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의 정유라 지원 배경 등에 대해 증언했다. 박 전 전무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을 적극적으로 도와준 인물로, 삼성뇌물 사건의 실체를 밝혀줄 핵심 증인 중 한 명이다.

이날 박 전 전무는 ‘정유라 승마지원’과 관련해 ‘삼성 측이 사전에 최순실씨의 존재를 알았을 것’이란 취지의 증언을 했다. 그는 “2015년 6월 5일 김종찬 당시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통해 이영국 협회 부회장(현 제일기획 상무)을 만나 승마협회 현안에 관해 이야기했다”면서 “이 부회장으로부터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가 됐는데 올림픽 준비를 위해 무엇을 지원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받고 ‘다음해에 있을 리우올림픽은 시간이 촉박해 어렵고 2020년 도쿄올림픽은 준비해볼만 하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말했다. 박 전 전무는 그러면서 “당시는 내가 대한승마협회에서 어떤 직책도 맡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이 부회장이 만남 요청에 응한 것은 나를 정씨의 후견인으로 알고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2015년 7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2차 독대 이후에야 최순실씨의 존재를 알게 됐다’는 삼성 측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박 전 전무는 “최순실씨가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라는 보도가 맞다고 생각했다”는 증언도 했다. 그는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김종찬 전 승마협회 전무와 박재홍 전 승마 국가대표감독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면서 “우리끼리는 최씨가 서열 1위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윤회는 2위가 아닌데 박관천 전 경정이 잘못 본 것 같다는 얘기도 했다”고 밝혔다. ‘왜 최씨가 권력서열 1위라고 생각했느냐’는 특검 측 질문에는 “최씨는 자기에게 권력이 있다는 표현을 하지 않고 비밀스럽게 행동했다. 하지만 최씨가 한 여러 일들을 모아서 생각해보니 서열 1위가 맞는 것 같다고 했었다”고 답했다. 박관천 전 경정은 2014년 11월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우리나라의 권력서열은 최순실씨가 1위고 정윤회씨가 2위, 박근혜 대통령은 3위”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노태강 전 국장 등을 ‘나쁜 사람’으로 지목한 것이 최순실씨의 말을 그대로 따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박 전 전무는 “2013년 최순실씨는 정유라씨가 상주대회 우승에 실패하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승마협회를 감사하도록 했다”면서 “당시 감사를 맡은 진재수 전 문체부 과장이 저를 찾아와 승마협회와 관련해 물어봐 답해줬다. 그런데 진 전 과장이 제 뒷조사를 한 것도 알게 돼 최씨에게 이 사실을 말했더니 ‘참 나쁜 사람이네요’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박 전 전무는 “이후 언론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에게 ‘나쁜 사람’이라며 진 전 과장과 노태강 전 국장 등을 한직으로 물러나게 했다는 보도를 봤다”면서 “‘나쁜 사람’이라는 표현이 최 씨가 썼던 표현과 같아서 조금 놀랐다. 그 일을 계기로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이 가까운 사이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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