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아이들이 기뻐하며 들을 때 가장 행복”

<피아니스트 김별씨가 건국대병원 피아노라운지홀에서 열린 '정오의  음악회'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

바흐의 영혼이 담긴 연주. 은은하게 울리는 피아노 음에 환자들이 귀를 기울인다. 지난 25일  건국대병원 피아노 라운지홀에서 열린 ‘정오의 음악회’에서다. 이날 연주자는 피아니스트 김 별씨(31세).

이날 김별씨는 약 50분 동안 7곡을 연주했다. 연주가 울려퍼지는 동안 환자와 내원객은 발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일부 관객은 피아노 연주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는 등 호응도가 높았다.

김별씨는 건국대 병원에서 7년째 재능 봉사를 해오고 있다. 그 사연을 들어봤다.

이름이 독특한데 예명인가.
예명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데 본명이다. 성경적 의미를 담은 이름이기도 한데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한글 이름이다.

연주회 첫 곡이 마음에 와 닿았다. 선곡할 때 어떤 기준이 따로 있나.
가급적 병원 음악회의 특성에 맞는 곡으로 정한다. 환자분들이 힘을 얻고 지친 마음이 치유될 작품 위주로 선곡한다. 또 작품성에 비해 일반인들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곡도 연주한다. 오늘 연주한 첫 곡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바흐의 오르간 트리오소나타 5번을 20세기 소련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사무일 파인베르크가 편곡한 곡이다. 바흐의 깊은 영성을 느낄 수 있다.

<피아니스트 김별씨(오른쪽에서 세 번째)>

정오음악회 봉사는 언제부터 했나.
2010년 3월부터 해왔다.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시던 어머니의 소개로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 무대에 섰을 때 많이 설렜다. 연주가 끝난 뒤에 오히려 제가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까지 그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며 연주하고 있다. 정오의 음악회는 건국대병원에서 2005년부터 시작된 음악회다. 다양한 자원봉사자들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진다. 곧 3000회를 앞두고 있다.

인터넷에서 김별씨를 검색해보니 힙합 연주자로 소개돼 있던데.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부모님의 영향도 컸다. 초등학생 때 미국 힙합에 빠지면서 음악가의 길로 접어들게 된 계기가 됐다. 이후에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했다. 그것이 지금의 방향성을 만들어줬다. 현재의 ‘마음 연주회’라는 개인 소극장 콘서트를 하고 있다. 6월 2일 ‘203번째 ,색채: 연보라’ 공연 예정이다.

‘마음 연주회’는 어떤 형식으로 공연하나.
글과 피아노 음악을 통해 ‘마음’이라는 추상적 존재를 표현하는 연주회다. 문학적 요소와 음악, 심리적 요소들이 섞여 있다. 마음연주회 페이지에 공연과 관련한 내용이 정리돼 있다. (http://facebook.com/recapturable)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는 누구인가.
바흐, 그리고 차이코프스키다. 특히 바흐는 내게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다. 클래식 최고의 작곡가들도 우러러보는 절대적 존재이고, 신의 영역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각박한 세상에 음악을 통해 위로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분들에게 ‘힐링곡’을 추천해 준다면.
아이슬란드 뮤지션 Ólafur Arnalds(올라퓌르 아르날스 or 올라퍼 아르날즈)의 2집을 추천하고 싶다. 영화 ‘해피엔드’ OST와 함께 내 인생 최고의 음반으로, 치유라는 단어에 잘 어울리는 앨범이다.

7년이나 재능 봉사를 해왔는데 힘든 점은 없었나.
개인적으로 크게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다. 오히려 봉사의 보람이 커서 늘 기쁜 마음으로 무대에 선다. 정오의 음악회 연주는 한 달에 1~2회 1시간 독주 프로그램으로 하고 있다. 관객 분들이 ‘힘이 되었다. 위로가 되었다’는 말을 들을 때 행복하고, 특히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이들이 듣고 기뻐할 때 가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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