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뉴욕타임스 기사 캡처>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추가 반입’ 진상조사 지시에 미국 언론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언론은 ‘문재인 정부와 미국 국방부 사이가 틀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 2기 외에 추가로 4기의 발사대가 비공개로 국내에 추가 반입된 사실을 보고받고 반입 경위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에 따르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비공개 추가 반입 사실을 보고받은 문 대통령은 “매우 충격적”이라는 의견 표명과 함께 “어떤 경위로 4기가 추가 반입된 것인지, 반입은 누가 결정한 것인지, 왜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새 정부에도 지금까지 보고를 누락한 것인지 진상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미국이 사드의 비공개 추가 반입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미국 국방부는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30일(현지시간) 제프 데이비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사드 배치의 전 과정은 매우 투명했다”면서 “사드는 현재 초기 능력만 보유하고 있어 완전한 임무수행을 위해서는 능력이 더 추가돼야 한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앞으로도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 보고가 누락된 것은 미국과 무관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문 대통령은 31일 청와대에서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와 면담을 갖고 “사드 진상조사 지시는 전적으로 국내적 조치다. 기존의 결정을 바꾸거나 미국에 다른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사드 배치는 북핵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결정한 것이다. 전임 정부의 결정이지만 그 결정을 가볍게 여기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지난 정부의 사드 결정에서는 민주적·절차적 정당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미국이 이런 부분을 이해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문 대통령 집권 이후 사드 관련 첫 발언이 ‘사드 반입과정에 대한 진상조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3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의 비공개 추가반입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는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됐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미 국방부의 사이가 이미 틀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한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면서 “시 주석은 2013년 당시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환대했고, 새로 취임한 문 대통령에게도 구애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한·미·일 동맹에 균열을 가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으로서는 박 전 대통령보다 대북 포용적인 문 대통령을 더 친근하게 느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CNBC 방송은 1일(현지시간) 존 비너블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한국이 사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해가 될 것은 없다”면서 “그런데도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한 정치인이 미국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해 ‘정치적 논쟁(political talking point)’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CNBC 방송은 이어 “사드 진상조사 지시는 중국의 환심을 사려는 시도”라면서 “중국은 한국의 주요 무역대상국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전체의 4분의 1에 달하고, 홍콩을 포함하면 30%를 넘어선다. 사드 문제로 중국이 보복조치를 할 경우 한국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사드 추가 반입 논란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어쩌면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의 계략에 빠진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LA타임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LA타임스는 30일(현지시간) “국방부의 보고 누락에 충격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배치 관련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면서 “그간 사드 배치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던 한·중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미국 언론의 반응에 대해 외교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 문제를 ‘정치적 논쟁’이나 ‘중국에 이용당하는 문제’로 몰아가면서 중국과 미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미국 언론의 논조는 철저히 미국적 시각에 불과하다”면서 “우리에겐 한중 관계나 한미 관계 모두 중요하다. 양자 간의 관계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걸 사드 문제 하나로만 풀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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