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경찰이 도입한 '로봇경찰'. <사진=www.foxnews.com>

올해 9월부터 한국에서도 스마트도시법이 시행된다고 한다. 국회가 정의한 스마트도시란 ‘정보통신기술로 건설된 도시기반시설을 바탕으로 다양한 도시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말한다. 제4차 산업혁명이 던져줄 초연결성은 도시의 각 요소들을 사물인터넷으로 연결하고, 인공지능기술은 교통을 자율주행으로 바꾸며, 3D프린터 등을 활용한 개별적 맞춤형 생산과 스마트파밍 기술은 도심을 다시 제조업과 농업 중심으로 변모시킬 것이다.

김영탁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슬로우 비디오(2014)’은 이미 CCTV로 촘촘히 연결된 도시를 보여주었다, 다양한 개인들이 설치한 인터넷 카메라는 전세계 주요 도시에 실시간으로 중개한지 오래전이다. 서울시의 경우 2016년말 9,647개의 CCTV로 연결되어 도심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충돌사고, 화재, 범죄 등을 감시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기술은 이미 거리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를 넘어 각 가정에 깊숙이 파고들어 유아나 노인, 애완동물 감시의 목적으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더 발전된 형태는 인공지능범죄 예방프로그램이다. 미국의 피츠버그 경찰국은 작년 10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유사한 '크라임 스캔' 이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하였다. 범죄발생가능성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분석 기법으로 처리하여 범죄의 발생이 예견되는 곳에 사전에 순찰차를 배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범죄예방을 2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탠포드 쇼핑몰은 일부 문제점이 있었으나, 나이트스코프사의 로봇을 쇼핑몰 경비에 투입한 바 있고, 두바이 경찰은 지난달 얼굴인식 기능을 가진 150센티, 100kg의 크기의 로봇경찰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얼굴인식과 범죄분석을 하는 로봇이 경찰을 대체할 날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도시에 가져올 또 다른 변화는 자동차의 공유와 자율주행의 증가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6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서울시의 불법주정차로 인한 손실은 4조9,000억원이나 된다. 하지만 미래사회에서는 자율주행 차량이 증가하면서 불법주정차 문제도 크게 사라질 것이다. 더 나아가 자동차의 소유구조가 바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 24시간 중 10% 미만만 실제로 자동차에 탑승한다. 하지만, 이제는 주차된 자동차가 스스로 새로운 탑승객을 찾아서 이동하게 될 것이고 자동차는 소유하는 것보다는 공유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국내 영업 중인 스마트폰 기반 차량공유 서비스인 쏘카는 2012년 100대의 차량으로 사업을 시작하였으나 2017년 이미 7,000대를 넘어서 공유경제의 발전가능성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서울시가 2016년 개편한 자전거 대여 서비스인 '따릉이'도 대여와 반납이 자유로워진 공유의 진보된 형태로 관심을 끌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차량기술뿐 아니라, 커넥티드기술, 공유기술, 디지털지도 기술도 골고루 발달해야 한다. 차량기술에서는 구글이나 테슬라가 기술적인 우위를 보여주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현대자동차와 서울대학교의 스누버 등이 자율주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국내 연구는 아직 가격인하와 상용화와 거리감이 있지만, 캘리포니아의 콤마아이 등은 이미 999달러의 가격에 일반 차량에 탑재할 수 있는 자율주행키트를 준비하고 있다. 자율주행의 한축으로 여겨지는 커넥티드카 기술은 다른 차량과 서로 교신을 하면서 속도를 조절하고 충돌을 회피하는 기술이다. 현재까지 업계에 널리 보급되거나 표준화가 이루어지지 않지만, 사고 유발 가능성이 높은 차가 접근할 경우 이를 경고하는 앱은 이미 출시된바 있다.

디지털지도 기술에서 앞서가는 도시는 싱가폴이다. 싱가폴은 이미 도시전체의 3D 데이터를 확보하였다. 고층의 주차타워나 지하 주차장 내부 정보를 디지털화한 지도 제작이 끝난 상태이다. 싱가폴은 스마트톨링에서도 선구적이다. 싱가폴은 좁은 공간을 가진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이다. 그래서 차량에 6천만원에 가까운 등록세를 부과하고 있고, 1998년에 이미 혼잡통행료 시스템을 도입하여 차량 통행량을 줄였다. 싱가폴 정부는 무선시스템을 이용하여 차등적으로 징수한다. 필자도 2006년 싱가폴에서 직접 운전을 하면서 편의점에 들려서 무선징수시스템에 지불할 금액을 충전해보고 차량운행 자체를 줄인 경험이 있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도시가 직면할 또 다른 변화는 도시의 생산기지로의 변모이다. 그동안 제조업은 다수의 인원을 고용한 산업단지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제 3D프린팅이나 로봇기술은 도심에 제조업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IOT기술을 이용한 자동화된 복층온실은 수경재배장소로 도시를 가능하게 한다. 국내에서도 이미 물과 양분을 사물인터넷기술로 적기에 제공하고, LED 조명으로 빛까지 조절하는 수경재배 모듈이 다수 판매되고 있다.

에너지와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도 스마트도시가 직면한 또 다른 과제이다. 이미 수도와 전기, 가스를 원격으로 실시간 검침하는 스마트계량기는 각 가정에 확대되어 분배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가정과 전기자동차가 사용할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저장할 에너지저장장치(ESS)의 보급도 증가하고 있다. 쓰레기봉투가 없는 무인쓰레기 수거시스템도 확대되고 있다. 도심 상권의 효율적인 조성을 위하여 서울시는 이미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국세청, 지방자치단체, 신용카드회사, 유동인구정보로 구성된 빅데이터가 적절히 활용된다면 묻지마식 창업으로 인한 자원의 낭비도 막을 수 있고, 상권을 적절히 재조정할 수도 있다.

제4차산업혁명이 먼 훗날의 이야기처럼 들릴지 몰라도 변화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시작되었다. 주변의 사소한 변화부터 관심을 가진다면, 제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거대한 파도를 보다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다.

 

<필자 약력 소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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