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etty Images>

지난주에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류와 경쟁할 인공지능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인공지능이 2개 이상의 움직이는 축을 장착하게 되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또 다른 한축을 장식할 로봇이 된다. 로봇은 1920년 체코의 작가 '카렐 자페크'의 소설에 처음 등장했는데 100년이 지난 지금 산업현장에서는 필수적인 일꾼이 되었다. 지금은 가정에 무선청소기 수준의 로봇이 보급되어 있지만 요리와 설거지를 담당할 로봇세프의 도입도 멀지 않았고, 20여개의 축으로 움직이는 '인간형 로봇'도 머지않아 가정마다 1대씩 보유하게 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로봇이 바꿔놓을 인류의 미래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로봇을 연구하는 제어계측 공학과는 이미 20년전에도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필자가 대학교에서 처음 접한 로봇은 2개의 움직이는 축을 가지고 복잡한 미로를 찾아가는 '마우스 로봇'이었다. 얼마 후 마우스로봇은 이미지센서를 장착하고 상대 플레이어와 경계선, 공을 인식하는 한층 진화한 축구로봇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 한국에서도 10년 전부터 각종 전시회에 인간을 닮은 두발로 걸어다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출품하는 업체들을 만날 수 있었다.

10년전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스마트폰은 영유아 교육용 로봇시장에서 이미 로봇의 두뇌와 얼굴 역할을 넉넉히 수행하였다. SK텔레콤이 출시한 '알버트'시리즈는 4년전 필자가 참가한 미얀마와 베트남 수출상담회에도 합류했었다. 이 제품은 스마트폰을 여러가지 센서와 모터를 보유한 이동가능한 로봇몸체에 부착하여 사용하는 제품이었다. 결합이 이루어지면 스마트폰은 유아용 로봇으로 변신하여 책을 읽어주거나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기도 하며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어린이들에게 친근감을 유도했다.

KT도 키봇이라는 스마트폰이 탑재된 유아용 로봇을 먼저 출시하며 시장에서 알버트와 경쟁했다. 최근에 출시된 '키봇2'는 두산동아, 삼성출판사 등의 교육용 콘첸츠로 무장하였고 가격을 30만원 정도로 낮추었지만 판매는 거의 중단된 상태이다.

반면 일본의 샤프는 작년에 걸어다니는 로봇형 휴대폰 '로보혼'을 출시했다. 음성을 인식하는 19센티 크기의 앙증맞은 이 로봇은 차라리 인간형 로봇에 가깝다. 여러개의 관절을 움직여 걸어다니며 영상을 촬영하고, 음성과 사람을 인식하여 대화를 진행하고 머리에 장착된 프로젝트로 화상을 투영할 수도 있었다. 물론 로봇의 몸체를 수화기처럼 잡아들면 평범한 전화기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다.

년간 4만대 수준의 한국의 로봇 시장은 아직 년간 성장률은 높지 않지만 안내를 담당한 ‘퓨로’ 등 한국이 제작한 서비스로봇은 코엑스, 산호세, 시애틀, 두바이공항 등 세계 각국을 누비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대화형 서비스 로봇은 다가오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다국어로 세계인의 안내를 담당하며 활발히 활약할 것이다.

