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페이스북>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김정숙 여사에게 받은 편지글을 공개했다.

14일 노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오늘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김정숙 여사로부터 책을 선물 받았다.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지난번 황현산 선생 저서 선물에 대한 답례인 듯 하다”며 “동봉한 편지가 참 따뜻하다. 함께 나눌 내용이 많아 양해도 구하지 않고 공개한다”고 밝혔다.

앞서 노 원내대표는 지난달 19일 5당 원내대표 청와대 회동에서 김 여사에게 황현산 선생의 ‘밤이 선생이다’를 선물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을 선물했다.

김 여사는 편지글에서 “제가 원래 황현산 선생님의 맑은 글을 좋아하는데 더러 신문에 실린 글을 조각 조각 읽다가 이렇게 모아서보니 울림이 더 크다”며 “선생의 글 구절구절에서 저의 처지를 생각해본다. 새 시대가 열린 줄 알았는데, 현실은 여전히 아픈 일들로 가득하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도, 우체국 창구를 뛰어넘을 때 같은 충동이 많이 일겠다. 그때마다 화를 내는 대신, 커피 한잔을 뽑아 권하는 지혜와 용기를 내보겠다. 의원님께서 지혜를 빌려주시면 좋겠다”며 글을 마쳤다. ‘우체국 창구’는 책 내용 중 황 선생이 밝힌 일화다. 유신시절 해외 서적을 국내로 들여오려면 우체국에서 검열을 해야했는데, 황 선생은 까탈스럽게 책을 검열하는 서대문 국제우체국 직원에게 “내가 공부를 하는데 국가가 왜 방해를 하냐”며 난동을 부려 책을 찾아왔다. 이에 그의 아내는 “커피라도 한 잔 뽑아다 미스 아무개에게 권했어야지”라고 조언했다.

누리꾼들은 김 여사의 편지글에 “부창부수다”, “명문이다. 뭔가 저릿저릿한 힘이 있는 글인 듯”, “얼마 전까지 문장 하나도 완성 못하는 대통령 있던 나라가 맞나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음은 김정숙 여사의 편지글 전문.

 

노회찬 의원님,

 

지난번 주신 책을 귀히 잘 읽었습니다.

제가 원래 황현산 선생님의 맑은 글을 좋아하는데,

더러 신문에 실린 글을 조각 조각 읽다가

이렇게 모아서 보니 울림이 더 큽니다.

 

시대의 비천함을 함께 마음 아파하고

더러 못생긴 것, 낮게 놓여있는 것, 투박하거나 소박한 것을 향하는

선생님의 따뜻한 시선을 언제나 좋아합니다.

‘어디에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찬찬히 일러주시는 시대의 어른으로부터

함께 살아가는 글 지혜를 배웁니다.

 

선생의 글 구절구절에서 저의 처지를 생각해봅니다.

새 시대가 열린 줄 알았는데, 현실은 여전히 아픈 일들로 가득합니다.

저야말로, 이제는 “그 책임을 어디로 전가할 수도 없는 처지”에 이르러서

마음만 공연히 급해집니다.

그러나 이 나라가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염원을 버리지 않고,

인간답게 살기를 애쓰는 백성이 있어, 옛날과는 많이 달라진 세상이 되었다“는

믿음을 가지고 멀리 보고 찬찬히 호흡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우체국 창구를 뛰어넘을 때 같은 충동이 많이 일겠습니다.

그 때마다 화를 내는 대신, 커피 한잔을 뽑아 권하는 지혜와 용기를 내보겠습니다.

의원님께서 지혜를 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2017.06

김정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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