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7월 열린 보수 단체의 세월호 반대 집회.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지난 4·13 총선 당시 청와대가 보수단체를 선거에 동원한 정황이 포착됐다. 무더기로 발견된 ‘청와대 문건’이 그동안 제기되던 관제선거 의혹을 사실로 밝히는 ‘스모킹 건’이 될지 주목된다.

20일 <경향신문>은 전 정부의 ‘청와대 문건’에서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보수단체들이 힘을 모아 정부 지원세력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독려하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문건은 정무수석실 내 정무기획비서관실 잠긴 책상서랍에서 발견됐다. 지난해 1월 작성된 이 문건은 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보수단체 이름이 명시됐다. 시기적으로도 청와대가 보수단체를 4·13 총선에 동원하려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앞서 청와대는 최근 옛 민정수석실·정무수석실 캐비닛에서 국정농단과 관련이 있는 박근혜 정부의 문건을 다수 발견해 검찰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이 문건이 작성된 경위와 실행 여부 등을 파악하는 데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보수단체를 관제데모에 동원, 선거에 영향을 주려 했다는 의혹은 줄기차게 제기됐다. 특히 전 정부의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관제데모’를 지시·관리한 ‘실행팀’으로 지목받고 있어 이번 문건이 발견된 장소도 의미심장하다. 당시 정무수석실 산하 허현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에 관제데모를 사주하고, 이 단체들에 대한 지원을 전국경제인연합회에 강요한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국정원 역시 ‘관제데모’ 의혹을 받는다.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정원장 재직 시절 보수단체장들과 만나 “돈을 지원해 주는 창구를 하나로 하라”고 요청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국정원이 보수단체를 조직적으로 지원하며 관리하는 게 아니냐는 것. 국정원의 관제데모 동원 의혹은 문재인 정부 국정원의 적폐청산 조사 대상 13개 항목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의 관제데모 의혹은 4·13 총선 이전에도 있었다. 2014년 조윤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세월호 참사 이후 보수단체를 동원, 친정부 집회를 열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는 ‘알바비’를 받고 세월호 반대 집회를 열었다. 또한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세월호 관련 ‘관제데모’에 개입한 정황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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