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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착한 이웃⑱>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따뜻한 한 끼 밥으로 우리 사회에 온정이 넘쳤으면…”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에서 노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월요신문>

 

[월요신문 임해원 기자] 한국이 고령화시대에 진입한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2016년 현재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비중은 13.5%로, 내년에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의 비중(13.6%)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고령화 사회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 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관심속에 방치된 노인들이 공원으로, 지하철로, 혹은 패스트푸드 매장 한구석으로 내몰려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이제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낙원동 뒷골목 허름한 건물 앞에도 아침마다 이런 익숙한 풍경이 재현되고 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곳에 모인 노인들은 모두 줄지어 앉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기다리는 것은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에서 제공하는 점심 한 끼.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는 지난 1994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해오고 있다. 2015년에는 봉사를 시작한 보리스님의 병환으로 급식제공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지만, 원경스님이 무료급식소를 이어받으며 위기를 넘겼다. 이곳에 상주하며 무료급식을 제공해온 강소윤 원각복지회 총무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 2015년에 급식소를 이어받았다고 들었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

2015년 2월에 보리스님의 노환과 재정난으로 급식소가 문을 닫을 뻔 했다. 당시에는 지원이 많이 부족했고, 급식소 환경도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인지 무료급식봉사를 이어서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어쩔 수없이 3월 한 달은 급식봉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원경스님과 인연이 닿았다. 급식소를 둘러보시고서는 무료급식소를 이어 받겠다고 결심하셨다. 당시 급식소에서 봉사하던 한 법조계 인사가 언론을 통해 어려운 급식소 사정을 알리면서 도움의 손길도 늘어났다. 덕분에 무료급식소를 다시 열게 됐다.

 

- 2015년에 급식소 운영을 이어받으면서 바뀐 점이 있나.

당시 무료급식소 자리가 커피숍을 열기로 한 다른 사람과 계약이 돼있는 상태였다. 십시일반 도움을 모아 위약금 이천만원을 물어주고 다시 급식소를 열었다. 당시에는 급식소 환경이 정말 열악했다. 어느 정도냐면 자원봉사자들이 화장실도 가지 못할 정도였다. 지금은 급식이 끝나면 다같이 식사를 하지만, 그 때는 장소가 불편하다보니 봉사자들이 밥도 먹지 않고 돌아가곤 했다. 지금은 급식소를 리모델링해 청결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오랜만에 오신 한 봉사자 분은 화장실을 보고 깜짝 놀라시기도 했다. 급식과정도 전반적으로 체계화했다. 이전에 보리스님 혼자 운영하실 때는 일손이 부족해 한 달 동안 비빔밥만 대접했던 적도 있다. 지금은 복지회에서 한 달 식단을 미리 짜고, 필요한 재료들을 전날 구매해 냉장 보관한다.

 

- 주로 어떤 사람들이 찾아 오나.

한 끼 식사도 어려운 노인들이 온다. 근처에서만 오는 게 아니라 의정부처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찾아온다. 한 번은 왜 그렇게 멀리서 오셨냐고 물었더니 이곳처럼 친절하고 맛있는 곳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봉사자로서 뿌듯하다. 종종 끼니 걱정은 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오기도 하고, 노인이라기엔 젊어 보이는 사람들이 찾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무료급식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오는 사람을 막지 않는다. 무료급식을 받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런 것을 무릅쓰고 이곳을 찾는 데에는 각자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지금 살펴보니 할아버지는 많은데 할머니는 찾아보기 힘들다. 왜 그런가.

할머니들은 갈 곳이 많다. 가사를 도우며 가족들과 식사를 하거나, 경로당이나 모임을 통해 식사를 해결하기도 한다. 반면 할아버지들은 할머니들에 비해 갈 곳이 없는 경우가 많다. 집에 있는 것이 눈치 보여서 이곳을 찾는 할아버지들도 있다.

 

- 평소 몇 명 정도의 노인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나.

