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학 국제안보협력연구원 교수 <사진=자유아시아방송 캡쳐>

[월요신문 임해원 기자] 미국 정보당국의 북한 핵능력에 대한 평가가 과장되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8일,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efence Intelligence Agency)이 7월 28일 작성한 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핵능력이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할 정도로 발전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충격을 줬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장거리 핵타격에 필수적인 핵탄두의 소형화 기술을 이미 확보했으며, 최대 60개의 핵무기 생산이 가능한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미 정보당국이 북한의 핵능력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학교 국제안보협력연구원 교수는 ‘아에프페’(AFP)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아직 장거리 핵타격에 필수적인 재진입기술과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헤커 교수는 맨해튼 계획으로 세계 최초의 핵폭탄을 개발한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의 소장을 역임했으며 2004~2010년 동안 일곱 차례나 북한에 방문한 북핵 전문가다.

지난 7월 31일 핵과학자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헤커 교수는 미 국방정보국의 보고서와 상반된 의견을 가지고 있다. 헤커 교수는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플루토늄과 우라늄 보유량이 보고서의 판단에 비해 매우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헤커 교수는 “이게 가장 큰 제약이다. 플루토늄 보유량은 20~40kg 정도인데 무기제작 외에도 실험 용도로도 사용되고 있다. 고농축 우라늄은 불확실하지만 200~450kg 정도일 것이다. 다 합쳐도 핵무기를 20~25기 만들 정도의 양이다”라고 주장했다. 보고서가 주장한 60기에 비하면 약 3분의 1정도다. 헤커 교수는 “플루토늄이 고농축우라늄보다 소형핵탄두 제작에 더 적합하지만, 북한은 플루토늄 추출 경험이 부족하다”며 “2016년 두 차례의 핵실험에는 고농축 우라늄이 사용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진입기술과 핵탄두 소형화 기술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헤커 교수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너뜨릴 발전된 재진입체 생산 기술 확보에는 5년 이상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핵탄두는 북한에서 가장 덜 발전된 분야다. 북한이 재진입 과정을 견딜 수 있는 소형 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보고서와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했다.

헤커 교수는 AFP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위협보다 과장된 분석과 적대적 발언이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헤커 교수는 “과장은 위험하다. 김정은이 미쳤다고 묘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때문에 사람들이 김정은을 억제 불가능한 인물로 생각하고 있다. 김정은은 미쳤거나, 자살충동을 느끼거나, 예측불가능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과장된 분석이 북한 문제에 대한 몰이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충고했다. 또한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미 본토를 북한 핵미사일이 타격하는 것이 아니라, 워싱턴이 의도치 않은 한반도 핵전쟁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이런 우려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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