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참 복 받은 땅에 태어났다. 4계절이 뚜렷한 데다 전체의 63%가 산과 계곡으로 이뤄져 4600종 정도의 식물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4월에 전국 어딜 가나 노란개나리를 볼 수 있고 5월엔 철쭉꽃, 여름엔 진한 녹음이 우거지며 가을의 노랗고 붉은 단풍철을 지나 겨울에 상록들과 흰 눈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자연은 변화무쌍하다. 지구상에 이런 자연을 가진 나라는 그리 흔치 않다. 이런 자연에 살고 있는 야생화들을 찾아 그들이 사는 모습을 전하며 꽃들을 통해 배울만한 꺼리를 찾아 4월부터 월 2회씩 독자에게 전하고자 한다. 꽃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고 꽃처럼 사는 분들이 많아지길 기대하며...

 

꽃도 노란색으로 귀하지만 꽃잎이 두꺼워 상대적으로 다른 나리들보다 꽃수명이 길다. <사진=송정섭 박사>

어떻게 생겼나

‘섬말나리’, 꽃말은 ‘더 이상 고귀할 수 없다’, 영명은 ‘Ulreungdo lily’. 우리 산야에 사는 다양한 나리들 중에서 6월 중순부터 노랑색으로 피면서 잎이 윤생(둘려나기)하는 나리다. 이름처럼 섬, 특히 울릉도에 군락으로 자생하며 우리 한국특산식물이기도 해 귀하신 몸이다. 꽃말처럼 나리들 중 자신만큼 귀한 종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할만큼 빼어난 자태를 지녔다.

 

섬말나리는 다른 나리들과 달리 잎이 마디마다 돌려나는(윤생) 특징이 있다. <사진=송정섭 박사>

 

어디에 쓰나

꽃이 아름답고 꽃잎도 두꺼워 나리들 중 꽃 수명이 긴 편에 속한다. 특히 반 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 낙엽수 아래의 여름화단용으로 최고급 소재다. 한 두 포기 심겨있는 것보다 5포기 이상 군락을 이루고 있으면 정원의 한 포인트가 되어 아름다운 모습이 연출된다. 꽃들이 많으면 꽃을 잘라 꽃꽂이를 즐길 수 있으며 실내에서도 꽃이 오래간다. 나리류 원산지는 한중일의 아시아 지역에 많다보니 전 세계 나리(백합)꽃 육종에 한국산 유전자원들이 교배모본이나 부본으로 흔히 이용되는데 노랑색 인자를 가진 섬말나리는 특히 귀한 대접을 받는다.

 

여느 야생화들처럼 섬말나리도 군락을 이루고 있으면 훨씬 아름답고 존재감이 넘친다. <사진=송정섭 박사>

 

정원에서 가꾸기

나리꽃들이 여름에 피긴 하지만 지나치게 고온다습한 건 좋아하지 않는다. 여름에 시원하게 해 주는 게 관리의 핵심이다. 단풍나무나 산딸나무 같은 낙엽성 관상수 아래 반그늘 정도 햇볕이 들어오는 곳으로 물이 잘 빠지는 비옥한 곳을 좋아한다. 번식은 알뿌리의 인편을 떼어 심는 게 보통이다. 인편을 떼어 깨끗한 삽목상에 심어 묘로 키운 뒤 근생엽(뿌리에서 나오는 한가닥 잎)이 나오고 경생엽(줄기에서 나오는 쌍잎)이 나오면 화단에 정식해 준다. 묘를 대량으로 생산할 때는 씨앗으로도 번식한다.

섬말나리를 화단에 심을 때는 꽃이 다 피었을 때를 생각하여 충분한 간격을 유지해 주는 게 좋다. <사진=송정섭 박사>

 

더 이상 고귀할 수 없다,

야생화들은 개량된 원예종들에 비해 덜 화려하고 수수한 형태로 어느새 피었다 지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섬말나리는 어느 원예종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갖고 태어나 천생적으로 고귀한 존재인 것 같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내공이 클수록 화려한 원예종보다는 수수하면서 튀지않는 야생화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섬말나리 꽃을 직접 보면 꽃을 아는 내공의 깊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 약력>

송 정 섭 이학박사 (사)정원문화포럼 회장

· 농식품부, 산림청, 서울시, 경기도 꽃 및 정원분야 자문위원

· 농촌진흥청 화훼분야 연구원, 화훼과장, 도시농업과장 역임

· SNS 365일 꽃이야기 운영자 및 페이스북 ‘송박사의 꽃담이야기’ 회장

· 꽃과 정원교실 ‘꽃담아카데미’ 개원 (내장산 송죽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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