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시중은행들이 앞 다퉈 정규직 전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호응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정규직 전환 대상인 근로자(RS직원)들은 “차라리 희망퇴직 하겠다”고 호소하고 있다. 은행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14일 신한은행 창구에서 근무하는 무기계약직 직원 A씨는 본지에 이메일을 보내왔다. 은행이 ‘정규직화’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실상은 임금 등에서 정규직과 4~5배 차이가 나고 진급체계, 퇴직 등에서 정규직과의 차별이 여전하다는 것. 무늬만 정규직이지 오히려 업무가 더 늘어나 힘들다는 호소였다.

A씨가 하는 일은 단순입출금 업무 외에 각종 재발급·제신고, 공인인증서, 카드신규, 공과금수납, 동전수납 등 업무강도가 높은 편이다. 그런데 정규직 전환 이야기가 나오면서 RS직원들은 정규직 직무인 펀드, 방카슈랑스, 대출 업무까지 떠안게 됐다. A씨는 “무기계약직이 근무하는 RS창구는 일명 ‘빠른 창구’로 단순 업무만 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정규직 전환을 이유로 야금야금 일을 떠넘기며 그냥 급여만 단순한(저임금) 창구가 되어버렸다”고 호소했다.

A씨가 한 달 동안 일해 손에 쥐는 돈은 150만원 남짓. 은행에 입사한 지 5년차지만 최저임금을 겨우 넘기는 돈이다. A씨는 “워낙 기본급이 낮으니 정규직 전환으로 급여가 올라도 월 10만원 정도 더 받아 급여가 200만원이 안 된다. 그런데 정규직은 신입 초봉이 4~5천만원이고, RS주임과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 차장은 연봉 1억이 넘는다”고 말했다.

A씨는 “정규직 전환으로 생색내지만, 결국에 무기계약직의 급여는 오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무기계약직은 계약 기간의 정함이 없어 정규직에 포함되지만 연봉이나 근로조건이 계약직과 유사해 ‘중규직’으로 불린다.

현재 신한은행 내부 게시판은 RS직원들의 호소로 일주일 째 뜨거운 상태다. 이 게시판에서는 ‘적은 급여에 정규직과 똑같은 업무하면서 지쳐 떨어져 나가길 바란 거냐’, ‘나가라는 소릴 이렇게 고상하게 해놓으셨나’ 는 등 불만 글이 쇄도하고 있다.

이에 더해 1순위 퇴직 대상도 RS직원이다. A씨는 “얼마 전부터 은행에서 RS직을 ‘깨 털 듯 털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은행 단순 업무와 적금 대출업무까지 기계화 되면서 빠른창구 RS 직원들부터 내보내는 것 아닌가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A씨의 이런 호소는 절박감이 묻어난다. 신한은행은 ‘정규직 전환’으로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챙기지만 실상은 낮은 임금과 고강도 노동, 불공정한 진급체계, 불안정한 고용 문제 등이 남아 무기계약 지원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신한은행 무기계약직 직원이 본지에 보낸 글 전문이다.

신한은행 무기계약직 텔러입니다. 당행과 대외적으로 Retail Service직(이하 RS직)입니다 2010년 입행할땐 ‘전담텔러’라는 계약직으로 1년 또는 6개월 마다 계약서를 쓰는 단순입출금창구 전담직으로 입행 했습니다. 단순입출금, 제신고, 재발급 등 단순 업무만을 담당했기에 연봉은 정규직의 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지만, 저 자신이 선택한 것이기에 일선창구의 전방에서 밀려드는 많은 내점고객과 진상고객의 총알받이, 정규직들의 은근한 무시, 단수업무에 계약직이라도 같은 지점에서 일하는 정규직들과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카드, 적금, 보험, 펀드 등 저의 권유직원번호도 넣을 수 없는 업무에 옆 정규직들 행번 넣어주면서 대(大) 신한은행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임했습니다.

 

2012년 입행한지 2년이 되어갈 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되었고 복지와 정년이 보장된다니 고된 은행생활에도 뛸 듯이 기뻤습니다. 그러나 정규직과의 차별은 여전히 존재했지요. 불만이었나구요? 아닙니다 정규직들과 저는 들어온 입행 절차가 다른 걸요. 저도 4년제 대학 나오고 배울 만큼 배웠고 한끗 차이로 동갑내기 정규직과 많은 급여차이가 났지만 지쳐가는 구직생활에 제가 선택한 계약직이었고 대(大) 신한은행에서 계약직이라도 리딩뱅크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이 있으니까 차별, 똑같다지만 은근히 차별 있는 복지 등등 괜찮았습니다. 제가 선택한거니까요.

