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지사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권현경 기자] 홍준표 유승민, 두 적장의 정반대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당 체제 정비를 위한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있다. 홍 전 지사는 본인이 직접 당권 도전 의지를 드러내는 한편, 유 의원은 백의종군 의지를 밝혀 대조적이다.

홍 전 지사는 지난 12일 미국으로 떠났다. 활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통해 이른바 SNS 정치로 자유한국당 친박의원, 바른정당 의원, 문재인 정부 4대강 정책감사, 인사 등 전방위적 비판을 가하면서 자유한국당 당권과 보수진영의 주도권 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반면, 유 의원은 대선주자 중 유일하게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이후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방문, 5·18 묘역 참배, 팬미팅, 강연 등을 다니면서 소통하며 외연 확장에 힘쓰고 있다.

홍준표 전 지사, 미국서 SNS 정치로 친박 때리기

홍준표 전 지사는 12일 “나는 당권가지고 싸울 생각 추호도 없다. 그런데 친박은 좀 빠져줬으면 한다”는 말을 남기고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는 친박계 홍문종 의원이 “보수정권 창출을 못한 데 홍 후보가 죄송하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말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14일부터 본격적인 SNS 정치를 시작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귀국하면 신보수주의 이념을 중심으로 당을 새롭게 하고 새로운 국민운동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며 당권 도전을 시사했다.

그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선 때 치솟았던 지지율이 (자유한국당 13%로) 폭락한 것은 대선패배도 원인이 되겠지만 무엇보다도 당 쇄신이 되지 않아 아직도 우리 국민들은 자유한국당을 새로운 신 보수주의 정당이 아닌 실패한 구 보수주의 정권세력들의 연장으로 보고 있기 때문. 그 잔재들이 당을 틀어쥐고 있는 한, 그 잔재들이 당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한, 우리 국민들은 자유한국당을 버릴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은 쇄신되어야 산다. 이념적 지향점도 바꾸고, 지도부도 바꾸고, 정신도 바꾸고, 자세도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도부 사퇴를 요구한 홍 전 지사를 향해 “여태껏 낙선한 대통령 후보들은 대개 좌절하거나 정계 은퇴를 했다는 점을 인식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홍 전 지사와 지도부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홍 전 지사는 17일 자신의 SNS에 “박근혜 팔아 국회의원 하다가 박근혜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었고 박근혜 감옥 가고 난 뒤 슬금슬금 기어 나와 당권이나 차지 해 볼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사람들 참 가증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홍문종 의원이 친박 의원 등을 ‘바퀴벌레’에 비유해 비난한 것을 두고 “제정신이냐. 낮술을 드셨나 정말”이라고 강하게 맞받았다.

친박계 유기준 의원 역시 이날 “홍 전 지사의 노고에 대해서도 인정을 하고 좋은 말씀 드리고 싶지만 정치 지도자는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계속 대선이후 당내 상황에 대해 이렇게 하는 건 썩 좋은 모습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홍 전 지사의 비판의 칼날은 바른정당으로 향하고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바른정당을 위성정당으로 만들어서 우파를 분열시키고 앞으로 사정을 매개로 자유한국당을 흔들 것이다”, “얼치기 강남좌파들이 자유한국당에서 떨어져 나간 것은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만 이들이 건전보수를 가장하고 국민들을 현혹하는 일은 우리가 선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수저 물고 태어나 세상 어려움 모르고 강보에 휩싸여 포시랍게 자라서 서민 코스프레나 하는 금수저 2세 정치인들이 이끄는 사이비 보수 정치 세력들은 이제 곧 사라질 것이다. 자유한국당에서도 받아 줄 수가 없는 금수저 2세나 배신의 상징인 일부 정치인들은 결국은 정치적 자멸의 길로 갈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연이어 공격했다.

이에 바른정당 김세연 사무총장은 30일 “괴짜 정치인의 근거 없는 발언이라고 해도 어이가 없고 기가 차다. 극우에 서 있다 보니 자기보다 더 왼쪽에 있으면 모두 좌파가 되는 자기 편의적 아집이 경이롭다. 세탁기, 설거지, 돼지 발정제, 영감탱이 등 정치인 입에서 나온 허언의 가벼움이 망언으로 변질된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 한국당은 건축물로 비유하면 재난위험시설 E등급이다. 신속한 해체작업에 들어가라”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 “백의종군하며 강연 소통으로 외연 확장”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6월 26일 예정된 전당대회와 관련해 “대선 패배의 책임은 후보가 제일 크다. 바른정당이 진짜 새 모습을 보이려면 이번에 새 얼굴들이 나와야 한다”며 재등판 가능성을 일축했다.

유 의원은 당분간 전국을 돌며 강연 정치를 이어갈 예정이다. 대선에서 젊은 보수층의 지지를 확인한 만큼 전통적 보수층을 두고 한국당과 경쟁하기보다 새로운 보수층 창출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유 의원은 대선이 끝난 후 아름다운 패자의 모습으로 더 회자됐다. 유시민 작가는 “(유 의원이) 승복선언을 하면서 문재인 후보에게 전화로 축하 인사를 했다. 이제 우리는 모두 다시 하나가 되어 이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인사했다. (정치를 계속할거면) 낙선한 선거에서 멋지게 진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 유 의원의 낙선인사가 가장 정상적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국회의원 스무명 남아있는 쪼그라든 정당인데 일일이 악수하면서 분위기가 훈훈하더라. 가장 우울하고 슬퍼보여야 될 패배한 정당의 풍경이 아니라 서로를 위하는 따스한 풍경이었다”며 유승민 후보 선거 캠프 해단식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유 의원은 각 지역 대선캠프 해단식에 참석해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해 준 지지자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최근 신입당원과의 간담회에서 “제가 당대표에 출마하기보다 제가 할 역할을 다하고 응원하면서 언젠가 당이 저보고 모든 거 다 던져라 하면 (그때) 하겠다”며 자신의 거취 외에도 이날 모인 300여명의 당원들과 함께 당의 진로를 놓고 소통을 강화했다. 수도권에 이어 대구지역 팬미팅도 가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 17일에는 세월호 미수습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는 전남 목포신항을 방문해 가족들의 건강과 안부를 일일이 챙기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논란이 됐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허용’과 관련해 “새 정부에서 방침을 밝히고, 광주시민들이나 유가족이 원하는 대로 제창을 하면 되는 것이다. 제창이다, 합창이다를 다투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일이다. 다만,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공식기념곡 지정은 바른정당 의원들과 상의를 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바른정당 전 대통령 후보 유승민 의원님 고맙습니다. 대한민국에도 제대로 된 보수가 있다는 것 꼭 보여주시길 기대합니다”라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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