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임해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 출석한 최순실 씨가 증언을 거부했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최씨는 특검팀을 신뢰할 수 없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이날 증언대에 선 최씨는 "지난번 이 재판에 나와서 전부 진술하려 했는데 딸 유라가 먼저 나와서 혼선을 빚었다"고 말했다. 진술이 서로 엇갈릴 경우 둘 중 하나는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진술하기 곤란하다는 것. 최씨는 이어 “오늘 자진 출석하려고 했는데 구인장을 발부했다고 해서 당황스러웠다”며 법원의 구인장 발부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또한 최씨는 딸 정씨가 지난 12일 이 부회장 재판에 출석한 것도 특검팀의 강압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특검에서 유라를 새벽 2시부터 9시까지 어디서 유치했는지 부모로써 물어봐야 하는 상황인데, 특검이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유라 본인이 직접 나왔다고 하더라도 위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이 딸을 데리고 가서 먼저 증인신문을 강행한 것은 딸로 하여금 저를 압박하기 위한, 제2의 장시호를 만들기 위한 수법이라고 생각해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특검팀에 항의했다.

최씨는 또 “특검팀에서 조사받을 때 ‘인정하지 않으면 삼족을 멸하고 손자까지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특검팀의 수사가 강압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특검으로부터 협박과 회유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완전히 패닉상태”이며, “특검의 회유와 압박에 일일이 대답할 필요가 없을 거 같다”고 증언을 거부했다.

최씨가 특검팀을 비난하며 증언을 거부하자 재판부는 “그럼 왜 나왔느냐”고 질문했고, 최씨는 “나오라고 하니까 나왔다”고 대답했다. 재판부는 최씨에게 “하고 싶은 말 하러 나오는 자리가 아니라 재판부 질문에 답하는 자리다. 증언 거부할지 결정해서 답할 수 있는 부분은 답하라”고 지적하며 증언을 촉구했다.

최씨의 진술거부에도 불구하고 특검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의 통화기록, 삼성전자의 영재센터 후원,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등을 토대로 신문을 이어가려 했다. 하지만 최씨는 자신의 재판과 연관이 있다며 진술을 거부했고 “증언을 거부하는데 계속 물어보는 것도 곤욕이다. 계속 이렇게 고문식으로 해야 하느냐”며 신문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최씨는 진술조서 내용이 자신이 진술한 내용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진정성립 절차에서도 증언을 거부했다. 최씨는 “생각이 잘 안난다”거나 “눈이 나빠 잘 보이지 않는다”며 특검의 신문을 회피했고, 결국 재판은 시작한지 20분 만에 휴정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들은 반대신문을 할 경우, 최씨가 특검의 재신문에 응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반대신문 결정을 유보했다. 결국 이 전 부회장의 오늘 재판은 최씨의 진술 거부로 1시간 30분 만에 소득 없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