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기 폭력 경험이 주 원인, 아동·청소년 지원대책 필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6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얼굴에 붉은 색 손을 그려넣은 채 성폭력 근절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임해원 기자] 한국 남성 10명 중 8명이 데이트폭력 가해 경험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홍영오 연구원의 ‘성인의 데이트폭력 가해요인’ 연구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남성 2,000명 중 79.7%가 교제중인 여성에게 한번이라도 폭력을 행사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응답자는 가해경험에 대해 묻는 총 48개의 문항에 대해 “전혀 한 적 없다”, “1년에 한두 번”, “한 달에 한두 번”, “일주일에 한두 번”, “거의 매일”의 다섯 가지 문항중 하나를 골라 답했다. 이중 단 한 문항이라도 "1년에 한두 번" 이상을 대답한 응답자는 가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논문은 가해 유형을 통제행동, 심리·정서적 폭력, 신체적 폭력, 성추행, 성폭력, 상해의 6가지로 구분하고 각각의 가해 경험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이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통제행동(71.7%)이며, 성추행(37.9%), 심리·정서적 폭력(36.6%), 신체적 폭력(22.4%), 성폭력(17.5%), 상해(8.7%) 순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통제행동은 “상대방을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고립되게 하거나 행동을 감시하거나 교육, 직업, 의료 및 재정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홍 연구원은 이중 부부간에만 적용되는 요소를 제외하고 대인관계나 일정, 옷차림 등에 간섭하거나 통화를 강요하는 행위들을 측정했다. 통제행동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 것은 ‘누구와 함께 있는지 항상 확인했다’(43.9%)였으며, '통화가 될 때까지 계속 전화'(38.5%), '옷차림 제한'(36.3%), '다른 이성 만나는지 의심'(36.2%)의 순이었다.

통제행동이 데이트폭력이냐 아니냐는 논문이 공개되자 가장 논란이 되었던 부분이다. 논문에 대한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연인끼리 저 정도 행동은 다 하지 않나”, “저 기준이면 여성도 90% 이상 가해 경험이 있을 거다”라는 등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홍 연구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통제행동은 세계보건기구에서도 데이트폭력의 한 유형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연구에 포함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연구에서 피해 여성을 조사한 결과, 통제행동에 이별을 고려할 정도로 심각한 반응을 보였다”며 “통제행동으로 인해 여성이 이별을 고할 경우, 남성들이 사진이나 동영상을 유출하겠다고 협박하거나, 자해를 하는 등 폭력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또한 “통제행동 경험이 있는 남성의 경우 심리·정서적 폭력이나 신체적 폭력 등 다른 유형의 폭력을 행사한 경험이 있을 확률이 더욱 높았다”고 지적했다. 즉, 통제행동은 더 심각한 수준의 폭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데이트폭력의 범주에 넣어야 한다는 것. 홍 연구원은 “가부장적인 사회구조로 인해 한국 남성들이 상대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 폭력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가해 요인별로는 ‘폭력에 대한 정당화’와 ‘성장기 아동학대 피해경험’, ‘경계선 성격장애’가 모든 유형의 폭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폭력을 갈등 해결의 정당한 방법으로 인정할수록 데이트 폭력의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하는 ‘폭력에 대한 정당화’는 모든 유형의 데이트폭력에 있어서 가장 높은 영향력을 보였다. 이외에 성장기 부모의 폭력을 목격한 것도 심리·정서적 폭력과 신체적 폭력의 원인으로 나타났다. 홍 연구원은 논문에서 아동기의 폭력피해 경험은 성인기 폭력의 가해요인이 될 수 있으며, 부모의 폭력을 목격한 아동은 이를 모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데이트폭력 예방을 위해 아동기 학대피해자에 대한 조기 상담과 심리치료 등, 아동·청소년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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