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제거수술을 받고 돌아온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 상원 본회의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임해원 기자]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고자 하는 미국 공화당의 시도가 계속해서 실패하고 있다.

지난 26일, 미 상원은 오바마케어 폐지안(ORRA, Obamacare Repeal and Reconciliation Act)을 45대 55로 부결시켰다. 52명의 공화당 상원의원 중 7명이 반대표를 던진 것. 이는 25일 오바마케어 대체안(BCRA, Better Care Reconciliation Act)이 43대 57로 부결된 지 하루만의 일이다.

뇌종양 진단을 받은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혈전제거수술을 받은 지 일주일 만인 25일, 워싱턴으로 돌아와 오바마케어 폐지에 관한 상원 토론을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매케인 의원의 분투에 힘입어 51대 50으로 토론 재개가 결정됐지만, 결과는 두 번의 부결이었다. 심지어 토론 재개를 주장한 매케인 의원마저 폐지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매케인 의원은 "나는 토론을 허락하고 수정을 가능하게 하자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법안에는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법안은 껍데기만 남았다"고 말했다.

25일 부결된 오바마케어 대체안 ‘BCRA’은 기존에 제시된 트럼프케어를 일부 수정한 것으로 오바마케어를 완전히 폐지하고 새로운 건강보험법을 입안하는 내용이다. BCRA는 건강보험가입자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축소하고, 보험사가 오바마케어의 보험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보험상품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출산이나 입원과 관련된 비용을 지원하지 않는 건강보험도 판매가 가능해진다. 또한 엄격한 연방 지출 한도를 설정해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의 확대를 중단시키는 한편, 보험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약 2천억 달러를 지출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하지만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BCRA가 통과될 경우, 오바마케어가 유지될 경우에 비해 2026년까지 약 2,200만 명의 건강보험 미가입자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BCRA는 25일 상원 투표에서 43대 55로 부결됐다.

오바마케어 폐지안, ‘ORRA’는 BCRA와는 달리 대체법안 없이 우선 오바마케어를 폐지하자는 법안이다. 2015년 오바마케어에 대한 재정지출을 중단해 폐지 수순을 밟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된 바 있으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바 있다. ORRA는 건강보험가입자에 대한 세금공제, 메디케이드 확대계획, 부유층 및 의료산업에 대한 세금부과, 건강보험가입의무 강제규정 등의 폐지를 골자로 한다. 대신 오바마케어의 보험 규정은 폐지되지 않으며, 완전한 폐지는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이뤄진다. 공화당은 우선 2년의 유예기간동안 새로운 대체법안을 만들겠다는 심산이었다. ORRA는 대체법안이 없는 만큼 건강보험시장에 가하는 충격이 더 크다. 의회예산국은 ORRA가 통과될 경우 2026년까지 건강보험료가 2배 상승하고 3,200만 명의 건강보험 미가입자가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전국적으로 개인 건강보험시장에서 구매 가능한 보험상품도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ORRA는 26일, 45대 55로 부결됐다.

마지막으로 남은 선택지는 일부폐지안(Skinny Repeal)뿐이다. 이는 오바마케어의 전면적인 폐지를 포기하는 대신, 오바마케어의 핵심인 개인 및 기업의 건강보험가입의무 강제규정만이라도 폐지하자는 것이다. 건강보험 로비스트와 상원 보좌관들은 이를 그나마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꼽고 있다. 일부폐지안은 의료기기 등에 부과된 세금의 일부 폐지, 미국가족계획협회(Planned Parenthood) 재정지원 중단, 예방 및 공중보건기금(Prevention and Public Health Fund) 폐지, 지역사회 보건센터 기금(Community Health Center Fund) 폐지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의회예산국에 문의한 바에 따르면, 일부폐지안 통과 시 약 20%의 보험료 상승과 1,600만 명의 미가입자 발생이 예상된다.

일부폐지안은 기존 트럼프케어에서 매우 축소된 법안이지만, 이마저도 상원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6일 공화당 상원의원 일부가 여전히 일부폐지안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도파 의원들은 강제가입의무 규정 폐지 시 건강보험 유지가 가능할지 우려하고 있으며, 보수파 의원들도 당초 법안보다 크게 후퇴한 일부폐지안을 반기지 않는 모습이다. 폴리티코는 “공화당 측이 금요일 표결을 위해 목요일부터 세부내용에 대한 상원토론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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