨졌다. 인터넷 홈페이지 없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유통하는 파격적인 컨셉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정치·경제·사회·국제 등 기존의 뉴스 카테고리를 거부하고 ‘옵세션(Obsessions)’이라는 낯선 분류방식을 도입한 점도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창간된 지 약 5년이 지난 지금 쿼츠는 어떤 모습일까. 창간 당시 30명에 불과했던 직원 수는 200명으로 늘어났다. 월 평균 방문자 수는 2000만명에 육박해 세계적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의 1500만명(추정치)을 넘어섰다. 창업 이듬해 380만 달러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2013년 380만달러, 2014년 1000만달러, 2015년 1860만달러로 늘어난데 이어 2016년엔 3000만달러(약 350억8800만원)에 육박한다. 업력이 5년도 채 안된 매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이같은 성공은 혁신적이고 과감한 쿼츠만의 차별화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선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의 플랫폼 사업자에 강한 적대심을 드러낸 상당수 언론사들과 달리 쿼츠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택했다. 홈페이지 등 내부 플랫폼을 통해서는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기존 매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확률이 희박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에 쿼츠는 설립 당시부터 자사 홈페이지를 만들지 않았다. 대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SNS를 활용해 기사를 유통했다. 독자로 하여금 자사 홈페이지를 찾아오도록 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독자를 찾아가는 방식이다. 뿐만 아니라 동일한 콘텐츠라 하더라도 플랫폼에 따라 목소리와 톤을 달리 했다. 때문에 쿼츠에서는 앱과 웹 사이트, 이메일 뉴스레터를 담당하는 기자가 각각 다르다.

쿼츠의 또 다른 차별화 전략은 이른바 ‘쿼츠 곡선(Quartz Curve)’에 있다. 쿼츠 곡선은 케빈 딜레이니 편집장이 내놓은 개념이다. 그에 따르면 기사에는 아주 짧은 기사, 중간 길이의 기사, 아주 긴 기사 세 종류가 있다. 이 가운데 사람들이 주로 보는 기사는 아주 짧거나 아주 긴 기사다. 반면 중간 길이의 기사는 잘 보지도 않고 공유도 하지 않는다. 짧지도 않으면서 깊이 있는 분석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쿼츠는 ‘데스 존’으로 불리는 500~800 단어 분량의 기사는 쓰지 않는다. 대신 ‘짧고 임팩트 있는 기사’로 핵심만 전달하거나, ‘깊이 있는 분석 기사’로 독자에게 효용감을 주는 데 집중한다. 빠른 정보 전달을 위해 차트나 사진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긴 기사는 1만 단어까지도 허용하는 식이다.

쿼츠만의 독특한 콘텐츠 분류 방식인 ‘옵세션’도 성공 비결의 하나로 꼽힌다. 쿼츠 기자들은 담당 취재 분야인 출입처에 맞춰 기사를 쓰지 않는다.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뉴스를 쫓아다니지도 않는다. 대신 브랙시트, 미국 대선, 중국 경제, 자율 주행 등 독자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주제를 나눠 맡아 기사를 쓴다. 옵세션을 중심으로 ‘우리가 집중해야 할 주제’를 선정하고 거기에 인력을 집중 투자한다. 이처럼 이슈에 대한 ‘선택과 집중’ 방식을 택한 덕분에 쿼츠는 소수의 기자들만으로도 주요 이슈들을 깊이 있게 다룰 수 있었다.

전통적인 광고 영업 방식을 버리고 네이티브 광고에 최적화한 것도 강점이다. 창간 당시부터 철저하게 네이티브 광고를 목표로 한 쿼츠는 독자들이 싫어하는 광고는 싣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배너 광고를 과감하게 포기했다. 대신 네이티브 광고를 통해 뉴스 상품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실험을 계속해 왔다. 기존의 기사형 광고나 협찬 광고와 달리 네이티브 광고는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달(스토리텔링) 방식을 통해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방식이다. 플랫폼의 콘텐츠와 구성이 비슷하게 매칭 돼 있어 사용자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기 때문에 광고 효과도 크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