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임해원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을 주장한 가운데,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에서도 이를 논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옥남 혁신위 대변인은 21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논란에 대해 “혁신위 차원에서도 국정운영 실패와 관련해 정치적인 책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친박계 인사의 인적청산에 관해서도 “총선이 바로 앞에 있으면 공천 문제 등을 통해 쉽게 해결할 수 있겠지만, 총선이 3년이나 남아있어서 이분들에 대해 책임을 지울 수 있는 방안들을 논의하고 있다”며 당원권 정지, 출당, 당협위원장 박탈 등의 조치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홍 대표는 지난 19대 대선 이후 줄곧 친박 청산을 주장해왔지만,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은 불과 5일 전이다. 홍 대표는 16일 대구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는 앞으로 우리 당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될 거다. 정치적 책임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 책임을 안 진다면 무책임한 정치가 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도 글을 올려 “그동안 쉬쉬하던 문제를 공론화해보자는 것”이라며 “당당하게 커밍아웃해서 찬반을 당내 논쟁의 장으로 끌여들여 봅시다”라고 주장했다.

당초 홍 대표는 류석춘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영입하면서 박 전 대통령 출당 논의를 미룰 것으로 보였다. 류 위원장이 임명 당시부터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정치적 보복이라고 주장해온데다, 출당에 대해서도 “시체에 칼질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류 위원장은 홍 대표의 대구콘서트 발언이 있던 다음날인 17일, “당 대표가 민감한 당 현안 문제에 대해 내부적인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 형성 없이 개인적인 목소리를 내서 기사화 된 것은 토크콘서트의 취지와 어긋난다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류 위원장조차 18일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개인적 소신으로 얘기한 것과 혁신위의 선택과 판단이 반드시 일치할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혁신위가 결정할 경우 출당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는 한국당에게는 양날의 검이다. 극우보수, 적폐 이미지 등으로 지지율이 정체된 한국당에게 박 전 대통령 출당은 이미지 쇄신과 지지층 확대를 위한 필수과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층들이 이탈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반면 친박과 불편한 동거를 계속해온 홍 대표 입장에서 박 전 대통령 출당은 신의 한 수일 수 있다. 이 대변인이 언급한대로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논의가 친박계 인적청산으로 이어진다면 홍 대표의 당 장악력은 한층 강화될 수 있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의 출당으로 바른정당과의 합당 명분이 갖춰진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이 대변인도 “한국당이 진정으로 혁신하면 (바른정당 의원들이)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며 합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21일 박 전 대통령 출당은 “통합이나 연대 논의의 충분조건이 아니다”라며, 한국당 혁신위의 출당 논의는 “제스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양 당의 통합 조건은 “정치개혁이다. (한국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한 것은 대한민국 정치의 바른 길 때문인데 (바른정당은) 그 길에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과 같이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 또한 홍 대표의 출당 논의에 대해 “박근혜 출당 제스처를 통해 보수통합 모멘텀을 만들려는 얄팍한 공학적 계산”이라고 폄하했다. 하 최고위원은 이어 “진정한 보수의 출발, 보수혁신과 통합은 누더기가 된 한국당 해산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박근혜 출당이 아니라 홍준표가 출당해야 한다. 한국당과의 합당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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