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기업 오뚜기를 두고 요즘 온라인상에는 ‘갓뚜기’, ‘착한기업’이라는 평판이 나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오뚜기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오너의 주머니를 불리고 주주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극과 극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를 살펴봤다.

오뚜기는 오뚜기라면으로부터 라면을 사와서 판매한다. 오뚜기와 오뚜기라면의 지난해 내부거래액은 5873억원으로 총 매출액 5913억원의 99.3%에 이를 정도로 내부거래 비율이 높다. 오뚜기라면과 내부 거래하는 업체는 총 9개사다. 오뚜기, 오뚜기제유, 오뚜기물류서비스, 오뚜기SF, 오뚜기냉동식품  상미식품, 풍림푸드, 풍림P&P, 조흥 등이다. 9곳 중 오뚜기와 내부거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더 심각한 것은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비판 여론과 당국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오뚜기라면의 내부거래 비중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오뚜기라면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3년 4579억원, 2014년 4692억원, 2015년 5050억원, 지난해 5892억원 등 매년 늘어나고 있다.

오뚜기라면의 최대 주주는 함영준 회장이고 2대 주주는 오뚜기다. 2016년 말 기준 함영준 회장의 오뚜기라면 지분율은 35.63%(36만1446주)이며 2대 주주인 오뚜기의 지분율은 24.20%(24만5514주)다. 게다가 두 회사의 내부거래 비율이 99.3%로 높아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오뚜기가 라면을 제조하고 판매하면 되는데, 오너가 최대주주로 참여한 오뚜기라면 회사에서 라면을 사와 판매하고 있다. 이런 행위는 재벌 오너들의 전형적인 일감몰아주기 행태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오뚜기와 오뚜기라면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은 배당과 연결돼 있다. 오뚜기라면은 지난해와 직전도 모두 50억원을 배당했다. 함 회장은 17억8000여만원을, 오뚜기는 12억1000만원을 배당 받았다. 

함영준 회장은 이 배당금으로 거액의 상속세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은 지난해 말 고 함태호 창업주로부터 오뚜기 지분(13.53%), 조흥(3.01%)등 3140억원 상당의 지분 전량을 상속받았다.

시민단체들은 두 회사 간 높은 내부거래는 대주주인 함영준 회장에게는 큰 이익을 주지만 오뚜기 라면 주주에게는 이익이 침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오뚜기가 라면을 제조하지 않고 판매만 하는 방식으로 오뚜기라면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오뚜기의 이익은 감소하는 반면, 오뚜기라면은 안정적 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오뚜기는 창업주의 동생 함창호 회장이 운영하는 상미식품과도 내부거래가 활발하다. 상미식품은 식품 제조, 판매, 가공업을 하는 회사로 오뚜기, 오뚜기라면 등과 거래를 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1116억원 중 오뚜기와는 462억원(41.39%), 오뚜기라면 630억원(56.4%)의 내부거래가 발생했다. 함창호 회장은 상미식품의 최대주주로 46.4%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62억원, 당기순이익은 72억원을 기록했다. 이익을 통해 지난해 배당금은 총11억원이다.

오뚜기는 계열사들 간 내부거래 비중이 높지만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는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총수 일가의 지분이 일정비율을 넘는 계열사와 거래시 일감 몰아주기 행위로 규제하고 있다. 규제 대상은 총수 일가 지분이 상장사의 경우 30% 이상, 비상장사 20% 이상인 경우이다. 오뚜기는 대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아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도 규제를 받지 않고 그 이익이 대주주인 함영준 회장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오뚜기의 일감몰아주기 행태의 심각성을 지적한 바 있다. 올해 2월 경제개혁연구소는 ‘대규모기업집단 이외 집단에서의 일감몰아주기 등 사례분석1’자료를 발표하고 “오뚜기그룹 등 10개 그룹에서 일감몰아주기 의심 사례가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오뚜기 상미식품의 높은 내부거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에서도 일감몰아주기와 회사기회 유용사례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감몰아주기 등에 대해 이사회의 승인을 얻도록 사전규제를 하거나. 상속세 등의 개정을 통해 과세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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