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들. <사진=플리커>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4차 산업혁명’이 산업계 화두다. 4차 산업혁명은 지난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에서 처음 언급된 용어다. 이는 인공지능·사물인터넷·가상현실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돼 나타나는 혁신적인 변화를 뜻한다. <월요신문>에서는 혁신의 발상지라고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이 어디까지 왔는지 살펴보려 한다. 연재 첫 순서로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실리콘밸리의 ‘변화’다.

“실리콘밸리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다.”

로봇공학자인 데니스 홍 UCLA 교수의 말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정보통신기술의 연장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기술 개발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실리콘밸리에서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ICBM(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등 4차 산업혁명의 첨병 기술들이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거대 IT 기업들은 인공지능 분야에 올인하고 있다. 이들은 인공지능 스타트업들을 인수해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있고, 이를 자사의 서비스와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구글이 ‘딥마인드’라는 기업을 인수해 ‘알파고’를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애플은 ‘시리’, MS는 ‘코타나’, 아마존은 ‘알렉사’, 구글은 ‘구글어시스턴트’라는 인공지능 비서들을 개발 보유하고 있다. 각 기업들은 최근 인공지능을 스피커와 같은 가전제품에 탑재하기도 했다. 이들은 인공지능이 미래 스마트 홈에서의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 8대 자동차 업체들은(폭스바겐, GM, 포드, BMW, 도요타, 혼다, 닛산, 현대자동차)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설치했다. 이들은 자체 기술 개발 외에도 스타트업과의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GM은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인수했고, 포드는 ‘아르고 AI’에 향후 5년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BMW도 인텔과 같은 기업들과 합작해 자율주행차 기술개발을 추진 중이다. ‘오토파일럿’이라는 반-자율주행 기술을 가장 먼저 상용화한 테슬라의 경우, 완전자율주행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구글은 자율주행차 부분을 ‘웨이모’로 분사시켜 사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제조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을 추진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그 중 실리콘밸리가 집중하는 것은 사물인터넷이다. 사물인터넷은 제품 설계에서 생산, 수리에 이르는 각종 디지털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조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변화를 선언한 미국 제조업의 대표주자 GE의 경우, 사물인터넷 관련 솔루션 개발을 위해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네트워크 장비 기업인 시스코는 사물인터넷의 확장 버전인 만물인터넷을 제시하며, 사물인터넷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구글도 ‘네스트’라는 스타트업을 인수해 사물인터넷 기술개발을 추진 중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의 구현을 위해서는 높은 컴퓨터 사양이 필요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최근 기업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설치하기보다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있다. 클라우드는 ▲컴퓨터 저장공간 ▲원격사용 프로그램 등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다.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현재 아마존, MS, 알파벳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의 IT공룡 기업들도 앞다퉈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도 실리콘밸리에 데이터센터를 개설하면서 시장에 진출했다. IBM도 클라우드 서비스 연구를 위해 연구센터를 운영 중이다.

조용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소장은 “실리콘밸리는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기술 개발이 세계 어느 곳보다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곳”이라며 “누가 좋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빅데이터-인공지능을 통해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 경쟁력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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