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에 참석한 이철성 경찰청장(좌)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우).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임해원 기자] 지난해 광주경찰청 페이스북에 올라온 게시글을 삭제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철성 경찰청장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철성 경찰청장의 ‘민주화 성지’ SNS 삭제 논란은 지난 7일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지난해 11월 18일 광주경찰청은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광주시민들에게 경찰의 교통통제에 따라줄 것을 부탁하는 글을 공식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해당 게시글은 “연일 계속되는 촛불집회에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민주화의 성지, 광주 시민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담고 있었다. 강인철 당시 광주경찰청장(현 중앙경찰학교장)은 게시글이 올라온 다음날 이철성 경찰청장이 전화를 걸어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나 좋냐”고 비꼬며 해당 게시글을 삭제할 것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금 정부가 촛불로 무너질 것 같으냐”며 촛불집회를 비하하는 발언도 했다고 언급했다. 이 청장은 이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어 강 교장에게 전화를 걸거나 질책한 사실이 없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13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 열린 경찰 지휘부 회의에 참석해 상황을 봉합했다. 김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지휘권 행사를 고민을 했으나, 경찰에 명예회복 기회를 줘야한다는 참모의 건의를 받아들였다”며 “오늘 이후 불미스러운 상황이 되풀이된다면 국민과 대통령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후 갈등상황이 재발한다면 인사교체가 시행될 수 있다는 최후통첩인 셈이다.

이날 회의에서 이 청장과 “국민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 깊이 반성하며 지휘부 모두 심기일전해 국민안전을 지키는 본연의 임무에 매진하겠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강 교장 또한 “국가적으로 엄중한 시기에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정말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강 교장은 “최근 상황에 대해서는 절차에 따라서 공명정대하게 처리되고 의혹이 해소되리라고 믿는다”며 논란에 대해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행안부는 해당 논란과 관련해 이 청장과 강 교장에 대한 감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 장관의 개입으로 갈등이 봉합된 가운데, 이 청장은 연이어 사과의 뜻을 밝히며 논란을 잠재우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 청장은 13일 오후 경찰 내부에 사과 서한을 발송하는 한편,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재차 사과의 뜻을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아래는 이 청장이 13일에 발송한 사과 서한 전문.

 

사랑하는 경찰 가족 여러분!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대단히 위중한 상황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과 국가의 안위를 책임지는 중추기관인 경찰은 민생치안과 사회질서에 한 치의 허점도 없게 해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지휘부 간 불미스러운 갈등으로 인해 국민에게 큰 걱정과 심려를 안겨드리게 되었습니다.

경찰 조직의 책임자로서 국민에게 실망을 드리고 동료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게 되어 대단히 유감스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더 이상의 갈등은 국민의 믿음을 저버리는 일입니다.

저를 포함한 지휘부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에 따라 ‘국민 치안의 시대’를 열기 위해 하나가 되기로 의지를 다졌습니다.

전국의 동료 여러분도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본연의 책무에 매진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경찰에게 주어진 역할은 매우 막중하며, 국민들의 요구와 기대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경찰 개혁을 비롯한 국정의 청사진을 완수하는데 경찰이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치안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갈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인권경찰·민주경찰’로 거듭나야 합니다.

우리 경찰은 그간 적지 않은 어려움과 위기를 겪어 왔지만 이를 극복하면서 부단히 발전해 왔습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이번 일을 경찰 발전의 자양분이 되도록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본청과 현장에 이르기까지, 14만 경찰관 모두가 심기일전하여 민생치안 확립과 경찰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데 혼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동료 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저와 지휘부부터 보다 성숙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겠습니다.

계속되는 무더위에 동료 여러분의 건강과 건승을 기원합니다.

 

2017. 8.13. 경찰청장 이철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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