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 임해원 기자]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련을 버릴 것을 주장했다.

클래퍼 전 국장은 13일 CNN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카드 패에 없다”고 말하며, 핵보유를 인정하고 이를 통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래퍼 전 국장은 “나도 북한의 비핵화를 바란다. 하지만 북한을 방문해 깊은 대화를 나누며 배운 것은, 그것(북한 비핵화)은 가망이 없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핵무기)은 북한의 생존을 위한 티켓이며, 북한이 이를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대북전략은 북한의 핵폐기를 전제하고 있다. 강경대응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핵폐기를 위해 경제제재부터 군사적 대응까지 모든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북미대화를 주장하는 측 또한 핵폐기를 대화의 조건으로 생각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3월 “대화는 (북한의) 비핵화와 대량살상무기 포기가 우선될 때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은 정권 유지를 위한 최후의 보루인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후세인, 카다피 등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한 뒤 정권이 붕괴됐던 사례를 지켜봤기 때문. 아담 마운트 미국진보센터(CAP) 수석 연구원은 지난 3일 CNN 인터뷰에서 “핵폐기를 고수한다면 어떤 진전도 없을 것이며, 더 불안정한 정책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클래퍼 전 국장 또한 이번 인터뷰에서 “우리의 사고회로가 이것(북한 핵보유)을 받아들이고, 북핵을 제한하거나 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비핵화보다 핵무기 통제를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클래퍼 전 국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절제된 외교적 언어를 사용할 것을 주문했다. 클래퍼 전 국장은 “몇 년 전 한국에서 주한미군 정보책임자로 일했을 때 내가 걱정했던 것은 우리 손을 벗어난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었다”며, “화염과 분노”같은 발언이 뜻밖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김정은을 둘러싼 의사결정구조나 행동 원인을 우리는 정확히 알거나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화염과 분노“같은 말 보다는 절제된 언어를 지지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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