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MB에게 수사 확대해야”, 한국당 “이제 와서 들추는 것은 정치보복”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임해원 기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녹취록 복구본이 공개되면서, 국정원의 선거개입 및 여론조작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재판부는 24일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결심에서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등 국정원이 작성한 13건의 문건과 ‘전 부서장 회의 녹취록’을 새로이 증거로 채택했다. 원 전 원장의 녹취록은 2013년 박근혜 정부시절에도 국정원댓글수사팀에 제출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녹취록을 제출한 남재준 전 국정원장 휘하 국정원 감찰실은 원 국정원장의 발언을 100여개 가까이 삭제한 ‘반쪽자리’ 녹취록을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원 전 원장이 주재한 전부서장회의 녹취록에는 선거 개입, 여론조작, 보수단체 지원, 언론 길들이기 등을 지시한 내용이 담겨있다. 원 전 원장은 19대 총선을 앞두고 “교육감 선거도 분열 때문에 졌다. 12월부터 예비등록이 시작하니 지부장들은 현장에서 교통정리를 잘하라”며 선거개입을 지시했고,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서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11개월 남았는데 우리 지부에서 후보들 잘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보도가 나온 다음 차단하는 게 아니라, 미리 알고 못나가게 하거나 잘못 쓴 매체를 없애버리는 게 여러분이 할 일이다. 잘못할 때마다 줘 패야지 정보기관이 매달리면 안 된다”며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확인되면서 수사를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25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은 대통령의 지침을 받고 따르는 핵심기관”이라며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원 전 원장 간 어떤 밀약이 있었는지 검찰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윤경 원내대변인도 “원 전 원장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이를 지시한 윗선의 개입까지 철저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MB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천정배 국민의당 전 대표는 26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박근혜 부정선거 대책본부였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하며 “이번 기회에 국정원처럼 음지에서 일하는 권력기관을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바로 윗선이라고 하는 것이 당시 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일 텐데, 이명박 대통령의 개입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며 "국정조사를 한다거나 국회에서 먼저 이 문제를 따져야 할 것 같고, 또 검찰 수사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에서는 원 전 원장 녹취록 파문이 MB수사로 확대되는 것은 정치보복이라며 날을 세웠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정원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상응한 대가가 있어야 한다”면서도 “지금 이 시점에 제기하는 문제가 재판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고의적 행동이라면 정당성이 절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문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도 25일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있었던 일이 지금 왜 새로운 정부에서 일어나는 일과 꿰맞춰져야 하는가 이런 정치적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 녹취록 공개가 전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도 자유한국당과 입장을 같이 했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25일 논평을 통해 "여당이 자꾸 나서는 모습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며 여당의 수사 확대 주장을 비판했다. 이어 “일부에서 벌써부터 과도한 해석으로 이명박 대통령까지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치적 이해관계로 보이지 않도록 차분히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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