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열풍이 거세지자 시중 은행들이 뒤늦은 서비스 개선에 나섰다. <사진=카카오뱅크>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카카오뱅크 열풍이 거세지자 시중 은행들이 뒤늦은 서비스 개선에 나섰다.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비대면 채널 서비스를 강화하고, 수수료를 대폭 낮춘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진작 제공할 수 있었던 서비스를 이제야 내놓는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간편한 가입절차와 저렴한 대출금리 상품 등을 선보이며 출범 초반부터 시중은행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카카오뱅크의 신규계좌 개설 수는 151만9000건을 돌파했다. 이는 카카오뱅크의 당초 한 달 목표였던 25만 건의 4배를 뛰어넘은 수치다. 카카오뱅크의 예·적금 등 수신액은 6530억원, 대출실행액은 4970억원으로 총 1조1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각종 비대면 전용 상품과, 수수료 완화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대응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지난 2일 비대면채널 전용 상품인 ‘1석7조 통장’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입출식·적립식·거치식 예금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자금융 이체 수수료를 월 20회 면제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KB국민은행 또한 주거래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비대면 상품 출시에 분주한 모양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일 최대 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 ‘KB 주거래 고객 우대대출’을 출시했다. 이는 KB스타클럽 골드스타 이상 고객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별도의 소득 및 재직확인 없이 거래 실적만으로 대출이 가능하다. KB국민은행은 또 소득증명서 없이도 3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 ‘KB 리브 간편 대출’을 선보이기도 했다.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언제든지 갚을 수 있는 소액 신용대출로, 공인인증서 절차가 필요 없다.

해외송금 분야를 독점해 오던 시중 은행들은 수수료 인하에도 돌입했다. 해외 송금 수수료가 시중 은행에 비해 10분의1 수준인 카카오뱅크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해 말까지 인터넷뱅킹과 스마트뱅킹 등 비대면 채널로 외화 송금을 하면 수수료를 낮추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500달러 이하 송금 시 수수료를 기존 1만500원에서 2500원으로, 500~3000달러를 보낼 때 발생하던 수수료도 1만5500원에서 5000원으로 줄인다는 설명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달 초 공인인증서와 보안매체 없이도 전화로 외화를 송금할 수 있는 ‘ARS외화송금’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최대 300만원 한도의 국내 간편 송금 서비스 ‘휙 서비스’를 통해 수수료를 면제하는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이외에도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수취인의 휴대전화 번호만 알면 해외송금이 가능한 ‘1Q Transfer’의 서비스 지역을 중국까지 확대, 연말까지 대상국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 같은 금융권의 늑장 대응을 두고 “그동안은 왜 이렇게 하지 않았냐”라며 질타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수수료 장사에만 몰두해오던 금융권이 뒤늦게 부산을 떠는 모습은 그간 서비스 개선을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란 걸 보여준다(@islegreen)”고 말했다. 이어 “고객 상대로 수수료 장사하던 시중은행들. 발등에 불 떨어지니 여력 없어서 못 내린다는 수수료가 내려가네? 그동안 얼마나 땅집고 헤엄쳤으면...(@BearsWin_V6)”, “은행들의 수수료는 서비스가 아닌 돈벌이 수단이었다. 이제 끝내자(@msws****)”라는 의견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안타깝게도 시중 은행들의 변신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은행들의 변신은 불완전 경쟁구조에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로 형성돼 있었다는 점이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은행 서비스가 전반적으로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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