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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종창 가람도서관장 “이한열의 희생이 던진 의미는…”
<사진=이종창 가람도서관장>

6·10민주항쟁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다. 이날이 오면 군부 독재에 맞서 싸우다 목숨을 잃은 ‘이한열 열사’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이 열사의 사진은 전두환 정권의 잔혹함이 외신을 타고 전 세계에 알려졌다. 이 열사를 부축한 사진 속 인물의 주인공은 당시 연세대 도서관학과 2학년생 이종창씨이다. 30년 전 사진 속 청년은 어느덧 머리가 희끗한 ‘도서관 관장님’이 됐다. 6월 3일 경기도 파주 가람도서관에서 그를 만났다.

관장님에게 6·10항쟁의 의미는 남다를 것 같다. 현장에서 목격한 항쟁은 어떤 모습이었나.
-1987년 6월9일 연세대 정문으로 향하기 전 쇼크조(SOC. 난 아직도 이 약자가 뭔지 모른다)의 한 사람이었다. 이 쇼크조는 시위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방어전선을 구축하는 역할을 했다. 당시 이한열이도 쇼크조의 한 명이었다. 그날은 다음날(10일) 국민대회를 앞두고 열린 시위라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찰도 최류탄을 쏘고 한 템포 있다가 투입된 것과 달리 그날은 최류탄을 쏘자마자 진압이 시작됐다. 느낌이 이상했다. 뿌연 최루탄 연기에 후퇴하려는데 누군가 옆에서 쓰러졌다. 쓰러진 동료를 안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이한열이 쓰러진 뒤 어떤 행동을 취했나.
-쓰러진 한열이를 부둥켜안은 채 나아가는데 뒤에 있던 학생들이 달려왔다. 그들에게 한열이를 부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쓰러진 사람이 이한열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학생들에게 한열이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 줄 것을 부탁하고 난 뒤 나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쓰러진 학생이 한열이라고 친구가 말해줬고 위독한 상태란 것도 알게 됐다. 그날 이후 5일 정도 지나 나도 학교에서 쓰러져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됐다. 당시 중환자실에 한열이와 함께 입원한 사실도 한열이 어머님이 찾아오셔서 알게 됐다. 한열이의 상태가 더욱 악화돼 결국 운명하게 됐다. 가족들은 내가 충격 받을 것을 우려해 며칠 후 퇴원을 미뤘고 한열이 5일장이 치러진 날 퇴원했다.

그때까지 이한열 열사와 일면식이 있었나.
-전혀 없었다. 나중에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 한열이 고향은 화순이고 광주진흥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나는 조선대부속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은 영광이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재수도 종로학원에서 같이 한 사실을 알고 간단치 않은 인연이라고 느꼈다.

당시에 시위로 끌려가거나 고초를 당한 적은 없나.
-수배령이 붙어서 경찰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위장취업을 했다. 공장에 취업해서 프레스, 밀링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가족들과 친구들도 경찰의 감시에 시달렸다.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 집에는 1주일에 한 번씩 경찰들이 왔다. 일이 힘든 것 보다 혼자라는 고립감을 견디기 힘들었다.

이한열 가족과는 연락을 하는 편인가. 망월동 이 열사 묘는 가보셨는지.
-한열이 어머님을 추모식 때 가끔 뵌다. 자주 뵙기에는 마음이 아프다. 이한열 묘는 참배하러 간다. 가면... (이종창 관장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한열이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난다. 민주주의가 후퇴한 시기에는 더 마음이 아팠다.

대학 졸업 후 난곡 주민들을 위한 무료도서관을 운영했다. 모교인 연세대학교도서관에서 일했는데 대학도서관에서 공공도서관으로 옮긴 이유가 궁금하다.
-난곡 무료도서관은 대학시절 뜻을 같이한 학우들이 모여 도서관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운영했다. 모교에서 도서관 사서 모집 기회가 주어져 지원하게 됐다. 면접 때 교수님들이 저의 시위 경력을 희석시켜 주시는 등 여러 가지 도움을 주셨다. 대학도서관 근무를 시작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교수님과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지식 정보 제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도서관 건축 설계나 사서 교육 등 여러 분야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애썼고 인정을 받았다. 이후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기 위해 공공도서관 도서관장 모집 공고를 보고 응모했다. 응모해서 처음 근무하게 된 곳이 은평구 구산동 도서관마을이다. 구산동 도서관마을 개관 작업을 위해 1년간 했다. 이후 몸이 아파서 그만뒀다. 몸이 회복 되고 지금의 가람도서관으로 오게 됐다.

