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9일 오후 춘추관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협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임해원 기자]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양국이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가 끝난 뒤 정의용 안보실장에게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 개시를 미국 측과 협의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2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호의 시험발사가 있은 지 불과 약 1시간 만에 이루어진 결정이다. 윤 수석에 따르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29일 새벽 3시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해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을 제의했고, 맥매스터 보좌관은 오전 10시 30분 개정협상 개시에 동의한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번 협상에서는 사거리보다 탄두 중량을 늘리는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현재 적용중인 한·미 미사일 지침은 2012년 개정된 것으로 국내 보유 미사일의 사거리를 800km, 탄두 중량은 500kg로 제한하고 있다. 5년 만에 다시 재개되는 이번 개정협정에서는 북한의 무력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탄두 중량을 1t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한 탄도미사일 중 최장사거리를 자랑하는 현무 2-C의 사거리는 800km로 북한 전역이 타격가능하다. 하지만 탄두 중량 500kg으로는 북한의 지하 벙커시설을 타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1t 이상의 탄두를 장착할 경우 10~20m 지하에 설치된 시설에도 피해가 미칠 수 있다.

또한 현행 미사일지침에 따르면 사거리가 줄어들수록 탄두 중량을 늘릴 수 있게 되어있다. 사거리 500km인 미사일의 경우 탄두 중량 1t까지, 300km의 경우 2t까지 장착이 가능하다. 이번 개정 협정에서 탄두 중량 제한이 우리 측 제안대로 늘어난다면, 사실상 북한 전역을 타격 범위에 넣을 수 있는 500km급 미사일에는 2t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어 지하시설 파괴능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될 전망이다.

2012년 개정 협정을 이끌었던 김태효 전 대외전략기획관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과 탄도미사일 능력이 보다 신장됐고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북한 위협에 대한 경각심도 그만큼 커졌다”며 미국 측의 수용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2012년 개정 협정 시) 한·미 협의와는 별도로 우리가 중국을 납득시키는 과정을 병행했다”며 중국이 이번 개정 협정에 대해 과도하게 우려하지 않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