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사과하는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아들인 문준용씨에 제기한 취업 특혜의혹 제보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지난달 5일 국민의당은 문준용 씨의 미국 파슨스 스쿨 동료 증언을 근거로 문 씨의 고용정보원 입사와 관련 당시 문재인 대선후보의 개입 의혹을 언론에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국민의당에 제보된 ‘카카오톡’ 캡처와 음성녹음 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 비대위원장은 “본의 아니게 국민 여러분께 허위 사실을 공표해 공당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정말로 죄송하게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 당사자인 문 대통령와 문준용 씨에게도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국민의당은 결과적으로 국민 여러분께 허위사실을 공표해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은 대선 투표일 직전인 지난달 5일 문준용 씨의 파슨스 스쿨 동기라고 주장하는 남성의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이 녹음파일에는 문씨의 고용정보원 취업 특혜를 주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인원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이 공개한 녹음파일에는 “(문준용 씨가) ‘아빠(문 대통령)가 얘기해서 어디에 이력서만 내면 된다’고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아빠가 하라는 대로 해서 했었던 것으로, 나는 그렇게 알고 있다. 그렇게 소문이 났고 그렇게 얘기를 들었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남성은 “아빠 덕에 입사해서 일도 안 하고 월급 받는 게 문제라는 생각을 전혀 안 한 것 같다. 고용정보원을 아빠 친구 회사쯤으로 여겼다. ‘아트’하는 사람이 그런 데(고용정보원)를 왜 다니느냐, 미쳤느냐고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재인 캠프는 이틀 뒤 브리핑에서 “문준용 씨의 진짜 파슨스 스쿨 동료가 민주당에 이메일을 보내왔다”며 반박했다. 문씨의 동료는 “2008년 파슨스 스쿨 해당 과정에 입학한 한국인은 6명이고 이 가운데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은 (제보자) 본인밖에 없지만, 자신은 국민의당과 인터뷰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국민의당이 공개한 ‘가까운 동료’ 인터뷰는 가짜가 분명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해당 조작파일은 지난 총선에서 전남 한 지역구에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출마했던 국민의당 당원 이모씨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자신의 친척 남성에게 부탁해 문씨 동창생 흉내를 내 해당 녹음파일을 만들었다는 것.

안철수 캠프 공명선거추진단장이었던 이용주 의원도 이날 사과 기자회견에 참석해 “당원 이 씨가 직접 찾아와 ‘해당 자료를 본인이 직접 조작해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에게 지난 24일 오후에 말을 듣고, 25일에 추가로 관련자에게 진상을 확인하고 오늘 그 내용을 비대위에 보고해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오늘 오후 서울남부지검에 당원 이 씨가 출석해 검찰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범행 동기 등) 자세한 내용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해당 당원에 대한 징계에 대해서는 “별개로 진상조사위를 만들어 조사에 착수하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당헌당규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26일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조작 배후가 누구인지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이 사건은 당시 문재인 후보를 떨어트리기 위해 시도된 명백한 공작과 조작”이라며 “국민의당이 사과를 했지만 검찰 수사를 앞두고 조직적 공작과 조작을 덮기 위한 ‘꼬리자르기식 사과’는 아닌지 국민들은 의문을 갖고 있다. 평당원이 자의적 판단으로 소위 배우를 섭외하고 문준용씨와 관련 허위 발언을 하게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냐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녹취 파일을 조작한 당원 이씨가 전 최고위원인 A씨를 통해 당에 제보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A씨는 안철수 전 대표의 추천으로 최고위원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검찰 조사에 따라 사건의 불똥이 안 전 대표에게 튈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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