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최근 잇따른 치킨값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진 가운데 대한양계협회가 치킨값 인상의 부당성을 성토하고 나섰다. 현 육계시장은 치킨값이 천정부지로 뛰어도 생산자가 수익을 볼 수 없는 ‘프랜차이즈 독식’ 체제로 상생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대한양계협회는 12일 “치킨 한 마리당 2만원 이상인 비싼 치킨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프랜차이즈 업체의 독단적인 가격결정 체계는 매우 불합리하다. 치킨값을 우리와 협의하라는 건 아니지만, 가격을 올리면 자연히 소비가 위축되고 재고가 쌓여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 퀄리티의 제품 보다는 대중적이고 제품을 많이 팔아서 1인당 닭고기 섭취율을 올리는 것이 프랜차이즈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양계협회의 불매운동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치킨 프랜차이즈와 직접 납품계약을 맺는 곳은 닭을 키우는 양계업자가 아닌 ‘하림’이나 ‘마니커’로 대표되는 대형 육계 유통업체들이기 대부분이기 때문. 양계업계 한 관계자는 “육계의 직접적인 납품계약은 프랜차이즈와 유통업체 간에 이뤄진다. 양계업계가 불매운동 이야기를 꺼냈지만 실현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양계업자들은 왜 ‘불매운동’ 카드를 꺼내들었을까.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라도 해야 대형 프랜차이즈나 계열사에서 닭을 많이 팔아야 하는 농가 형편을 돌아봐주지 않을까 하는 심정에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유통업체-양계농가는 매우 복잡한 유통구조를 갖고 있다. 유통업체가 병아리와 사료 등을 농가에 외상 지급하고 농가가 닭을 키우면 농가는 마리당 ‘사육비’를 지급받는다. 일종의 하청인 셈이다. 사육비가 마리당 지급되기 때문에 닭 소비량이 높아지면 그만큼 양계업자 형편도 나아진다. 소비자만큼이나 치킨 가격 인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육계 유통업체의 경우 상황이 미묘해진다. 치킨값 인상에 따른 소비위축을 생각하면서도 프랜차이즈 눈치를 봐야하는 입장이기 때문. 한 업계 관계자는 “육계업체는 프랜차이즈들이 워낙 ‘큰손’이니까 치킨값을 올려 소비가 떨어져도 눈치만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육계협회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치킨가격 인상에 대한 입장을 묻자 “안타까운 마음이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양계업계의 불매운동에 관해서는 “불매운동을 하면 소비가 더 떨어질 텐데 서로 상생하면 좋겠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육계 유통업체는 프랜차이즈와 계약을 맺을 때 보통 6개월, 1년 단위로 공급 상·하한가를 책정해 일정한 가격에 납품하고 있다. 때문에 AI파동 등으로 육계 가격이 올라도 기존 가격대로 판매할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육계를 공급받기 때문에 치킨값 책정에 산지가격은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가맹점의 수익구조 악화를 생각하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두 번에 걸쳐 치킨값을 올린 BBQ는 본지 통화에서 “본사에서 가맹점에 공급가를 올리지 않았다. 이번 가격인상은 8년만에 단행한 것으로, 그동안 인건비와 임대료 등이 많이 올라 가맹점 수익 개선을 위해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6~8% 가격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교촌치킨 역시 ‘가맹점’을 방패로 내세웠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이전부터 인건비 상승, 임대료 상승 등의 이유로 가격상승 요구가 있었다. 가격을 올려도 본사 이익이 아닌 가맹점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소비 위축 우려에 대해서는 “가격 저항으로 일시적으로 소비가 위축될 수 있지만 치킨값 인상은 결과적으로 치킨 마켓을 확장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프랜차이즈의 메뉴 개발과 홍보 효과로 과거보다 1인당 닭 소비가 엄청나게 늘었다. 맛있는 치킨을 개발하고 닭의 우수성을 끊임없이 알려야 시장이 커진다. 장기적으로 보면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가 치킨 값 인상 부담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치킨집은 이미 포화가 될 대로 된 ‘레드오션’이지만 매년 가맹점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조정원 가맹사업거래 자료에 따르면, 치킨 가맹점 수는 2012년 17만6788개에서 2013년 19만 730개, 2016년에는 21만 8997개로 매년 꾸준히 늘었다.

‘대한민국 치킨전’ 저자인 김은정 교수는 “프랜차이즈는 주로 ‘유통’으로 이익을 남기는 구조기 때문에 가맹점 확장에 더 관심이 많다. 가맹점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익이 나는 프랜차이즈 업계 특성상 한 개의 가맹점에서 많은 치킨을 파는 것보다 여러 개 가맹점을 내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양계업계 관계자는 “치킨업계가 과당경쟁을 유발하고 아이돌 광고 등으로 인한 가격인상 요인을 소비자에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생산자와의 상생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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