 

이미 무기계약직원이 되었던 어느 날 은행에서 언론을 통해 기사를 내더군요. 신한은행 텔러 모두 정규직화 시켰다고요. 지점에 같이 일하는 정규직들이 달려와 축하한다고 합니다. 저를 포함 무기계약직 텔러들은 쓴웃음이 납니다. 기존에 계약직에서 무기계약직이 된 텔러들에게 신한은행만의 새로운 직군을 만들어 retail service직 ‘RS직’이라 칭하면서 정규직이라고 언론에 내보내더군요. 결국에 무기계약직에 급여는 오르지 않는데 정규직이래요. 그런데 뭐 따질수있나요? 따지면 은행에 찍히기만, 인사상 불이익만 있죠. 몇 천 명의 rs직을 정규직화 했다며 생색내고.

 

이명박 정부에서 고졸들 채용해라, 박근혜정부에서 경단녀 채용해라, 신한은행이 젤 앞장 섭니다. 고졸, 경단녀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했다고 언론에 떠들어 댑니다. 네, 고졸 경단녀 모두 rs직입니다. 일반직이라 부르는 진짜 정규직으로 채용한 게 아닙니다.

 

막상 당행에서는 단순 업무만 담당하는 직원이라고, 텔러라고, 무기계약직이라고, 저임금이라고 무시 받지만 언론에는 정규직 rs직이라고 떠들어대는 은행에 상처받고요. 몇천명의 rs직 중에 1년에 단 한명 은행장님이 특별승진도 시켜주십니다. 저희 rs직도 나름의 승진체계가 있지요 주임-선임-수석-과장(참고로 과장은 아직까지도 전례가 없음) 특별승진이라 하면 주임에서 선임됐냐구요? 선임에서 수석 됐냐구요? 두 단계 건너뛰어 주임에서 수석 됐냐구요? 아님 과장? 아니요. 5급 행원을 시켜줍니다. 영광이고 그 단 한명한테 무척 좋은 일이죠. 근데 우리도 정규직이라고 떠들어놓고 rs직만의 승진체계도 있다고 언론플레이 해놓고 왜 rs주임 또는 선임을 일반직 5급 행원을 시켜줍니까? 2만 여명이 지켜보는 그 영광된 순간에 저희 rs직들은 등신머저리가 되는 기분입니다. 이렇든 은행자체에서도 rs직을 정규직이라 1도 생각안하면서 그렇게 언론에 정부에 생색냅니까?

 

저희가 계약직으로 들어왔다고 무턱대고 정규직 시켜달라고 졸랐습니까? 지금은 폐지됐지만 텔러에서 일반직으로 전환시험이 있었을 시절에도 진짜 차라리 첨부터 정규직 공채로 들어오는 게 차라리 나앗다 싶을 만큼 정규직들도 없는 각종자격증에 우수한 근무 실적, cs로 우스갯소리로 ‘이랬으면 서울대 들어갔겠다’ 싶을 만큼 노력해서 정규직전환하고 그랬습니다. 1년 몇십 명 해주는 그전환도 은행이 하기싫다, 그래서 없어져구요. ‘rs직이 이제 정규직이니 할 필요없다’고 해서요. 맞는 말이죠. 저희가 뭐 어쩔수 있습니까. 억울하면 첨부터 정규직으로 들어왔어야 해요.

 

늘 듣는말, 정규직들이 텔러를보는 시선. “너희는 단순업무라 급여가 적다 저임금이다” 네 맞아요. 받는 만큼 일해야죠. 더군다나 저흰 계약직으로 들어왔는걸요. 적은급여 누구 탓하나요. rs직끼리 신세한탄으로 끝나지 당행에 불만토로도 못합니다. 들어줄 조직도 아니고 불만토로 하는 직원은 찍히기만 하죠.

 

그런데 이 단순업무, 이른바 빠른창구. 신한 텔러들과 은행자주오시는 고객님들도 아실 겁니다. 말이 빠른창구지 rs직으로 되면서 월 급여는 몇만원 올려놓고 업무는 야금야금 늘려놔서 정규직들이 일하는 창구(프리미어창구 상담창구 소호창구)보다 언제나 대기고객도 많고 붐빕니다. 저희창구 본연의 업무인 단순입출금업무와 더불어 각종 재발급 제신고 공인인증서 카드신규 공과금수납 동전수납 등 우스갯소리로 ‘느린창구’라고 합니다. 그냥 급여만 단순한(저임금) 창구아닐까요? 휴가 때 빠른창구 하루도 아니고 반나절만 대직하는 정규직들도 이 창구에선 힘들어서 일 못하겠다 합니다. 업무강도 절.대 단순하지 않아요.

