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로봇 '페퍼'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앞으로의 고령화 사회에서 로봇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분야의 전문가인 오준호 카이스트 교수의 말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7년 현재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3.8%로 고령사회(노인 인구 14%)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2018년이면 고령사회가 되고, 2026년에는 노인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들어서게 된다.

이에 따라 고령화 시대에 맞춰진 지능형 서비스 로봇들도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치매로봇’이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사업단이 개발한 ‘실벗’의 경우, 치매 예방을 돕는 로봇으로 일부 치매 지원센터 및 실버타운에서 사용되고 있다. 실벗은 노인들의 두뇌 기능을 활성화 시키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실벗 내부에는 신경 전문가들이 개발한 인지능력 향상 콘텐츠가 내장돼 있다. 게임, 퀴즈, 노래 가사 맞히기, 로봇이 가는 길을 기억했다 따라가기 등 내용은 다양하다.

국립재활원에서는 ‘재활로봇’을 이용해 로봇보조치료실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착용형 보행보조로봇 ‘로코멧’과 ‘워크봇’이 마련 돼 있다. 이들 재활로봇은 물리치료사 도움 없이도 장시간 재활훈련을 할 수 있게 돕는다. 또 환자의 보행형태에 대한 정보를 모니터를 통해 직접 보여주기 때문에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할 수 있게 한다.

‘간병로봇’도 등장했다. 큐라코가 개발한 간병용 ‘배설케어로봇’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특별히 고안됐다. 이 로봇은 내장된 센서를 통해 용변을 감지한 후, 공기의 힘을 이용해 배설물을 흡입해 별도의 저장용기에 배출한다. 이후 비데로 몸을 씻어주고, 바람으로 몸을 말려주는 건조까지 자동으로 실행한다.

고령화 시대에 맞춰 로봇 기술 개발에 뛰어든 것은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 간병 및 원격 의료 로봇인 ‘루디’를 개발했다. 루디는 노인에게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고 물건을 날라다 준다. 또 의사나 요양보호사 등과 원격 의료 서비스 상담을 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노인들이 위급 상황에 처하는 등 긴급 사태 발생 시에는 해당기관에 통보한다.

프랑스는 노인들이 걷는 것,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 문을 열거나 짐을 나르는 것을 돕는 로봇 ‘로미오’를 선보였다. 이 로봇은 사람과 유사한 외형을 갖추고 있으며, 인간의 목소리를 감지해 서로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또 다른 로봇 ‘마리오’는 치매 노인들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리오는 TV리모컨, 열쇠, 안경 등 잃어버린 개인 용품을 찾아내도록 센서가 장착돼 있다. 가족사진 등을 치매노인에게 보여주며 대화를 유도해 치매 환자의 기억력에도 도움을 준다. 또 날씨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외로움을 덜어주는 역할도 한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의 경우, 로봇이 이미 가족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노인요양시설에서 사용되고 있는 로봇 ‘파로’는 심리치료 목적으로 개발됐다. 바다표범 모양의 파로는 혼자 있는 노인에게 다가가 말동무가 돼 주고 운동도 권유한다. 안아달라고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쓰다듬으면 눈을 살짝 감기도 한다. 괴롭히면 짖기도 하는 등 주인과의 교감에 중점을 뒀다.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로봇 ‘페퍼’의 경우, 노인들의 뇌 트레이닝을 지원한다. 가슴에 부착된 화면에 문제를 내면 노인들이 화면을 터치해 정답을 맞추는 방식으로 치매 환자들을 훈련시킨다. 페퍼는 표정을 읽고 감정을 파악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으며, 노인들과 대화도 가능하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