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임해원 기자] 미국 무역대표부(USTR)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지난 12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수정을 논의하기 위한 공동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서한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는 심각한 한·미 무역 불균형의 해소를 위해 FTA 조항의 수정되어야하며, 이를 위해 30일 내에 양국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성명을 통해 “한·미FTA가 발효된 이후(2012년), 미국의 (대한)무역적자는 약 132억 달러(2011년)에서 275억 달러(2012년)로 약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이는 전 정부가 협정 승인을 촉구할 때 국민들에게 설명한 바와는 많이 다르다”라고 말하며 한·미FTA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8월 중 워싱턴에서 한미 공동위원회 회담을 개최하고 후속 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FTA 협정문에 따르면 일방이 공동위원회 소집을 요구할 경우 30일 내에 응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를 “끔찍한 거래”라고 부르며 지속적으로 재협상을 주장해왔다. 지난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도 “양국은 무역협정을 재협상 중”이며 “한·미FTA는 미국에게 부당한 협정이며, 모두에게 공정한 협정을 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7월 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합의 외의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요청이 한·미FTA의 재협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는 서한에서 ‘재협상(renegotiation)’이라는 용어 대신, ‘개정 및 수정(amendments and modifications)’과 ‘후속협상(follow-on negotiations)’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도 “재협상이 아니라 개정협상을 요구받은 것이며, 당장 협상이 개시된다는 뜻도 아니다”라고 이번 서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개정협상에 합의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3일 “개정협상에는 양국합의가 필요한데 아직 이뤄진 바 없다”고 말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합의 시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산업자원통상부는 “산업통상자원부 내 통상교섭본부를 설치하는 안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송부되어 있고, 우리 측 공동의장인 통상교섭본부장도 임명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미국 측과 실무협의 하에 향후 개최 시점을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정협상에 양국이 합의하더라도 협상을 시작하기 전 국내 절차가 남아있다. 미국의 경우, 무역촉진권한법에 따라 정부가 협상을 시작하기 90일 전 국회에 협상 의사를 통보해야 한다. 이후 협상의 목적과 내용에 관해 국회 및 민간자문위원회와 협의과정을 거쳐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여한구 통상정책국장은 "미국은 협상 개시 전 국회 협의 등이 필요해서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내부 절차가 까다롭다"며 "양국 모두 국내 절차를 완료하게 되면 1차 개정 협상 개시를 선언하게 되며, 그 여부와 시점은 현재로선 예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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