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AI 스피커 '에코'. <사진=아마존>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글로벌 IT 기업들이 앞다퉈 인공지능(AI) 스피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애플은 지난 5일(현지시간)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통해 첫 AI 스피커 ‘홈팟’을 공개했다. 홈팟은 애플의 음성비서 ‘시리’를 탑재해 음성으로 스피커와 상호 의견을 교환하고 작동시킬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는 메시지 확인, 날씨, 교통상황, 주식 검색 등 다양한 명령도 가능하다. 또 애플의 스마트홈 플랫폼 ‘홈킷’과 연동해 말로 집안 조명과 온도를 제어할 수 있다.

현재 AI 스피커 시장은 아마존의 ‘에코’와 구글의 ‘구글홈’이 주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홈팟의 등장으로 AI 스피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 하반기 마이크로소프트(MS)·소프트뱅크·네이버 등 국내외 IT 기업들이 차례로 AI 스피커를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

MS는 삼성전자가 인수한 오디오 전문 업체 ‘하만카돈’과 협력해 MS의 AI 비서 ‘코타나’를 탑재한 스피커 ‘인보크’를 개발 중이다. 인보크는 AI 스피커 최초로 전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인보크의 글로벌 출시는 올 3분기로 예정됐으며 구체적인 가격은 밝혀지지 않았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도 조만간 AI 스피커 ‘플렌 큐브’를 공개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는 로봇기술 스타트업인 ‘플렌고어 로보틱스’와 협력해 플렌 큐브를 개발 중이다. 플렌 큐브는 이용자의 얼굴을 인식, 음성 명령에 반응하고, 음성으로 온라인 검색 등을 주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I 스피커 시장 경쟁은 국내에서도 뜨겁다. SK텔레콤은 지난해 국내 최초의 AI 스피커 ‘누구’를 내놓았으며, KT는 올해 초 ‘기가지니’로 맞불을 놨다. 이들 AI 스피커는 음악 감상이나 날씨 등 기본적인 정보제공에서 벗어나 홈 사물인터넷(IoT) 조작과 음식배달, 쇼핑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밖에 네이버와 카카오도 올 하반기 AI 스피커를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외 IT 기업들이 AI 스피커에 집중하는 이유는 AI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현재 AI 스피커가 AI 기술을 활용해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제품인 만큼, 이를 통해 장차 AI 플랫폼을 장악하겠다는 것. AI 스피커 시장에서의 성패는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로 연결되기 때문에 업체들은 치열한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

AI 스피커의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AI 스피커 시장 규모는 2015년 3억6000만 달러에서 오는 2020년에는 21억 달러를 기록하며, 연평균 42.3% 급성장 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에는 전 세계 가정 중 3.3%에서 1대 이상의 음성인식 스피커를 사용, 이들 중 25%가 가정 내 2개 이상의 음성인식 스피커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AI 스피커는 단순히 음악을 재생하는 스피커가 아니라 AI 기술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기기다. AI 스피커가 AI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플랫폼을 한데 묶을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된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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