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대구 오피스텔 공사 현장에서 25톤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여중생의 아버지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린 글이 화제다.

지난 22일 자신을 피해 여중생의 아버지로 밝힌 배모씨는 “시공사가 사고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사고를 축소·은폐했다”며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배씨는 “공사업체에서 주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공사인허가를 받기위해) 제시했던 저 수많은 (안전대책) 약속들 중에 단 하나라도 지켜졌었더라면 내 딸아이의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건설사 측은 “공사현장에 투입할 덤프트럭을 알아봐 달라고 섭외한 트럭 모집자가 운전기사와 말을 맞춘 걸로 알고 있다. 운전자의 거짓 진술은 회사 측과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안전대책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예전 시행사가 아파트 측과 협의한 내용”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배씨의 글 전문.

 

파렴치하고 유가족에게 갑질하는 신한종합건설을 고발합니다.

이런일로 글을 쓰게 되어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관공서나 경찰쪽, 국회의원 사무실까지 갔지만 아무런 도움이 안되고 제 혼자 힘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유저분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제가 제출한 진정서의 내용을 올려봅니다.

2017년 7월 14일 07시50분경 대구 수성구 두산동 소재의 대우트럼프월드아파트 앞 횡단보도에서 등교하던 여중생(14세)이 신한종합건설(주)에서 시공 중인 오피스텔(수성헤센 더 테라스) 공사현장으로 진입하던 25톤 덤프트럭에 치여 현장 사망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사망한 중학교 1학년 여자아이(배지인)의 아빠인 배은수입니다. 사고 당일 아침 25톤 트럭 밑에 깔려있는 딸아이의 참혹한 모습을 본 이후로 저희 가족들 모두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만 하루 하루를 겨우 버텨낼 수 있을 정도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사고는 전국 어디서든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만 생각했던 저에게 이런 사고가 막상 일어나니 유가족들의 마음이 얼마나 뼈저리게 아픈지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저의 가족들은 금번 사고가 운전자 과실로 발생한 단순 교통사고로만 생각하고 있었기에 가장으로써 이 사고를 빨리 수습해 남아있는 가족들을 추스르고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에 죽을 만큼 힘든 마음이었지만 꾹 참고, 또 참아가며 딸아이의 장례를 치러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장례를 다 치룬 후 저희가 살고 있는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부터 뜻밖의 사고관련 내용을 전해 듣고서 저는 경악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첫 번째는 사고 직후 가해 운전자는 경찰 진술에서 아파트 뒤쪽에 위치한 오피스텔 공사현장으로 가던 차량이 아니라 다른 공사현장으로 가야하는데 길을 잘못 들어 그만 사고가 나고 말았다는 허위진술 내용이었는데, 이는 시공사가 사고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사고를 축소ㆍ은폐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트럼프월드 입주민회에서 2013년도 사고현장 오피스텔 사업인허가 전부터 공사차량 출입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우려해 해당구청에 수차례에 걸친 민원을 제기한 바 있었습니다. 인근 주민들의 민원으로 사업 인허가에 차질이 발생한 시행사는 자진하여 주민 공청회를 열어 각종 안전대책을 제시하며 주민들을 안심시키고 이에 수성구청은 조건부로 사업을 허가해 주었습니다.

주민들을 안심시킨 시행사의 공사 안전대책들은 첫째가 등하교 및 출퇴근시간에는 차량운행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고, 공사차량의 운행 경로를 사전 지정하여 지정경로로만 운행함은 물론 차량운행 경로 곳곳에 신호수를 배치하여 보행자의 안전을 철저히 도모하겠다는 약속을 하여 주민들도 공사 진행에 동의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공사업체의 사전약속들을 제 눈과 귀로 확인하는 순간 저는 또 한번 하늘이 무너지는 마음이 들어 그만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공사업체에서 주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공사인허가를 받기위해) 제시했던 저 수많은 약속들 중에 단 하나라도 지켜졌었더라면 내 딸아이의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는 원망이 북받쳐 올라왔습니다.

