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 임해원 기자] 9월 24일 임기가 만료되는 양승태 대법원장(69)의 후임으로 김명수 춘천지법원장(59)이 낙점됐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새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어 “김 후보자는 춘천지법원장으로서 법관 독립에 대한 소신을 갖고 사법행정의 민주화를 선도해 실현했으며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법부를 구현함으로써 국민에 대한 봉사와 신뢰의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김 후보자는 부산 출신으로 부산고·서울대 법학과를 거쳐 2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연수원 15기) 법관으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대법원 재판연구원,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역임하고, 지난해 2월부터 춘천지방법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김 후보자는 1988년 2차 사법파동으로 창립된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법원 내에서도 대표적인 진보·개혁성향 인사로 꼽히고 있다. 김 후보자는 ‘우리법연구회’가 해산한지 1년 뒤 출범한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초대 회장을 맡았으며,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함께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첫 학술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판사 재직 중에는 소수자를 배려한 판결을 많이 내려 주목을 받아왔다. 서울고법 행정부 재판장 시절 군무원이 동료 여직원에게 음란동영상을 보여준 사건을 맡아, 상대가 곧바로 거부의사를 표하지 않더라도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결해 군내 여권 신장에 기여했다. 2002년에는 교통사고를 낸 주한미군이 혐의를 부인하며 배상을 거부하자, 주한미군에 대해 관대했던 관행을 깨고 실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2011년 서울고법 민사재판장 역임 당시, ‘오송회 사건’의 피해자 및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2심에서도 국가가 위자료 150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오송회 사건’은 1982년 전두환 정권이 전북 군산제일고 전·현직 교사 9명을 ‘오송회’라는 반국가단체를 조직했다는 명목으로 구속한 용공조작 사건이다.

김 후보자가 임명된다면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과 조진만 3·4대 대법원장을 제외하고 약 48년 만에 대법관을 지내지 않은 대법원장이 임명되는 것이다. 게다가 곧 임기가 만료되는 양승태 대법원장(2기)보다 연수원 13기 아래이고 나이도 11세나 어려 예상외의 지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사법개혁을 주요 정책과제로 강조한 만큼 파격적인 인사 단행을 통해 추진력을 얻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부인 이혜주씨와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으며 두 자녀가 모두 현직 법관으로 재직 중이다.

 

◇약력

▲1959년 부산 ▲부산고·서울대 ▲사시 25회(연수원 15기)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 ▲서울민사지법 판사 ▲마산지법 진주지원 판사 ▲서울지법 서부지원 판사 ▲서울민사지법 판사 ▲서울지법 동부지원 판사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원 ▲수원지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특허법원 부장판사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춘천지방법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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