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STX조선해양 폭발사고의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는 파손된 방폭등.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임해원 기자] 지난 20일 STX조선해양 선박 건조 현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의 원인 규명을 위해, 해경 수사본부가 22일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해경 수사본부는 오늘 오전 9시 경, 경남 창원에 위치한 STX조선 안전 담당 부서 및, 협력업체 사무실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수사본부는 조속한 원인 규명을 위해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며, 도장작업 및 안전 관련 자료를 확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본부는 “원청·하청을 가리지 않고 안전 담당 부서를 대상으로 필요한 자료를 확보할 계획"이라며 "압수수색 완료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STX조선에서는 지난 20일 오전 11시 37분께 건조 중이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안 잔유(RO) 보관 탱크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 안에서 도장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소속 4명이 숨진 바 있다. 해경, 고용노동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유가족 등이 21일 실시한 1차 합동현장감식에서는 탱크 안을 밝히던 4개의 방폭등 중 1개가 깨져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경은 방폭등이 깨지면서 스파크가 발생해 탱크 내에 가득 찬 인화성 기체에 불이 붙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1차 감식 결과는 약 일주일 후에 나올 예정이다.

21일 감식현장을 둘러본 유족들은 탱크 내의 인화성 기체를 외부로 배출하는 원형 호스가 찢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탱크 내부의 도장작업은 페인트를 스프레이 건으로 분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분무된 도료의 기체가 인화성이 강해 외부로 배출해주어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유족들은 “호스가 찢어지고 끊어져 탱크 내 인화성 가스를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거나 외부 공기를 주입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STX측은 “탱크와 원래 연결돼 있던 호스는 폭발 충격으로 전부 날아가 버렸다"며 "유족들이 발견한 호스는 폭발 후 탱크 안에 차 있던 가스를 빼내기 위해 임시로 설치한 것으로 사고현장을 보존해야 해 미처 치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STX정규직 노조가 소속된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조선업종노동조합연대 안전보건담당 간부들도 사고 원인 등을 분석해 오늘 오전 발표했다. 노조 측은 밀폐공간 작업 시 작업상황 감시인을 외부에 배치해야 하나, 사고 당시에는 감시인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작업이 허가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탱크 내에서 사용된 방폭등도 안전규격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에서 STX에 방폭등의 안전인증서를 요구했으나, 실제 사고 현장에서 사용된 제품과 다른 제품의 안전인증서를 제출했다는 것. 이외에도 제전화, 제전복 등 정전기로 인한 폭발을 방지하는 장비들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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