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최근 잇따라 치킨값 인상을 발표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앞다퉈 가격을 내리거나 인상 계획을 철회하고 있다. 기세등등하게 인상안을 밝힌 업계가 돌연 가격을 내리겠다고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16일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2위인 bhc치킨은 내달 15일까지 한달간 치킨값을 내린다고 밝혔다. 할인되는 품목은 대표메뉴인 후라이드 한마리(1000원 할인), 뿌링클 한마리(1000원 할인), 간장골드 한마리(2000원 할인) 등 3가지 품목이다.

bhc치킨 관계자는 “소비감소에 따른 가맹점 피해와 끊임없이 오르는 물가, 잇따른 치킨 가격 인상 단행에 침묵할 수 없었다”면서 “위축되어 있는 소비심리를 개선시키고 소비자를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라고 밝혔다.

치킨값 인하는 중견 프랜차이즈 업체인 ‘또봉이 통닭’에서 시작됐다. 또봉이 통닭은 지난 3월 AI파동에도 치킨값을 5% 인하했고, 오는 20일부터 한 달 간 일부품목 10%를 할인한다고 밝혔다. 또다른 프랜차이즈업체 호식이두마리치킨 역시 치킨값을 일시적으로 내렸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까지 ‘치킨값 인하’ 마케팅에 뛰어들자 이미 인상계획을 밝힌 타 업체에서는 인상계획을 철회하며 ‘소비자 달래기’에 나섰다. 교촌치킨은 최근 6~8% 가격인상계획을 밝혔지만 소비자 반대에 부딪쳐 16일 인상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대표 제품인 교촌 오리지날(1만5000원)을 비롯한 전 메뉴의 가격은 전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본지통화에서 “일단 소비자 신뢰회복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며 “본사가 먼저 노력하는 모습으로 치킨 프랜차이즈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맹점주에 일일이 찾아다니며 가격동결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고 덧붙였다.

교촌치킨은 가격동결에서 오는 영업손실은 광고 비용을 절감하는 자구책을 찾을 예정이다. 우선적으로 올해 하반기 계획된 광고 비용 30%를 줄이고, 가맹점 부대비용을 분석해 가격 인상이 외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치킨 업계가 잇따라 가격인하, 인상철회 결정을 내리자 두 번에 걸쳐 가격인상 계획을 밝힌 BBQ 역시 인상철회를 놓고 고심 중이다. 16일 BBQ치킨 관계자는 “가격인상 철회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치킨업계 관계자는 “경쟁업체들이 앞다퉈 가격을 내리는 시점에서 BBQ가 가격 인상을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치킨업계가 일제히 가격 인상을 철회하고 나선 데에는 위에서 설명한 이유 외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제네시스 BBQ 조사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 관계자에 따르면 기업거래정책국 가맹거래과에서 BBQ 가격 인상과 가맹사업거래 공정성에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BBQ는 지난달과 이달 5일 두 차례에 걸쳐 치킨 가격을 최대 2000원 올렸다. BBQ는 인상 이유로 가맹점의 요청으로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이와 별개로 프랜차이즈 상위 5개업체의 가격 담합 여부에 대해서도 실태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사업자는 총 200여개가 넘는다. 이중 BBQ, 교촌, 굽네치킨, 오븐에 빠진 닭 또래오래 등 상위 5개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절반을 넘는다.

공정위의 치킨프랜차이즈업체 조사는 2010년 이후 7년만이다. 당시 공정위 카르텔 조사국은 치킨 프랜차이즈 상위 5개 업체 등의 가격담합 문제를 조사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공정위 업무보고에서 “나도 2주마다 치킨을 먹는데 비싸다는 생각을 한다”며 관심을 보였다.

공정위는 불공정행위 조사 후 위반혐의가 드러나면 홈페이지를 통해 의결서를 공개한다. 그러나 홈페이지에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담합 관련 문서를 찾아볼 수 없다. 조사 후 그대로 사건을 종결한 것. 당시 사건 종결 사유에 대해 묻자 공정위 관계자는 “2010년 10월경 치킨 업계 담합조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담합 사실을 확인하지 못해 종결처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슷한 사건이 많아서 사건이 무혐의 종결되면 일일이 알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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