세계로봇시장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가 2014년 사람과 대화하는 감정로봇 '페퍼'를 출시했다. 페퍼는 한국의 서비스로봇보다는 광범위하게 은행, 의류상점, 커피숍, 회전초밥집 등 2천여개 업체에서 이미 열심히 일하고 있다. 노인문제가 심각한 일본에서는 홀로 생활하는 독거노인들에게 든든한 말벗이 되기도 한다. 표정을 읽으며 감정을 전달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의 로봇사랑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의 헨나호텔은 다국어를 말하는 공룡로봇, 포터로봇 등 140대의 로봇스텝을 고용하여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로봇시장에서 중국의 추격도 빠른편이다. 중국 과학기술대학교가 개발한 얼짱 로봇 ‘자자’는 자연어구사로 이미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중국의 메이디그룹은 세계4위 산업용로봇 업체인 독일의 ‘쿠카 로보틱스’를 약5조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2020년에는 세계1위의 로봇강국이 되겠다며 로봇개발과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에 비하여 인간형 로봇의 보급은 활발하지 않지만 산업용 로봇이나 수술용 로봇의 활용은 크게 되지지 않는다. 전세계 산업용 로봇의 약40%가 자동차공장에 그리고 20%가 전기전자공장에 이용되는데 이 분야모두 한국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분야이다. 필자는 자동차회사와 전자회사에서 근무하며 일부 로봇의 개발에 참여하여 로봇이 조립공정에 필수적임을 체험했다. 군산에 있는 자동차 공장에서는 다수의 용접로봇이 불꽃을 튀기며 조립과정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 조선산업에서도 어려운 용접작업에 로봇이 투입되고 있다. 전자산업의 일부 조립공정은 로봇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아예 조립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은 더이상 리드선이라고 하는 다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깨알보다 작은 납구슬이 메모리의 아래쪽에 행렬로 배열되어 PCB와 결합한다. LCD제품도 유리표면에 금속배선이 있는데 배선의 간격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0.1밀리미터 정도이고 배선의 굵기는 약 0.05밀리에 지나지 않는다. 유리배선과 LCD화면을 제어하는 IC패키징의 접합은 금가루가 코팅된 미세한 플라스틱 구슬으로 이루어진다. 하얀 반죽에 포함된 이 나노 구슬들은 일정한 압력과 온도로 수초간 압착되면 구슬이 터지면서 전류가 흐르는 도선의 역할을 한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은 특정한 작업만 가능했지만 최근의 로봇은 다양한 작업을 손쉽게 활용하는 범용로봇으로 변모하고 있다. 리씽크 로보틱스의 ‘박스터’는 로봇의 상태를 알려주는 앙증맞은 화면을 가지고 있다. 이 로봇은 래더로직 등으로 어렵게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이 아니고 사용자가 직접 로봇을 움직여가며 보다 손쉽게 프로그램할 수 있다. 유니버설 로봇의 UR시리즈도 새로운 셋업에 12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제 로봇은 도입 후 공정이 변경되면 중고매물로 내놓는 제품이 아니라, 새로이 프로그래밍하여 또 다른 작업에 손쉽게 투입할 수 있는 든든한 종업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한국에서 로봇을 이용한 수술도 다른 나라보다 활발하다. 의료용 로봇 다빈치 등을 이용한 수술은 한국이 선구적이다

전시회에 여러번 출품된 의료용 로봇은 가위의 손잡이처럼 생긴 고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필자도 약5분 정도 연습하니 물건을 집어서 다른 곳으로 쉽게 옮길 수가 있었다. 상처를 꿰메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로봇은 분명히 다소의 출혈이 야기되는 수술에서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감염 예방에도 효과적이었다.

수술 뿐만 사람의 손이 직접 들어가기 힘든 곳에도 로봇은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 사고현장이나 화재현장,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 국제우주정거장과 화성, 깊은 바다속은 로봇을 투입하기 더없이 좋은 곳이다.

미래의 로봇의 발전방향 중 하나는 지능형 로봇이다. 지능형 로봇은 사물인터넷 기술에 힘입어 각종 센서로부터 수집된 정보로 판단하여 스스로 움직이는 진화된 로봇이다. 아이언맨슈트나 태권V 처럼 입거나 사람이 타는 로봇도 발전이 기대된다. 로봇을 입으면 무거운 물건을 가볍게 들 수도 있고, 더 빨리 달릴 수도 있다. 한편 사람의 뇌에 연결하는 로봇이나 뇌파로 움직이는 로봇은 이미 장애인의 활동을 돕고 있다. 딱정벌레 등 살아있는 곤충에 전극을 연결하여 로봇처럼 활용하는 기술도 연구가 활발하다.

로봇의 개발이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미국 통계국은 운송용 로봇 키바 등을 적절히 활용했던 아마존이 14만명을 고용했지만 29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의미 있는 보고를 내놓았다. 필자는 산업용 로봇의 설계에서 사소한 프로그래밍 오류가 로봇을 살인기계로 변모시킬 위험성을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이러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지만 제4차 산업혁명의 도입으로 로봇의 활용은 불가피하다. 유연하고 신축성 있는 조직으로 구성된 소프트로봇에 대한 연구는 오래전 시작되었다. 점점 사람을 닮아가는 로봇은 머지 않아 로봇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지는 수준으로 인류와 동일하게 변모할 것이다. 우리가 공상과학 영화의 대사처럼 로봇에게 "너는 로봇이니"라고 물어볼 날도 멀지 않은 것이다.

 

<필자 약력 소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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