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식인들 “완충지대로서 북한은 무의미”
중국 정부, 여론은 아직 변화 없어

5일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의 모습.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임해원 기자] 지난 3일 북한의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이목은 중국으로 집중됐다. 북한의 최대교역국이자 원유공급처인 중국이야말로 북한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동참 요구를 거부해왔다. 북한 체제가 무너질 경우 발생할 난민문제도 고민이지만, 북한이 미국 영향권에 포섭될 경우 친미 정권과 국경을 맞대야 하는 부담이 있어서다. 중국에게 북한은 오랫동안 미국과의 직접 대면을 방지하는 완충지대로 인식돼 왔다.

반면 북한은 경제적으로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순간마다 군사도발을 감행해 중국을 난처하게 만들어왔다. 

중국 최대의 외교이벤트인 ‘일대일로 국제협력정상포럼’ 개막식이 있던 지난 5월 14일에는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고, 중국 항저우에서 G20 정상회담이 개최 중이던 지난해 9월 5일에도 탄도미사일 세 발을 발사해 찬물을 끼얹었다. 

이번 핵실험이 있었던 지난 3일은 중국·러시아·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5개국(BRICS) 정상회의가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개막하는 날이었다. 이처럼 연이은 북한의 군사도발로 중국에 부담이 가중되면서, 중국의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는 예상이 제기되고 있다. 

CNN은 5일(현지시간) 중국 정부의 북한에 대한 공식입장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들이 중국 내부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전문가인 장리앙구이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세계는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할 것인가, 아니면 실패를 인정하고 북한 핵보유를 인정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선택에 직면해있다”며 “북한을 불안정하게 만들지 못하는 제재는 쓸모없다. 지도자의 삶을 어렵게 만들지 않는다면 정책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체제 불안정을 야기할 정도의 강력한 제재를 주장하는 장교수의 주장은 중국 공식 입장과 상반된다.

중국의 시사평론가 리팡도 북한을 완충지대로 보는 것은 낡은 시각이라고 주장했다. 리팡은  “미·중 전쟁이 벌어져도 미군은 병력을 보낼 필요없이 중국군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미사일이나 쏘면 된다. 북한이라는 완충지대는 아무 의미 없다”며 “반대로 중국이 북한을 중요한 완충지대라고 생각하는 한, 북한은 자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진정으로 협력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리팡은 이어 “이런 전망을 배제할 수 없다면, 이를 의미없는 감상과 환상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짐까지도 벗어버릴 기회로 삼아야 한다”면서 “북한을 동등하고 정상적인 국가로 취급할 수 있다. 또한 그것이 김정은이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북한을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다른 방식의 외교적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처럼 중국 내부에서 ‘완충지대’로서 북한을 보호해야 한다는 중국의 기존 입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아직 변화를 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장 교수는 CNN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국에게 문제해결을 기대한다면, 잘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실질적인 대북제재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장 교수는 “많은 중국인들은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이 중국이 아닌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지하고 있다. 반면 북한 비핵화는 단지 미국을 도와줄 뿐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중국 여론에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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