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직원 이해 고려한 합리적 개선안, 절차상 문제 없다”

<사진=한국경제 홈페이지 캡쳐>

[월요신문=임해원 기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KB증권지부는 지난 30일 총회를 열고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성과향상프로그램) 도입에 관한 조합원 총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 총 58%의 찬성으로 두 안건은 통과됐다.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는 노동자 입장에서 그리 달갑지 않은 제도다. 임금피크제는 정년보장과 신규채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도입됐지만, 절약된 인건비가 신규채용에 투자된다는 보장이 없는데다 임금 삭감으로 업무집중도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성과연봉제 또한 하위등급 직원에 대한 지나친 실적압박으로 인해 사실상 구조조정의 수단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금융공기업과 국책은행 중심으로 성과연봉제 폐지 움직임이 일고 있어 시중은행들도 이를 따라가야 할 것인지 고심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KB증권노조가 이처럼 노동자에게 불리한 제도를 노조 총회 안건으로 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 성과향상프로그램은 상대평가·누적평가 배제한 개선안

조경봉 KB증권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성과향상프로그램에 대해 “타 금융권의 성과연봉제에 포함된 불합리한 상대평가·누적평가 제도를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상대평가의 경우 사측이 요구하는 실적 기준을 만족하더라도 무조건 전 직원의 일정 비율은 최하등급을 맞게 되는데 누적평가는 하위등급 평가를 받을 경우 해당 기록이 계속 누적되는 것을 뜻한다는 것이다.

하위등급 기록이 여러 번 누적될 경우 임금 삭감을 비롯해 심하면 퇴사 압박까지 받을 수 있다는다는게 조 위원장의 말이다. 

KB증권노조의 제시안은 절대평가로 일정 실적 기준을 만족하면 실적 순위와 상관없이 상위 등급을 받을 수 있고, 한번 하위등급을 받더라도 다시 실적이 오르면 해당 기록이 삭제된다는 점에서 기존 성과연봉제와 차이가 있다. 

이에대해 조 위원장은 “사측 요구로 인해 하위등급 실적 기준이 10% 가량 올라간 점은 인정하지만 노조가 조합원 이익에 반하는 제도를 도입했다는 비난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 임금피크제는 업계 평균 수준, 정년 보장 명시

또 조 부위원장은 "임금피크제가 2016년 정년연장법 도입시기부터 논의되어오던 사안"이라며 "이 법안은 근로자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하는 대신, 임금체계를 개편한 사업장에 대해서만 정년 연장 고용지원금을 주도록 해 사실상 임금피크제를 전제로 통과됐다. 노사 양측은 구 현대증권 시절인 2015년 12월 17일 정년연장에 합의한 후 임금피크제의 세부사항을 두고 논의를 시작했다. 논의가 길어지면서 도입이 미뤄지다가, 이번에 사안이 정리되어 총회에 올라갔다"고 말했다. 

KB증권노조 제시안에 따르면 만 55세부터 5년간 최소 250%에서 450%의 임금을 지급받도록 돼 있다.

이를놓고 일각에서는 성과에 따라 임금이 변동된다는 사실 때문에 사실상 250%를 받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조 부위원장은 “성과에 따라 임금 변동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 직원에게 요구되는 것보다 낮은 기준이 적용될 것”이라고 의혹에 대해 일축했다.

노조 자체 조사 결과 55세 이상 직원의 약 97%가 실적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으며, 실적이 충족될 경우 약 350%의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어 업계 평균과 비슷하다.

조 부위원장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던 구 KB투자증권의 경우 최대 250%였다. 이번 노조 제시안은 5년간 매번 최하의 실적을 기록할 때 받을 수 있는 최소 금액이 250%다”면서 "60세 정년은 명시된 사항”이라고 짧게 말했다. 

- 두 달간 전 직원에게 안건 설명, 절차상 문제 없어

직원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노조가 급하게 안건을 통과시켜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성과향상프로그램은 구 현대증권 시절 2014년 노조 총회에서 85%의 찬성으로 통과된 안건이고 임금피크제도 2015년 말부터 논의돼오던 사안이다. 뜬금없이 안건으로 올라간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조 부위원장은 이어 “6월~7월 두 달에 걸쳐 전국 지부의 직원들에게 안건에 대해 설명했고,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측에도 보고해 승인을 받은 뒤 이번 총회에 안건으로 올렸다.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조 부위원장은 “이번 안건이 모든 직원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절차상 문제가 있다거나, 노조가 직원들의 이해에 반하는 결정을 졸속으로 처리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KB증권은 구 현대증권 출신과 구 KB투자증권출신이 약 4:1의 비율로 통합되어 있는 상태다. 하지만 합병 이후에도 임금체계가 통합되지 않아 내홍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올 3월부터 시작된 급여·복지수준에 대한 갭분석 결과 구 현대증권 출신 직원들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 부위원장은 “노조 입장에서는 구 KB투자증권 출신 직원들의 급여 수준을 현대증권 출신 직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면서 “현대증권 출신 직원들만 따로 임금 협상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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