오늘은 비가 와서인지 적은 편이다. 달력에 그날 찾은 인원을 계산해 적어놓는데, 적은 날은 140명, 많은 날은 300명 가까이 오는 날도 있다. 명절 당일에도 최소한 130명은 이 곳을 찾는다. 명절에는 가족들과 같이 식사를 할 법 한데도 그렇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급식소에서의 한 끼가 하루 식사의 전부일 수 있다. 그래서 이 급식소는 단 하루도 쉴 수가 없다.

 

- 매일 수백명의 노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려면 일손이 부족할 것 같다. 자원 봉사자들은 어떻게 충원하나.

의외로 도움의 손길을 주시는 분들이 많다. 각 사찰에서 자원봉사를 오시는 분들도 있고 일반 기업이나 단체에서도 봉사를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매달 봉사일정을 정해서 일하고 있다. 주말에는 봉사를 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서 주로 평일 위주로 봉사 신청을 받고 있다.

봉사자들에게는 항상 친절할 것과 자존심을 지켜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해보여서 식사를 옮겨드리려 해도 밥그릇 정도 들 힘은 있다고 거절하는 노인들도 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사전에 봉사자들을 교육하고 있다.

 

자원봉사자가 무료급식소를 방문한 노인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사진=월요신문>

 

- 운영비가 만만찮을 것 같다. 어떻게 조달하나.

비용문제는 항상 고민거리다. 매달 대략 천오백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나라에서 특별히 지원받고 있는 것도 없다. 종종 이 곳에 대해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있다. 원각사에 돈이 많아서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곳은 누구의 돈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크고 작은 후원금을 모아 운영되고 있다. 후원금이 모자랄 땐 원경스님이 자비로 충당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반야사에서 매달 60만원씩 후원해주고 있다. 봉사자들도 모두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 식사준비는 어떻게 하는 지 궁금하다.

나와 고영배 사무국장을 비롯한 네 명의 인원이 식사를 준비한다. 아침 7시 30분에 모여 급식소를 소독하고, 전날 준비한 재료를 가지고 식단에 맞춰 요리를 시작한다.

 

- 봉사자들은 요리준비에 참여하지 않나. 네 명이서 매일 200명 가령의 식사를 준비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봉사자들은 대부분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라 아침 일찍부터 이곳에 나와 일하기 어렵다. 배식과 설거지를 맡아주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생각으로, 한 명이 사정이 있어 빠져도 나머지 세 명이 분발하고 있다.

 

-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

2015년 메르스가 발병했을 때다. 봉사자 수는 줄었는데 무료급식소를 찾는 사람들은 그대로였다. 한 끼가 급한 분들이고, 무료급식을 놓치면 하루 종일 굶어야 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메르스에도 불구하고 계속 급식소를 찾아왔다. 원경스님도 급식소 문을 닫을 수 없다는 의지가 확고해서, 일손이 부족한 와중에도 급식을 계속 제공했다. 나중에는 주먹밥으로 겨우 한 끼를 넘기는 경우도 있었다. 다 부처님이 지켜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 급식봉사를 하면서 남모를 애환이 있을 것 같다.

남을 위해 일하는 곳인데 보이기 위한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예전에 ‘김막걸리’라는 봉사자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열심히 봉사하는 것처럼 보이더니 나중에는 마치 자기가 이 급식소를 운영하는 것처럼 소문을 내고 다니더라. 자기 경력을 위해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려고 한 것이다. 또, 급식소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도 가끔 있다. 봉사자들도 다 똑같이 선한 마음으로 오는 것은 아니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항상 약자일 수밖에 없다는 서운함이 있다.

 

- 급식 외에 다른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있나.

재단법인 사랑샘과 업무협약을 맺고 노인들을 위한 무료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광훈 변호사가 매주 목요일 10시부터 3시까지 이곳에서 법률지원이 간절한 노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법률지원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이유는 대부분 자녀와의 갈등이다. 재산을 미리 물려준 다음에 오히려 자녀에게 버림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급식소 운영자의 입장에서 우리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은.

나눔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이들은 급식소에서의 한 끼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 사람들이다. 이들과 함께 온정을 나누기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임해원 기자  sthintheai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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