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전문 인사' 중단하라” vs 사측 “선임절차 문제없다”

5일 KB금융 노동조합 협의회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월요신문>

[월요신문=임해원 기자] KB금융지주 회장 선임절차를 두고 노사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KB국민은행, KB카드 등 KB 계열사 노조로 구성된 KB노동조합협의회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박찬대 의원과 함께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절차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KB노협에 따르면, 지난 1일 회장 선임절차를 관장하는 KB금융지주 확대지배구조위원회는 윤종규 현 회장을 포함한 내부 18인과 외부 5인, 총 23인의 후보자 명단을 보고받았다. 지배구조위원회는 오는 8일까지 후보군을 3인 내외로 압축해 심층평가를 실시하고, 9월 말까지 회장후보 선임을 완료할 예정이다.


◇ 불투명한 선임절차, 회전문 인사 의혹도

KB노협은 현재 진행 중인 회장 선임절차가 공정성과 투명성이 결여된 채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KB금융 지배구조위원회는 회장·부행장 및 3인의 사외이사를 포함, 총 5명으로 구성된다. KB노협은 현직인 윤종규 회장도 지배구조위원회에 소속돼있어 후보자군 선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사외이사 선임에도 윤 회장이 참여하기 때문에, 사실상 지배구조위원회가 윤 회장의 뜻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KB노협은 현 회장과 사외이사가 서로를 선임하는 '회전문 인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노협은 또 지난 2014년 회장 선임 절차가 구체적인 항목에 따라 자격기준을 검증하고 이를 주주, 노조 등 이해관계자에게 공개한 뒤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현재는 공모절차 없이 헤드헌팅 회사에서 추천을 받아 후보자 명단을 작성한데다 주주, 노조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생략하는 등, 선임 절차가 오히려 퇴보했다는 것. 게다가 KB국민은행이 지난 8월 28일부터 약 한달 일정으로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문제가 됐다.

KB노협은 “금감원 검사는 (현 회장의) 재임기간 중 과오 유무에 대한 점검의 성격을 띠고 있다”면서, 금감원 검사 첫 주차부터 선임 절차를 서두르는 것은 “숙제 검사도 안 끝났는데 책가방 싸는 격”이라고 말했다.


◇ 사측 “선임절차 문제제기 부당하다”

반면 사측은 차기 회장 선임절차에 대한 KB노협의 문제제기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KB금융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KB는 안정적인 경영승계를 위해 상시 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해 내·외부 후보자군을 상시 관리하고 있다”며  “특히, 외부후보자군의 경우 외부 전문기관의 추천을 받고 있으며, 후보자군 확정시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내부 이사진은 배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임절차를 서둘렀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KB의 경영승계규정에는 회장 임기만료 최소 2개월 전에 승계절차를 진행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는 주총 개최 등 절차 진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금감원 감사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선임절차 일정은) 금감원 감사와도 상관없다”고 일축했다.

2014년에 비해 선임절차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KB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최고 경영자의 자격 등 경영승계 관련 사항을 지배구조위원회 및 경영승계규정에 반영하고 있으며, 해당 규정을 당사 홈페이지, 반기·연차보고서를 통해 공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Long List(후보자군 명단) 결정 사실도 2017년 KB금융지주 반기보고서를 통해 공시했다”고 밝혔다.


◇ KB노협 선임절차 중단 요구, 불응시엔 연임 반대 집회 강행?

KB노협은 현재 진행 중인 차기 회장 선임 절차의 즉각적인 중단과 후보자 명단 및 작성 과정 공개, 주주·고객·직원대표 등으로 구성된 별도의 자문단을 통한 이해관계자의 회장 선임절차 참여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극단적인 투쟁까지 전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B노협은 차기 회장 선임절차와 별개로 올 11월 KB금융지주 임시 주주총회에서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참여연대에서 활동했으며 현대증권·한겨레신문의 사외이사를 지낸 바 있다.

KB노협 측은 하 변호사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독립적으로 경영진 이사의 직무집행에 대한 감시·감독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전국금융산업서비스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박홍배 위원장은 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회장에 대한) 연임 반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직원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어 설문조사 결과 연임 반대 의견이 많을 경우 “직원들의 뜻에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 변호사의 사외이사 추천은 차기 회장 선임에 영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사실상 경영승계절차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부분은 아니다. 이번과 같은 경영승계절차는 이사회 내에 견제세력이 없고, 있어도 목소리가 너무 작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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