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NN 홈페이지 캡쳐>

[월요신문 임해원 기자] 우크라이나가 미사일 기술 유출을 노린 북한 간첩 2명을 수감 중이라고 밝혔다.

CNN은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안보당국으로부터 2011년 북한 간첩 2명을 체포하기 위해 진행했던 함정수사 관련 자료 및 감시영상을 입수해 보도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북한 간첩으로 보이는 두 명의 남성이 허름한 창고 안에서 우크라이나 안보당국이 준비한 가짜 미사일 관련문서를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는 모습이 녹화돼있다. 체포된 이들은 8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우크라이나 지토미르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치러진 재판 관련 법원 서류에는 이들이 탄도미사일 제작과 관련된 기술을 입수하려 했으며, 특히 SS-24 스칼펠 미사일 관련 정보를 빼돌리려고 시도했다고 적혀있다. SS-24는 10개의 핵탄두를 장착 가능하며, 각각의 탄두가 서로 다른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MIRV 미사일로 5세대 ICBM으로 분류되는 무기다. 최장사거리 11,000km에 원형공산오차도 200m에 불과해 사거리와 정확성을 모두 갖췄으며 철도에 기반한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한다. SS-24 시스템은 1990년대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2차전략무기감축협정(START2)에 따라 금지됐다. 가장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설계·제작되었으나 우크라이나도 1995년부터는 제작을 중단했다.

우크라이나가 북한 간첩의 수감 사실을 공개한 것은 최근 제기된 우크라이나 미사일 기술의 북한 유출 의혹을 해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미사일 전문가 마이클 엘만은 북한이 7월 두 차례에 걸쳐 시험 발사한 신형 ICBM 화성14형에 구 소련제 엔진인 ‘RD-250’의 개량형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엔진이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 위치한 유즈마슈 공장에서 생산돼 암시장을 통해 북한으로 유출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해당 의혹을 부인하며 러시아가 북한에 기술을 제공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우크라이나 안보관계자는 CNN 인터뷰에서 북한이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기술을 빼돌렸을 가능성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북한의 기술 유출 시도는 전부 우크라이나 안보당국에 의해 가로막혔다는 것. 관계자는 또, 복역 중인 간첩 2명 외에도 2011년 모스크바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에서 우크라이나로 여행 온 북한인 2명이 “미사일 군수품과 공대공 미사일을 위한 자동추적장치”를 입수하려다 적발돼 추방당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2015년에는 우크라이나 내에서 북한의 첩보업무를 지원하다 적발된 5명의 북한인들도 추방당했다. 반복된 군사기술 유출시도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2016년부터 북한국적자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으며,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복역 중인 간첩 2인을 제외한 북한 국적자는 남아있지 않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지토미르 감옥에 수감 중인 북한 간첩이 노역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CNN 홈페이지 캡쳐>

CNN은 복역 중인 두 간첩과의 인터뷰 내용도 공개했다. ‘X5’라는 수감 번호로 불리는 50대의 간첩은 CNN 인터뷰에서 자신의 죄를 부분적으로 인정했으며,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와 가족의 안전을 위해 인터뷰는 하고 싶지 않다”며 추가 인터뷰를 거부했다. ‘X32’라는 수감번호의 간첩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데니스 체르니쇼프 우크라이나 법무차관은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관 소속 외교관 두 명이 이들을 면회했으며, 우크라이나 정부에 이들을 북한으로 추방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임무가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들이 귀국하더라도 영웅처럼 환영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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