도서관 문화가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도서관이 ‘책대여, 공부 장소’라는 인식은 여전하다. 도서관의 역할에 대한 관장님의 견해는.
-역사적으로 도서관은 지식정보의 보존과 이용이라는 역할로 자리 매김 돼 왔다. 하지만 과거 한국의 도서관은 공부방으로 인식되어온 게 사실이다. 지방자치제 소속 공공도서관이 생겨나면서 차츰 인식이 바뀌는 중이다. 시간이 갈수록 시민들의 정보에 대한 요구가 점점 확산되고 도서관을 공부방에서 책 읽는 곳으로 인식이 달라지는 것을 본다. 요즘 공공도서관의 역할은 지역주민들의 공동체의 장이 돼 가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도서관을 매개로 소통한다. 그런 의미에서 도서관이 지역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람도서관은 문화 특화 도서관이다. 그만큼 사서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은데.
-사서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제너럴리스트로서의 역할과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역할이다.   가람도서관은 일반 공공도서관이면서 음악특화도서관이다. 음악담당 사서가 전문성 기반으로 음악분야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역량을 발휘해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수년 전부터 ‘카페브러리’(Cafe+Library)나 북카페 등이 많이 생기고 있다. 현직 도서관장으로서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나 아니면 문제가 있다고 보나.
-고객의 니즈에 의한 사회적 변화로 본다. 북카페나 카페브러리등은 특정한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공공성’에서 차이가 있다. 공공도서관은 모든 고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용하는 곳이다. 지식과 정보를 향유하는데 차별이 없어야 하고, 지역 기반의 다양한 정보요구 그리고 지역 시민들을 공동체로 묶어내는 것 등이 다른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AI(인공지능) 확산이 도서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역할이 다를 수 있다. 인공지능은 빅데이터 축적에 의한 서비스는 가능하지만 사람이 필요한 업무 분야도 있다. 사서의 경우 실시간으로 필요한 정보를 적시 적소에 배치할 있어 AI와 차별화된다. 양쪽을 조화롭게 융합시켜 정보 제공의 요람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촛불 때 뭘 하셨는지 궁금하다.
-촛불 집회에 몇 차례 참석했는데 시위 문화가 과거와 달라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30년 전에는 학생회가 주도하는 시위였지만 지금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또 시위의 성격도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래서인지 구호를 외치는 것도 좀 쑥스러웠다. 1980년대만 해도 ‘독재 타도’가 구호였으나 지금은 ‘공정’이나 ‘차별금지’ 등으로 바뀌었다. 이런 구호를 보면 변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열망이 느껴진다.

박근혜 정부에서 파쇄기를 여러 대 구입해서 기록물 훼손 논란이 일었다. 어떻게 보나.
-정보 보존의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다. 기록물은 대대손손이 공유해야 할 역사적 자산이다. 파쇄기 구입과 관련해 언론 보도를 보고 ‘아 이래서 탄핵이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또 다른 탄핵 사유다. 기록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 사람의 문화적 소양을 가름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기록을 단지 개인의 목적에 따라 다루는 것을 보면서 저런 문화적 소양을 가진 정부가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왔는지 개탄스러웠다.

황교안 대행이 대통령 기록물 봉인을 승인해 논란이 됐는데 이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기록물 열람에 대한 접근을 금지한 거로 본다. 정보의 이용측면에서 심각한 훼손이다. 기록을 보존하는 뜻은 자손만대에 그 기록을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인데, 활용하지 못하도록 장기간 봉인한 것 또한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윤정 기자  chy06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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