세월호 사고가 어른들의 무책임한 안전의식으로 수많은 어린학생들의 희생을 불러왔듯이 이번 제 딸아이의 교통사고 또한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절대 발생되어서는 안 되는 또 하나의 인재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고, 이에 저는 너무 억울하고 원통해서 매일 밤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수성구청의 주선으로 공사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주민공청회 주관 및 공사 안전대책을 약속한 주체는 시공사인 신한종합건설이 아니라 시행사인 미광개발이라서 자기들과는 별개의 회사이므로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하였습니다.

한술 더 떠서 차량운행 경로 등 공사현장 가림막 외부의 안전관리는 자신들의 몫이 아니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으며 이번사고의 모든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제창하였습니다. 왜 정해진 운행경로로 운행하지 않고 등하교시간대에 다수의 인파로 복잡한 그길로 운행한 것이냐고 공사관계자들에게 재차 항의하자 운전자들이 임의로 변경한 것이지 본인들과 무관하며, 덤프트럭의 운행경로까지 시공사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권한이 없다고 말하였습니다.

시공사 및 구청관계자와 만남은 저에게 더욱 큰 마음의 상처만 남겨주었고, 제 마음속에 답답함과 분노는 극에 달해 이성을 잃고 수성구청관계자에게 하소연하였습니다. “운전자 임의로 변경할 수 있고 그 어떤 제제도 할 수 없는 사안을 주민들 모아놓고 공청회는 왜 했고, 그 수많은 안전대책은 어디에다 써먹을려고 제시한 것이며, 구청에서는 뭣하러 심의까지 해서 공문으로 하달하신 것이냐고......”

그 이후 두세 차례 공사 관계자와 만남의 자리를 가졌지만 계속 같은 입장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1. 사업인가시 공청회때 내용은 시행사가 약속한 것이지 시공사는 상관없다.

2. 시공사에서 공사차량 운행경로에 대해 약정한 문서가 없다.

(수성구청에 정보공개로 확인해본 결과 시공사가 2016년 10월경 직접 제출한 안전대책에 차량운행 경로가 나와 있었습니다.)

3. 공사차량이 사전 약속된 운행 경로 외 다른 경로로 운행하더라도 시공사는 가림막에 인접한 도로(공사현장 입출)만 통제할 뿐 진입로는 시공사 통제 사항이 아니다.

4. 피해자 연락처를 몰라 연락을 못했다.(사고일로부터 17일 지날 때까지 가해자뿐만 아니라 시공사측 누구에게서도 단 한번의 연락도 없었고 딸아이의 장례식장에도 어느 누구하나 오지 않았습니다.)

 

이런저런 핑계만 계속대는 모습과 아무도 우리 아이의 죽음을 미안해 하거나 애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아빠로써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제 모습에 더욱 화가 나고 있습니다.

그 이후로도 10여일이 지날 때까지 시공사에서는 미안하다는, 제대로 된 사과 한번 없이 시간이 흘러가고 지난 8월10일 미팅이 잡혀 다시 한번 시공사 관계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날의 시공사 태도는 절대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당당하고 본인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변호사를 통해 알아보니 법적으로는 책임이 거의 없고 처벌 받는다 해도 벌금형 같은 가벼운 처벌이니 법대로 하라는 것과 지금까지 공사를 중단했으니 내일부터는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였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강소기업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큰 기업이 일반 소시민을 상대로 이래도 되는 건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법대로 하자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아이의 목숨을 앗아간 사람들이 단 한번의 사과도 없이 이러한 행태를 보이는 것이 인간으로써 할 수 있는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사고 직후부터 시공사는 한 아이의 목숨보다 금전적 손해를 생각해, 가해 운전자를 설득해서 다른 현장소속 차량이라는 거짓진술을 시키고, 현장소장은 사고현장이 코앞 장소임에도 직접 사고현장을 확인하게 되면 시공사가 이번 안전사고와 연루되는 것을 염려한 나머지 어떤 상황인지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와 보지도 않은 파렴치한 인간들입니다. “구청에서 피해자를 만나보라고 하니 만나긴 하지만 시공사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말 뿐이며, 모든 잘못은 운전자(가해자)의 운전 과실로 인한 것이라며 자신들은 공사를 강행하겠다고 말하는 금전과 물질만 생각하는 인간들과 기업입니다.

