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문에서 이런 기사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4천억 반도체수출 사기…‘제2 모뉴엘 사태’ 우려” 그리고 부제로 “관세청이 메이플세미컨덕터 적발 ‘내년 상장’ 거짓 홍보로 피해 커져”라는 내용이 보도 되었다.

아니 아직도 제2 또는 제3의 모뉴엘 사태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의 책 <과연 대우조선해양만 그럴까?>에는 ‘허위매출형 분식회계 대명사 모뉴엘’이라는 내용이 있다. 이어지는 내용에는 ‘제2의 모뉴엘은 후론티어다’라고 상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다.

저 메이플세미컨덕터 반도체수출 사기는 제3의 모뉴엘 사태가 맞다. 그리고 모뉴엘이나 후론티어 사태에 단골로 등장하는 은행이 이번에도 등장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닌 것 같다. 결국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속담처럼 관리능력은 떨어지면서도 연봉 1억원 상당의 급여를 받아가면서 고객들 수수료만 올리는 은행의 한심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신문기사를 먼저 살펴보고 아직도 이런 종류의 수출사기 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사회여건과 이에 대한 대책을 살펴보자.

‘반도체 분야 강소기업’으로 유명세를 탔던 한 반도체 업체가 불량 웨이퍼를 비싼 값에 수출했다가 이를 되사는 수법으로 수출 실적을 허위로 부풀리고 4000억원대의 무역금융 범죄를 저지르다 적발됐다. 이 회사의 코스닥 상장 추진을 믿고 투자했던 개미투자자를 비롯한 은행, 기관투자가, 거래업체들이 최소 1000억원대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여 ‘제2의 모뉴엘 사태’로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불량 웨이퍼를 정상품으로 둔갑해 수출한 것처럼 속이고 부당대출, 밀수출입을 일삼고 또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회사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려 한 메이플세미컨덕터 대표 박 모씨(50) 등 3명을 관세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2008년 설립된 메이플세미컨덕터는 국내 최초로 실리콘 카바이드 전력반도체를 상용화했지만 올 1월 돌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 시장에 충격을 준 중소기업이다.

관세청이 파악한 무역범죄 금액은 모두 4096억원에 달한다. 세관에 따르면 이들은 한 장당 0.5달러에 불과한 불량 웨이퍼를 250~800달러로 부풀려 2011년부터 총 294회에 걸쳐 허위 수출신고로 실적을 조작했다. 이 회사는 일단 홍콩의 페이퍼컴퍼니로 물품을 보낸 뒤 국내 5개 은행에 허위 수출채권을 매각해 1370억원을 유용했다.

-매일경제 2017년 7월 18일

이 기사에서 말하는 모뉴엘 사태를 먼저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2014년 3조원대의 무역사기가 적발된 사건이 모뉴엘이다. 당시 모뉴엘의 박홍석 대표는 저가의 PC 케이스 수출 가격을 120배로 부풀려 수출하고, 조작된 수출채권과 선적서류 등 무역 서류를 금융회사에 매각하는 수법으로 자금을 빼돌렸다. 당시 국내 은행 10곳이 돌려받지 못한 금액만도 5400억원에 달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사법처리로 1심에서 23년의 중형이 선고 되었으나, 2심에서 15년으로 감형되었고, 3심인 대법원에서 이를 확정하여 종결된 사건이다.

필자가 주목한 점은 이것이었다. “저런 사기 대출이 가능 하려면 먼저 분식회계 장부가 만들어 지고 이를 묵인한 회계감사 업체가 있어야 한다. 또 이런 자료의 잘못됨을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보지 못한 은행과 금융감독기관이 있어야 한다.” 이 전제 또는 가정이 맞는가를 확인해보니 역시나 ‘눈 뜬 장님’ 회계감사 업체도 있었다. 그리고 단골로 등장하는 은행이 대출을 해주었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예를 하나 든다면 이것이다. 2013년 영업이익이 1,050억원인데 현금흐름표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5억원에 불과하였다. 이런 정도의 괴리 즉 영이(손익계산서의 영업이익)와 영현(재무상태표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차이가 크면 분식회계다. 필자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금액을 산출하여 고발할 때 적용한 방법이다.

그런데 2015년에 세상의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제2의 모뉴엘 사태가 발생하였다. 그것이 바로 후론티어 사건이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1일 후론티어사의 갑씨는 생산원가가 2만원인 TV캐비닛을 개당 2억원, 총 1563억원으로 부풀려 일본M사로 수출신고를 하고 물품은 갑씨의 아내 명의로 설립한 P사로 발송했다. 이후 이 허위 수출 매출액을 은행권에 팔아 돈을 유용했고, 수출 채권 만기가 되면, 같은 방식의 위장수출을 반복해 은행권 대출을 막았다.

관세청 조사대로라면 이 후론티어사의 갑씨는 매출을 부풀리고 매출채권도 가짜였으니 분식회계를 한 것. 그렇다면 이 회사를 감사한 회계법인이 잘못한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후론티어 사건에서는 회계사가 범인을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우공인회계사 감사반 회계사는 감사의견 거절을 제시하였고 관세청은 이를 근거로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

가우공인회계사의 의견거절의 근거는 이렇게 되어 있다. “대표이사에게 54억원이라는 단기대여금이 지급되었으나 타당한 근거가 제시 되지 않았고, 매출액이 500억원인 회사의 매출채권이 87억원으로 과다하고 이에 대한 상세 내역 제시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모뉴엘은 관세청이 적발한 것이고 후론티어는 가우공인회계사가 적발한 것이 되겠다.

그러면 이번 메이플세미컨턱터는 누가 적발하였을까? 우스꽝스럽게도 메이플세미컨덕터 회사가 스스로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탄로가 난 사건이 된다. 물론 법정관리 신청을 보고 조사를 한 관세청의 노력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그래서 필자가 메이플세미컨덕터의 감사보고서를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서 분석해보았다.

이것은 메이플세미컨덕터가 분식회계를 공공연하게 하였다는 증거다. 이것을 보고도 분식회계를 몰랐다면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한 마디로 “밥 값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아직도 이런 분식회계를 몰랐다고 변명만 할 것인가?

첫째, 영업이익이 영업활동 현금흐름보다 너무 많다. 둘째, 단기채권과 재고자산이 매출액의 40% 수준이다. 이런 불합리한 숫자가 제시되면 구체적으로 확인하여야 하는 것이 회계법인의 임무다. 무엇을 확인하였나?

 

공시자료의 주주현황을 보라.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가?

한심한 일이다. 회계자료를 분석해보고 투자도 하고 대출도 하자!!

이에 대한 대책은 필자가 <과연 대우조선해양만 그럴까?>에서 피력한 제안을 다시 한번 설명한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회계 부실을 사전에 눈치채고 시장에 알릴 수 있는 독립적인 조직이 만들어 져야 한다. 공시된 감사보고서를 근거로 회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여 조사할 조직만 있어도 분식회계를 근절 할 수가 있다. 이를 분식회계 감독 기능의 대전환이라고 하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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