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근무 당시 고가의 침대와 90만원짜리 휴지통을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다수 국민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아버지와 전혀 다른 딸의 모습을 발견한 때문이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화장실 변기에 벽돌을 넣어 사용할 정도로 근검 절약했다. 딸인 박 전 대통령도 사치와는 거리가 먼 정치인으로 인식돼왔다. 실상은 딴판이었다. 90만원 짜리 휴지통을 옆에 두고 사용한 대통령은 한국 정치사에 단 한 사람 박근혜 전 대통령 밖에 없다.

박 전 대통령이 애용한 침대는 ‘아젠침대’로 고가의 수입 브랜드 제품이다. 침대 가격은 669만7천원.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3년 3월 이 침대를 구입해 관저에 뒀고, 4개월 후 80만8천원인 까사미아 침대를 추가 구입했다. 취임 일주일 전에는 475만원짜리 에이스 침대를 구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이후 이 침대들을 그대로 청와대에 두고 사저로 거처를 옮겼다. 국가 예산으로 구입한 터라 내용 연한이 9년으로 정해졌고 그 기간만큼 사용을 해야 하기 때문. 그 뒤처리를 놓고 지금 청와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가 예산으로 구입한 물품이라 그냥 버리기도 어렵고 전직 대통령이 사용하던 침대라 다른 사람이 사용하기에도 애매하다. 청와대 내부의 숙직실이나 경호실 등에 사용을 하거나 중고로 판매하는 방안도 나왔으나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보류됐다.

박 전 대통령의 침대 처분을 놓고 고민하는 청와대 소식이 알려지자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자신의 SNS에 “청와대 어딘가 보관했다가 청와대 완전 개방하는 시점에 ‘국정농단 반면교사’로 전시했으면 한다. 이때 박근혜의 90만원이 넘는 휴지통들도 함께 전시했으면”이라고 제안했다.

실제로 부패 정치인의 ‘사치품’을 반면교사 삼아 박물관에 전시한 사례가 있다. 3천 켤레가 넘는 이멜다 마르코스의 ‘명품 구두’가 그것이다. 이멜다는 ‘아시아 최악의 독재자’로 알려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부인으로 국가재정으로 엄청난 사치를 부려 현재까지도 필리핀 국민에게 공분을 사고 있는 인물이다.

마르코스 부부는 1986년 ‘피플파워’로 불리는 민중봉기가 일어나자 하와이로 망명했고, 부부가 지내던 말라카냥 궁에서는 3천 켤레의 최고급 구두와 수백벌의 명품 옷, 가방, 보석 등 엄청난 사치품이 발견됐다. 이 물품들은 부정축재 재산으로 모두 몰수됐고 일부는 마닐라 국립박물관에 옮겨졌다.

최 전 의원이 밝힌 청와대 구입 물품 중에는 고가의 침대 외에도 동명가구에서 호두나무로 깎아 만든 90만원대 휴지통도 있었다. 또 청와대 본관에는 김치 냉장고(250만원), 텔레비전(672만원), 장롱(512만원) 등 살림 물품 약 3300만원어치가 들어왔다. 당시 최 전 의원은 “대통령이 기거하는 곳은 공관인데 청와대 본관에 일반 가정집 살림살이들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냐. 누가 살고 있는 건지”라며 해명을 요구했으나 당시 청와대는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국민들은 궁금하다. 7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 침대를 구입한 사람이 누구인지. 박 전 대통령이 원해서 구입했는지 아니면 최순실 등 주변 사람이 추천해 구입했는지. 90만원이 넘는 휴지통을 박 전 대통령이 사용했다는 소식에 기가 막힌다는 네티즌들도 많다. 네티즌들을 대신해 의왕에 계신 분께 문자를 보낸다. “응답하라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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