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61)씨의 숨겨진 재산은 얼마나 될까. 그동안 최씨 일가의 재산을 추적해온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20일 본지 통화에서“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최씨 은닉 재산에 대한 상당한 혐의가 있다”고 본지 인터뷰에서 밝혔다.

앞서 안 전 청장은 안민석 의원과 함께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씨 일가의 재산을 몰수해 국고로 환수하는 내용을 담은 ‘최순실 재산몰수 특별법안’을 공개했다. 이날 안 전 청장은 “수사권 없이 재산을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별법이 만들어지면 최순실 일가가 숨긴 것으로 추정되는 재산을 확정해 국고로 환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민석 의원도 “법안 발의에 전체 의원의 과반수가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야당 의원들이 더 참여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특별법 제정을 위한 의원 모임을 정식으로 출범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법안은 국정농단 행위자의 부당수익과 재산을 조사해 국가에 귀속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최씨의 재산을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치하고, 조사위원회는 국가에 귀속될 재산에 해당한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는 경우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 수색, 검증을 할 수 있다.

이번 특별법 제정 추진에 동참한 여야 의원들은 김경진·김관영·김광수·김성태·김한정·노회찬·박범계·박영선·박준영·손혜원·신경민·유성엽·윤소하·이개호·이상민·이용주·이정미·이혜훈·장정숙·전재수·하태경·황주홍 의원 등 23명이다.

 

다음은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과 일문일답이다.

 

수사권 없이 재산을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는 뭔가.

최씨 일가의 재산을 찾기 위해서는 그 대상과 재산형성 시기를 확인해야한다. 현 정부조직으로 최씨의 은닉재산을 찾으려면 국세청이나 검찰, 금감원 등이 조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재산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인식도 못하고 있다. 최씨 일가의 은닉재산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특별법에 있는 조사위원회다.

또 다른 이유는, 최씨 일가 재산은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됐다. 거슬러 올라가면 박정희 대통령, 최태민 목사까지 간다. 그러나 현행법으론 공소시효가 다 돼 제대로 된 조사가 어렵다. 세무조사 역시 부과대책기간이 지나면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그 (공소시효) 기간을 특별법으로 늘려야 최씨 일가 재산을 소급 적용해 환수할 수 있다.

 

현행법으로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는데.

현행법은 일반적으로 기업조사는 5년 내, 조세범처벌법의 경우 세무조사는 10년, 15년까지 소급할 수 있다. 문제가 된 더블루K나 미르재단 같은 경우 현행법으로 조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그 이상은 특별법 제정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굳이 현행법을 따지면, 현재 밝혀진 최씨의 자금은 유치원 운영 기록이나 기업 몇 개밖에 없다. 이 운영자금을 세무신고 했다면 정상적인 재산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운영자금의 원천 재산은 어디서 나왔는지, 누가 줬는지 등을 증명해야 한다.

 

안 전 청장은 최순실의 숨은 재산을 추적해왔다. 최씨 재산이 어느 정도 될 것으로 추정하나.

재산을 추정해서 말하는 건 의미가 없다. 또 지금 밝히는 건 시기상조다. 최씨 재산은 관련된 기업 수도 광범위하고 페이퍼컴퍼니, 부동산, 차명계좌 등 다양한 루트로 숨겨져 있다. 현재까지 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의 연관성을 찾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특별법을 제정해 제대로 조사해서 은닉 재산을 밝혀내야 한다.

 

해외 재산 은닉 방법을 잘 알 것 같다. 주로 어떤 수법을 사용하나.

국내에서 해외로 자금을 빼돌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회사를 만들어서 그 회사에 투자금을 보낸 뒤 투자 실패를 이유로 연결고리를 끊는 방법이 있다. 그러면 고스란히 그 돈은 해외 회사 몫이 된다. 또 다른 방법은 무역거래로 금액을 부풀리거나, 환치기 수법이 있다. 제보에 따르면 일부는 종교를 이용해 ‘선교자금’으로 돈을 보낸다는 주장도 있었다. 최씨 은닉 재산 역시 이런 여러 가능성에 대비해 조사 중이다.

 

특별법이 시행되면 조사에 참여하는 인원은 어느 정도가 적정선인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보통 일반 기업 세무조사는 8명의 요원이 달라붙으면 두 달 가까이 소요된다. 최씨 은닉재산 조사는 엄청난 규모고 차명 등으로 전부 은닉되어 있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에는 위원회의 조사 기간을 2년으로 하고, 이후 필요 시 2년 더 연장해 총 4년 동안 조사가 가능하게 했다.

금융조사는 물론 외국 은닉재산의 경우 해당 국가와 금융 정보 교환이 이뤄져야한다. 만약 국세청에서 타국과 공조가 필요한 경우 늦으면 1년까지 걸리기 때문에 (특별법에 정한 조사기간 4년보다) 더 걸릴 수도 있다.

 

특별법이 현행법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법적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긴데 이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일부 법률 전문가들의 반대도 있었다. 때문에 헌법학자, 교수, 변호사 등 여러 전문가를 모셔서 의견을 많이 들었다. 공청회만 4번 했다. 이런 과정을 지나면서 보완하고 많이 수정한 것이 현 특별법이다.

 

의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특별법 통과가 가능하다고 보나.

안민석 의원에 따르면 의원들의 반대가 많다고 들었다. 특히 보수, 진보 진영에 따라 의견 차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특별법은 보수·진보,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 재산을 빼돌려 개인 재산으로 만들었는데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기자회견도 원래는 의원들에게 특별법의 필요성을 설명하려고 비공개 자리로 만들었다. 그런데 기자들이 많이 찾아와서 준비했던 조사자료를 발표하지 못하고 전반적인 얘기만 했다. 따로 의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 예정이다.

 

아직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비공개 자료가 있다는 얘긴가.

그렇다. 최씨 재산 조사의 핵심은 최씨에게 숨겨진 재산이 있는지, 이 재산을 부정한 방법으로 형성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제기한 의혹은 근거 없이 한 것이 아니다. 거명하지 않은 방대한 자료가 있다. 최씨 일가의 것으로 보이는 기업과 사람들의 명단이 있고 확인 작업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이것을 발표했을 때 혹시 있을지 모르는 무고한 기업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언론에 노출하지 않았다. 의원들에게 이 내용을 설명하고 특별법 제정을 설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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