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 임해원 기자] 구글이 7일(현지시간) 여성편향적·좌편향적 사내문화를 비난하는 문서를 작성해 사내에 회람한 남성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해고했다. 작성자로 밝혀진 제임스 다모어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영구화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다모어가 작성한 ‘구글의 이념적 메아리방’(Google’s ideological echo chamber)라는 제목의 문서는 지난 5일 미국의 IT전문매체 ‘마더보드’의 보도로 공개됐다. 문서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에 비해 IT업계에 적합하지 않은 생물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IT업계에서 남녀격차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여성은 사교적이며 상대 의견에 반대하기보다는 공감하려는 성향이 강해, 연봉협상이나 자기주장, 리더십과 같은 능력이 부족하다. 또한 코딩 같은 체계화 작업보다는 공감능력과 미학적 재능이 필요한 사회적·예술적 직업에 더 어울린다.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이 약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해, 강한 스트레스를 견디며 높은 지위를 목표로 하는 남성에 비해 IT업계에서 성공할 확률이 낮다.

다모어는 다양성·정치적 올바름·평등과 같은 가치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구글의 좌편향적 사내문화로 인해, 생물학적 특성에 따른 자연적 차이를 불공정한 사회적 차별로 인식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다모어는 소수 인종, 여성, 장애인 등을 포함한 ‘다양성’ 집단을 우대하는 채용정책, 교육프로그램 등이 이러한 좌편향적 사내문화의 결과물이며,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정치적으로 올바른 권위주의자"(PC-Authoritarian)라고 비꼬았다.

해당 문서는 사내에서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익명게시판과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구글 직원들은 “작성자를 해고시켜야 한다”는 주장부터 “이런 목소리도 필요하다”는 옹호론까지 다양한 논의를 펼치고 있다. 익명의 구글 직원은 ‘마더보드’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나보다 더 (문서의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직원들이 ‘끔찍하다. (이 문서 때문에)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이런 주장은 허용돼선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봤다”며 “남자 직원들은 ‘작성자가 용감하다. 나도 동의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구글 내부의 상황을 전했다.

이번 사태로 가족과의 휴가도 중단하고 회사로 돌아온 구글 최고경영자(CEO) 순드라 피차이는 해당 문서를 반박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전 직원에게 발송했다. 그는 “우리 일은 사용자들의 삶에 변화를 주는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며 “(여성)동료들이 이 일에 적합하지 않은 생물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격적이며 올바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니엘 브라운 다양성·통합·거버넌스 담당 부사장 또한 “이 글은 젠더 문제에 대한 잘못된 가정을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며 “구글이 추구하는 사내 문화는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이미 지난 4월 미국 노동부로부터 “여성 직원에 대한 체계적 보상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받은바 있다. 비록 지도부에서 빠른 뒷수습에 나섰지만, ‘꿈의 직장’이었던 구글은 계속되는 논란으로 인해 ‘성차별적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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