저 혼자 하소연 할 때 시공사는 현장소장 외에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다가 신문기사 및 아파트 주민들의 여론이 들고 일어나자 그제서야 서울본사에서 사람이 내려와 만남을 가졌는데, 사고 피해자인 유족들을 만나러 와서 낮에 일을 보고서는 저녁에는 자기네들끼리 단합하는 회식자리를 가졌는지 새벽까지 술에 취해 희희낙락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제가 직접 목격한 바 있습니다. 그것도 사고 현장 근처에서 말입니다.

그렇게 저희 가족들의 가슴에 상처를 준 것도 모자라 그 이후에도 저희 가족들이 시공사측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끝내 연락한번 없었습니다. 한번은 대표이사가 지금 대구 내려가니까 2-3시간 뒤에 만나자고 갑작스런 연락이 온 적이 있어 가족들에게 연락해서 같이 만나려면 4시간은 걸리니 시간을 조율해 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대표이사의 스케줄 때문에 안된다며 일방적으로 통보를 하는 겁니다. 사과를 하러 온다는 대표이사는 잠깐 저희 가족들에게 얼굴만 비추고 가려는 건지 1-2시간을 못내서 바로 서울로 올라간다고 하니 저희 가족들은 또 한번 시공사의 이런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표이사가 유가족에게 사과를 하러 직접 대구까지 내려왔는데 유가족이 거부해서 못 만났다고 얘기하는 그런 회사입니다. 8월 17일 대표이사와 통화하면서 빠른 수일내에 다시 일정을 잡아서 내려오고, 하루 전에만 연락주면 가족들 시간을 맞춰서 나오겠다며 저희 가족들의 의견을 전달했고 대표이사는 일정을 잡아서 연락을 주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21일 기획실 팀장이 전화가 와서는 ‘무슨 일로 대표와 통화를 원하냐’는 말을 하는 겁니다. 시공사 대표는 저희 가족들에게 사과하러 온다면서 갑질을 계속 할 뿐만 아니라 이제 와서는 본인이 직접 약속한 것도 언제 그랬냐라는 식으로 나 몰라라 하고 있고 22일에는 공사까지 재개하여 저희들의 가슴에 또다시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현재 수성구청에서 행정명령으로 공사는 일시 중단이 됐지만 교통안전계획에 대한 서류만 보완이 되어서 한국시설안전공단에서 승인이 떨어지면 바로 공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는 수성구청에서 시공사를 처벌한 방법이 없다고 하니 저희 가족들은 시공사의 이런 행태를 보고도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걸까요? 아빠로써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저희 딸에게 사과하는 모습도 보지 못하고 가만히 있어야만 하는 제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럽고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지금까지의 행태만 보더라도 공사주체인 신한종합건설은 공사를 속행할 생각만 하고 있지, 저희 가족들이 평생 가져가야 할 마음의 짐과 아픔, 우리 아이의 잃어버린 미래에 대해서는 조금도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고 있습니다.

제발 저처럼 돈 없고 빽 없는 일반국민들이 힘 있고 돈 있는 자들에게 더 이상 이렇게 짖밟히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일반 국민에게 법대로 하자는 기업을 절대 이길 수가 없습니다. 한마디 사과도 안하는 이런 기업은 지금도 사람 목숨을 너무 하찮게 여기고 있습니다.

죽은 제 딸 지인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잠을 못 이루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런데 건축허가 조건으로 자신들이 안전대책이라며 직접 구청에 제시한 통행로로 차량이 운행을 하지 않아 사람이 죽었는데도 자기들은 책임이 없다는 신한종합건설사를 엄중히 조사하여 강력히 처벌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내용을 진정서로 써서 제출했지만 어느곳도 도와주질 않습니다. 저는 정말 가만히 공사재개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걸까요? 아니면 불법을 저질러서라도 지인이의 한을 풀어줘야 할까요? 너무 참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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