 

올해 들어 텔러들 사이에선 카더라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텔러들도 이제 정규직들이 하는 펀드 방카 대출까지 하게 된다고요. 모든 텔러들의 머릿속에 지나가는 생각은 한가지입니다. 급여도 더 오르겠지? 정규직이라 언론에 생색내지만 업무 단순하다고 적은 급여 줬으니 저렇게 정규직과 똑같이 일시키면 들어온 절차가 다른 직군이지만 급여는 정규직 흉내라도 내주겠지. 그렇게 당하고도 저희 텔러들 희망 품었습니다. 그런데 7월 정기인사발령 날이 다가오기 전에 또 한가지 카더라 소문이 돕니다. 은행에서 RS직군을 깨 털듯이 털고 가는 게 목표라고요. 네? 무슨 말일까요. 그 사연은 이렇습니다. 이제 은행 단순 업무와 적금 대출업무까지도 기계화가 되면서 빠른창구 rs직원들부터 내보내겠다는 거죠. 그게 성공하면? 정규직들 차례겠지요. 그럴 수 있어요. 이해해요. 회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곳이에요. 직원이 이익을 축내고 있다면 정리대상이죠. 그럼? 타행과 당행에서도 매년 연말에 실시하고 있는 희망퇴직처럼 노사합의 간에 절차를 밟아야합니다. 그 과정에서 나갈 직원들은 나가고 임금이 조금 깎이더라도 남을 직원은 남죠. 텔러들은 두 가지 입장을 갖게 됩니다. 희망퇴직은 정규직들과 마찬가지로요. 나가야지 & 업무나 급여가 조금 달라지더라도 계속 다녀야지. rs 깨 털듯 턴다는 카더라 소문이 들릴 때도 저희들 순진하게 은행만 믿었어요. 저희 정규직 이니깐요. 그런데 인사발령이 있던 지난 목요일 인사게시판도 아닌 노조게시판에 수년, 십여년 참고 참고 희망만 가지고 일해 온 저희 rs 정규직들 가슴에 대못을 받는 공문이 떴습니다.

 

내년 1월부터 rs 주임들은 대출만 빼고 모든 업무를 하게 되면 선임, 수석들은 대출까지 하게 된다. 급여 많이 올랐냐고요? 복잡하게 써놓은 급여체계 계산기로 두들겨보니 월급여로 십만원 정도더군요. 워낙 최저임금 겨우 넘는 낮은 기본급에서 월 십만원 정도 더 받으니 그래도 월급여가 200만원도 안 됩니다. 신입이 초봉 4~5천만원, rs주임들이랑 똑같은 일하게 된 연봉 1억넘는 차장들이랑 똑.같.이 일하라고요? 그리고 이게 노사합의래요 rs처우개선과 업무범위확대라고 올라온 공문에 업무범위 확대에 관한 내용만 있지 rs처우개선은 설마 십만원 올린거 말하나요? 은행처우개선 공문 아닌가요? 그동안 은행이 하는 대로 정규직라면 정규직 rs직 우리 뜻과는 상관없는 정규직 아닌 정규직으로 불리던 텔러 직원들이 수년, 선배 텔러들은 십년넘게 참고 참다가 화가 치밀어 처음으로 게시판에 의견을 표출했습니다. 언제 합의했으며 우리가 모르는 합의가 왜 된 거면 동일업무 동일임금에 어긋난다, 다시 합의 해달라. ‘깨 털듯이 턴다더니’ 이렇게 일방적으로 시행해놓고 적은급여에 정규직과 똑같은 업무하면서 지쳐 떨어져 나가길 바란 거냐. 나가라는 소릴 이렇게 고상하게 해놓으셨나? 구구절절 틀린 소리 하나 없습니다.

 

일주일째 이 게시판은 뜨겁습니다. 그런데 노조위원장은 사과문 하나 게시해 놓고요. rs직은 처음에 노조가입이 안됐고 몇 년 전에 노조가입 시켜주면서 또 크게 생색내고 rs직원 중에 딱한명 노조 국장이 된 텔러는 저희가 항의하자 틀에 박힌 답변만 늘어놓으니 저 사람을 rs직원을 대표할 국장이라고 믿고 가만있던 저희가 바보지요. 노조위원장은 사과문에 미안하다고 RS철폐가 목표라고요 저희 정규직이라 그렇게 언론에 자랑스럽게 떠들고 무슨 철폐요? 저희가 왜 부끄러운 직군입니까? rs로 경단녀 고졸직원들 뽑을 땐 그렇게 자랑스럽게 장관까지 은행에 불러서 자랑해놓고요! 왜철폐해요? 백번 이해해서 은행에서 필요 없어서 버리는 거라면 희망퇴직 절차 밟아야죠! 진짜 정규직처럼요!!!!!!! 이런 텔러들과 합의 없는 일방적인 공지로 저희가 게시판에 수백개 댓글 좀 달았다고 인사부에선 다시 인사게시판에 공문을 띄우더군요. 타행도 텔러들이 모든 업무 다하고 있다고요. 똑같이 하는 거라구요. 그렇게 좋은 거면 이렇게 머리 좋고 수완 좋은 신한은행에서 왜 이렇게 늦게 시행합니까? 그리고 타행 계약직들이 그렇게 하면 다 옳은 겁니까? 그럼 타행들 계약직으로 둘 때 저희도 계약직으로 그냥 두지 타행이하면 다 따라하지 rs로 정규직화 했다고 생색은 왜 그리 냈습니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신한은행 무.기.계.약.직 텔러들의 억울함을 꼭 기사화해주세요ㅠ 지금 텔러들이 광화문 1번가에도 글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은행에서는 오늘 은행입장만 나열한 기사를 냈습니다. 그 기사보고 또 가슴에 대못이 박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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