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국 ING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임해원 기자] 노동자 처우개선과 고배당정책을 둘러싸고 ING생명보험의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ING생명보험지부는 지난 4일 ING생명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가 지난 3년간 3천억원에 달하는 고액의 배당금을 챙기는 동안, 직원들의 처우는 더욱 열악해졌다”며 처우개선과 고배당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는 지난 2013년, 총액 1조 8,400억원에 ING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후 MBK는 ING를 중국자본에 매각하려고 시도했으나, 사드(THAAD)문제가 터지면서 매각이 불발됐다. 매각이 어려워지자 MBK는 유가증권 상장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올해 5월 MBK는 보유 지분 중 약 41%를 구주 매출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내놓았고, 이를 통해 약 1조원 이상을 회수했다.

노조 측은 이 과정에서 회사 가치를 올리기 위해 직원들의 희생이 강요됐다고 주장했다. 인수 초기 구조조정 과정에서 약 30%의 직원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구조조정 이후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직원평가제도와 악화된 근무여건으로 인해 자발적인 퇴사자가 발생해, 약 천명이 넘던 직원은 현재 약 72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 가혹한 직원평가제, 원격지발령도 사측 마음대로

사무금융노조 이기철 지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MBK의 ING 인수 이후 새로 도입된 저성과자 교육제도, 합의 없는 원격지 발령, 기준 없는 승진제도 등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ING는 인수 이전에도 실적에 따라 직원들을 1등급에서 5등급까지 나누는 평가제도를 운영해왔지만, 심각한 문제를 저지르지 않는 한 실질적으로 5등급을 받는 직원은 없었다. 이 지부장은 “문제는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라는 것이다. 인수 이후로는 무조건 10%의 직원이 4~5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3등급이 평균인데, 4~5등급의 경우 연봉이 1~2% 삭감된다. 성과급도 4등급은 평균 대비 절반을 받고, 5등급은 아예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직원평가가 직원 재교육을 통한 실적 제고보다는 인건비 삭감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

게다가 5등급의 경우 별도의 목표실적을 할당받아 6개월 안에 달성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회사는 5등급 직원을 6개월간 지켜본 뒤, 실적을 달성할 경우 다시 4등급으로 올려준다. 만약 실적을 달성하지 못해 재차 5등급을 받을 경우, 취업규칙에 따라 징계를 받거나 심하면 해고를 당할 수도 있다.

정성평가가 도입되면서 승진율도 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 지부장에 따르면 MBK 인수 이전 승진율이 85%인 것에 비해, 작년 승진율은 약 40% 수준이다. 이 지부장은 “기존 승진율이 높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정성평가가 도입되면서 승진율이 말도 안 되게 떨어졌다. 이제는 대리급 승진도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자료를 두고 승진고과를 논할 수 있는 정량평가에 비해, 정성평가는 상급자나 사측의 입김이 작용하기 쉽다.

직원 동의 없이 이루어지는 원격지 근무도 문제다. ING는 작년 부산과 전주에 근무하는 직원 3명을 서울로 발령했다가 노조의 저항에 취소한 바 있다. 올해는 청주 근무자 2명을 서울로 발령해 노조와 갈등 중이다. 이 지부장에 따르면 현재 청주 지사 근무자는 7명. 이중 육아휴가자 1명과 육아휴가 예정자 1명을 제외하면 실근무자는 총 5명이다. 이 지부장은 “사측이 주장하는 청주 지사의 적정 근무인원은 4명인데, 2명을 데려가면 3명이 남는다. 여유인력 배분이라는 사측의 주장과 어긋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발령된 직원에게 주어지는 월 백만원 가량의 교통비도 급히 새 집을 구하느라 중복된 집세와 베이비시터 고용 등으로 인한 추가비용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 고배당정책, 매각을 위한 준비수순인가

지난 7월 13일, ING는 “올해부터 2019년까지 연간 2차례(중간·기말배당)에 걸쳐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들에게 배당하겠다”고 공시했다. ING는 그동안 국내 생명보험사에 비해 높은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을 보여 왔다. 지난 해 ING보다 높은 배당성향을 기록한 생명보험사는 중국안방보험에 인수된 동양생명(170.2%) 뿐이다.

2014~2016년도 주요 생명보험사 배당성향. (단위: %)

이 지부장은 고배당의 최대 수혜자가 대주주인 MBK라고 지적했다. 이 지부장은 “MBK는 ING 인수 이후 자본구조재조정 4천억, 배당금 2,800억, 유가증권 상장 1조원 등 총 1조 7천억원의 수익을 챙겨 이미 인수 비용을 거의 회수했다. 현재의 고배당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ING 지분 60%를 가지고 있는 MBK가 최대한의 수익을 확보한 후 매각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반면 ING의 고배당은 높은 수익과 재무건전성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ING의 2017년 2분기 당기순이익은 984억원으로 작년 2분기 수익 844억원에 비해 16.6% 증가했다. 자산운용수익은 감소했지만, 사업비 절감과 준비금 관련 손익 증가로 인한 비차이익(648억원)이 작년 대비 37.6%나 증가한 것이 주원인이다. 지급여력비율(RBC)도 금융당국 권고치 150%를 훨씬 상회하는 523%를 기록 중이다.

외국계 보험사에 비하면 배당성향이 높은 편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주요 외국계 보험사의 작년 배당성향은 메트라이프생명 82.8%, 라이나생명 61%, BNP파리바카디프생명 90.1%, AIG손해보험 200% 등으로 국내 기업들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ING 측은 “문재인 정부의 주주친화정책에 맞춰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고 있는 상황인데, ING의 고배당정책은 그 부분에 대한 연장선일 뿐”이라며 “먹튀 매각은 말도 안된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최근 긍정적인 생명보험업계의 업황과 ING의 수익을 고려할 때, 50% 수준의 고배당정책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MBK 인수 이후 구조조정과 납득하기 어려운 직원평가제도, 일방적인 원격지발령으로 고통받아온 노조 입장에서 고배당은 남의 집 잔치일 수밖에 없다. 사모펀드의 성격상 재무구조개선과 기업매각을 통한 이익실현은 최우선 목표다. 하지만 생계를 담보로 잡힌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처우개선의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기업사냥꾼’이라는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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