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에 기고한 칼럼에서 핵동결을 북핵문제 해법으로 제시한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임해원 기자] CNN이 북한문제의 해결책으로 ‘핵동결’을 제시한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의 주장을 보도했다.

지난 7월 28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호의 2차 실험을 강행하면서, 한·미 양국에서는 대응방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실험발사 다음날인 29일 연기됐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의 임시배치를 결정하는 한편,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을 통해 국내 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늘리는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는 군사위협에는 대응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이라는 대북정책의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대표는 1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떤 경우에도 북과 대화한다는 원칙과 사드 배치에 대한 근본 입장은 안 변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을 통해 대북경제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중국에 매우 실망했다. 엄청난 대미무역흑자를 거둬가면서도 북한 관련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며 중국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난했다. 중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유도하기 위해 경제·군사적 압박이 동시에 이루어질 가능성도 높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정부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빠르면 이번 주 중으로 대중경제제재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제프 데이비스 국방부 대변인도 “우리는 항상 군사옵션을 준비하고 있다”며 군사적 행동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북한전문가인 란코프 교수는 1일, CNN에 기고한 칼럼에서 경제제재와 군사적 행동 모두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란코프 교수는 구소련 태생의 북한학자로 레닌드라드 대학교 재학 중이던 1985년,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수학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13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며, 현재는 북한전문 정보분석업체 코리아리스크그룹 임원 겸 국민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 문제에 있어서 미국은 “최악과 차악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며 다른 방안들과 비교해 핵동결이 갖는 장점을 설명했다. 우선 란코프 교수는 핵폐기가 협상조건이 될 수 없음을 지적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경우, 국제무대에서 협상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한 후 체제붕괴를 맞은 후세인과 카다피의 사례를 볼 때, 어떤 보상을 제시하더라도 북한이 핵폐기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란코프 교수는 또 경제제재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속에서도 지난해 3.9%의 경제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북한의 최대교역국인 중국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체제붕괴로 인해 발생할 위험을 감수할 생각이 없으며, 이 때문에 미국의 대북제재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중국을 끌어낼 방법이 없다면, 효과적인 대북경제제재는 불가능하다.

군사적 행동은 더 큰 위험이 따른다. 천만 이상의 인구가 밀집한 서울 및 수도권에 대한 북한의 반격이 이루어질 경우 발생할 피해는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다.

란코프 교수는 경제·군사적 옵션은 실효성과 위험성을 고려할 때 “최악”의 선택이며, 그나마 “차악”인 핵동결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핵동결은 현재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유지하도록 하는 대신, 더 이상의 군사실험을 금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핵동결 협상이 이루어질 경우, 북한은 군사실험을 포기하는 대가로 정치적 양보와 경제적 원조를 얻게 된다. 완전한 핵폐기가 아닌 만큼 북한 입장에서도 부담이 덜해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북한이 완벽한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갖추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우선 발사과정에 시간이 걸려 상대정보망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액체연료로켓을 몇 분 만에 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로켓으로 대체해야 한다.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 핵융합탄두를 장착할 필요도 있으며, 무엇보다 미국의 대공방어망 회피기술도 필요하다. 핵동결을 통해 추가적인 군사실험이 금지될 경우 북한의 기술 확보를 막을 수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우선 북한이 협상을 어기고 비밀리에 실험을 수행하거나, 원조를 받은 뒤 협상을 깰 가능성도 있다. 란코프 교수도 핵동결이 불완전한 대안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으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경제·군사제재보다는 낫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설령 북한이 핵동결 협상에 응한 상태에서 비밀리에 군사실험을 수행하더라도, 현재의 상황보다는 훨씬 느린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핵동결 협상으로 북한이 누릴 경제·정치적 이점도 어느 정도의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란코프 교수는 “핵동결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대안들은 더 나쁘다. 워싱턴의 정책결정자들이 새로운 현실을 빨리 이해해야 한다”며 사고의 전환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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